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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추억 - 그의 141구는 아직도 내 마음을 날고 있다
김은식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서울로 나가려면 지하철만 한 시간을 넘게 타야한다. 그 긴 시간 동안 나는 언제나 책을 읽거나 잡지를 본다. 그 때 보는 책은 아주 재미있거나, 적어도 무겁지 않아야한다. 지하철보다 더한 소음의 향연장은 없기 십상이기 때문에 책이 조금만 지루해도 온갖 스트레스가 청각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씨디피도, 엠피쓰리 플레이어도 없는 요즘은 특히나!
야구의 추억은 지하철에서 읽기에 딱 맞는 책이었다.
우리 나라 프로야구의 추억담이 무겁지 않게 펼쳐진다.
93년 삼성과 해태와의 포스트시즌에서 박충식이 던졌던 181구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문희수와 선동렬, 송유석이 이어 던지는 해태를 맞아 혼자서 15이닝을 완투하던 그의 모습을 보며 느꼈던 안타까움, 97년 LG와의 포스트시즌에 이상훈을 상대로 최익성이 역전 쓰리런 홈런을 터뜨리는 순간, 조용한 교실에서 라디오로 중계를 듣다가 감격해서 두 손을 번쩍 들던 그 뻘쭘함, 야구는 내게 이런 소중한 추억을 남겨 주었다. 20년 동안 한국시리즈를 손에 넣지 못했던 라이온즈의 팬으로서, 감격했던 순간보다는 좌절의 순간들이 더 많았지만, 이젠 그것도 다 추억이 된다(이젠 벌써 여러 번 우승을 했다!)
나와 같은 경험을 공유한 사람의 후일담은 정겹다. 사실 누군가의 말대로 '그깟 공놀이'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그깟 공놀이도 없는 삶은 너무 팍팍하다.
그러니 당신들도 뭔가를 즐기라. 그깟 공놀이건, 그깟 물장구건, 그깟 밴드질이건 뭐건, 살아 있다는 것은 즐길 수 있다는 특권과, 추억을 누릴 자유가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