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의 경제학의 향연 - 경제 위기의 시대에 경제학이 갖는 의미와 무의미
폴 크루그먼 지음, 김이수.오승훈 옮김 / 부키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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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사를 다룬 기존의 책들이 아담 스미스에서 케인즈까지를 다룬다면, 이 책은 케인즈 이후, 즉 케인즈의 이론을 묵사발로 만든 밀튼 프리드먼, 레이건을 움직인 공급중시론자들, 그리고 합리적 기대론과 전략적 무역론 그리고 케인즈의 부활까지 일련의 경제학적, 정치적 흐름을 개괄하고 있다.

 

이 책을 관통하는 저자의 태도는 불가지론과 냉소가 아닐까.

불황과 호황이 발생하는가. 왜 미국의 경제는 1970년대부터 주저앉기 시작하였는가. 대답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대중들은 모른다는 대답을 듣기를 원하지 않고, 정책기획가들은 떠돌이약장수처럼 저마다의 처방전을 들이민다. 레이건을 사로잡은 공급중시론자들은(이명박을 떠올리게한다) 세금을 감면하면 경제가 살아난다고 근거도 없이 주술을 걸고, 사람들은 정치적 레토릭에 도취되어 레이건을 지지하지만, 그의 재임 중에 미국 경제에는 "아무 일 도 일어나지 않는다"

 

경제학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은 저마다의 잣대로 경제를 진단한다. 하지만 경제현상은 그렇게 단순하게, 그렇게 단기간에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일단의 TV경제학자, 그리고 정책기획가가 내놓는 진단과 처방은 사실상 점쟁이의 주술과 다를 바 없다.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이 점이었다. 알 수 없다는 대답. 하지만 암울했던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절대로 그 대답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

 

케인즈 이후의 경제학의 흐름을 알고 싶다면 한 번쯤 꼭 읽어봐야만 하는 책이라고 한다. 나 역시도 경제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이 정도의 흐름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밀튼 프리드먼이 누구에요?"라고 묻는 사람이 엘리트라고 떠드는 건 좀 우스운 일 아닌가.

 

 

 

p.s1 경제학은 과학이다. 하지만 그 연구의 대상이 인간의 행동이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이 불완전하다. 이건 마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주제와 비슷하다. 내가 미래를 안다면 내 미래를 바꿀 수 있지만, 그렇게 된다면 나는 미래를 몰랐던 것이 된다. 바로 그 점에 경제학의 최대 난점이 있고, 최고의 매력이 있는 것이다.

 

p.s2  이 책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흐름은 유머다. 냉소가 가득한 유머. 하지만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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