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리오 휴버먼 지음 / 책벌레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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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운동권의 무시무시한 학습서적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지만, 이 책은 역사책이다. 원제는 'Man's Worldly Goods' 부제는 'The Story of the Wealth of Nations'.

 
이 책은 경제사도 아니고 경제 사상사도 아니지만 둘을 모두 조금씩 포함하고 있다. 특정 교의들이 등장했을 때 왜 등장했는지, 사회구조와 그 교의들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역사 속에서 설명하며, 봉건주의 시대의 구조와 그 속에서 태동한 자본주의의 싹, 부르주아 혁명의 모순성, 그리고 사회주의 혁명에 이르는 과정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외국에서는 고등학생들이나 대학 초년생들이 읽는다고 하는데, 문장이 평이하고 설명이 단선적이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기 때문인 듯 하다. 그게 이 책의 최고 장점이지만 역사를 너무 단순화시킨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고 한다. 
 

'화폐가 태어나면서부터 한 쫌 뺨에 피를 묻히고 세상에 태어났다면, 자본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든 털구멍에서 피와 오물을 흘리며 출현한다'는 맑스의 무시무시한 분석은 사실이다. 자본은 수탈과 정복, 살인과 약탈로 점철된 역사 속에서 태어났으며, 독점자본주의는 공황과 제국주의전쟁, 그리고 결국에는 2차세계대전을 불러일으켰다. 

 
자본주의의 역사적 태동을 설명하기 위해 당연히 저자는 애덤 스미스와 멜서스, 리카도를 이야기하고, 마르크스와 홉슨, 하이예크를 등장시킨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과연 이 체제가 과연 궁극의 체제인지에 대해 조금은 회의를 해보게될 것이다. 과연 이 다음은 무엇일까? 

 
"역사의 교훈은 경제적 측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제대로 알기 어렵다. 반면, 경제이론은 역사적 배경에서 분리되면 따분해진다."

 저자는 서문에 이렇게 썼다. 정확한 이야기다. 과거를 알아야만 미래를 짐작해볼 수 있다. 희미하게나마.


우리나라도 고등학생들에게 이런 책을 좀 읽혔으면 좋겠다. 요즘은 '경제'도 수능기본과목이 아니라 안 배우는 학생이 대부분이라던데, 나로선 이해할 수 없다. 경제에 대한 상식 없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건, 말그대로 바보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바보는 언제나 자신이 속한 집단과는 배치되는 의식으로 세뇌당하게 마련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과거에 대한 지식은 국사가 아니라 오히려 경제사가 아닐까 싶다. 


p.s1 이 책은 1936년에 출간됐다. 거의 70년 전에 출간된 책이 아직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만, 책을 읽어보면 충분히 그럴만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p.s2 저자가 이 책을 출간했을 때는 아직 2차대전 발발 전이었다. 저자는 히틀러의 군비확장을 걱정스럽게 지켜보며 전쟁을 예측했고, 그 예측은 적중했다. 그는 2차대전마저 자본주의의 피할 수 없는 '발전'과정이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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