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의 경제학
애디슨 위긴 지음, 이수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원제는 'The Demise of the Dollar'

'달러의 경제학'보다는 '달러의 몰락'이라는 제목이 책의 주제와 정확히 들어맞는 것 같은데, 작년에  '무슨 경제학' 붐이 불더니 번역도 그렇게 했나보다.

 

현재 전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가 붕괴할 것이라 예언하는 책.

 

2002년 이래 미국은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의 쌍둥이 적자 속에서 부채로 부채를 갚아나가고 있다. 1971년 닉슨이 금본위제를 폐지한 이래 미국은 얼마든지 달러를 찍어낼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미국은 무분별하게 재무부 채권과 달러를 발행해왔다. 앨런 그린스펀이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으로 있는 동안 미국의 신용대출과 부채는 8조5천억 달러에 이르게 되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9000조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아마 다른 나라가 이러한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면 그 국가는 곧 붕괴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그러한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고도 아직 건재하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럴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전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가 미국 통화를 떠받치기 위해 자신들의 돈을 쏟아붇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외환을 모두 달러로 보유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나면 그 돈은 바로 미 재무부채권이나 달러로 보관되고,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 국가들은 미 달러의 폭락사태를 방관할 수 없다. 몇 년 전 우리 나라가 외환보유액 일부를 유로로 전환한다는 루머가 퍼졌을 때(코리아 쇼크라고 불린다) 결국 루머로 판명됐음에도,  달러의 가치는 크게 흔들렸다. 아시아 국가들 중 어느 하나라도 먼저 손을 털고 일어나면 결국 도미노처럼 투매가 일어나고 결국 달러의 붕괴로 공멸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그런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누구도 먼저 손을 털고 일어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먼저 손을 털어도 결국 엄청난 손해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 나라 언론이 얼마나 원화강세에 민감한지만 보더라도 이 사태는 쉽게 이해된다. 원화강세가 나타나면 수출에 타격을 입게 되고 결국 우리 경제도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인데, 덕분에 인위적으로 달러가치를 떠받치는 혜택은 미국인들이 '과잉소비'의 형태로 누리게 된다. 어쩌면 아시아의 근면 성실함이 미국인들을 살찌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꽤 오래전부터 미국은 더이상 생산국이 아니라 소비국이었고, 앞으로도 그러한 상황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아이포드로 대표되는 '기술력'을 이야기하지만, 그런 아이포드 경제의 고용창출효과는 의외로 미미하고,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 없다. 

 

저자는 단언한다. 지금은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과 기술력, 그리고 전세계의 미국에 대한 '믿음'으로 이 체제가 유지되고 있지만, 단지 미국이라는 이유로 미국의 경제는 강하고 다른 나라의 경제는 약하다는 그런 '믿음'을 버려야 한다고. 워렌 버핏과 같은 현명한 투자자들이 몇 년 전부터 해외투자비율을 늘리고 있다는 것은 이미 미국의 달러가치 폭락이 엉뚱한 소리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것이며, 미국의 엄청난 모기지 거품과 FRB의 잘못된 통화정책은 이러한 파국을 앞당기고 있을 뿐이라고.

 

 

'채무자는 채권자에 비해 약자지만 채무의 규모가 채권자를 휘청거리게 할만큼 크다면 오히려 채무자가 강자가 된다'

 

이 말은 미국과 달러와 관련된 현 상황과 잘 들어맞는다. 하지만 채권자는 언젠가는 채권을 회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영원히 약자일 수는 없다. 전세계의 채권자들이 달러를 떠받치기 위해 미국에 돈을 쏟아붇고 있지만, 이러한 체제는 근원적으로 언젠가 종말이 올 수밖에 없다는 저자의 지적은 그렇기 때문에 상당히 논리적이다. 

 

하지만 그 결론이 맞다 하더라도 정말 중요한 문제는 그것이 과연 언제냐는 것이다. 그것은 정말 멀지 않은 미래일까.

 

 

 p.s 미국에서 상당히 많은 반향을 일으키며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있던 책이었다고 한다. 결론의 타당성은 차치하더라도, 이런 책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은 부럽기 그지없다. 처세술과 재테크에 관한 책을 빼면 남는 게 없는 우리 나라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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