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
홍은택 지음 / 창비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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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초강대국 미국 본토의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 책은 그런 미국의 보통의 삶의 모습을 찾아다닌 여행기다.  그곳은 뉴욕도, 엘에이도 아니었다. 미주리, 아칸소, 텍사스의 조그만 마을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블루 아메리카'에서.

 

그가 보고 온 것은 아이러니였다. 가장 부유한 나라 미국의 본토에서 점점 가난해져가는 보통 사람의 모습. 기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저임금을 강요하고 법인세를 감면해주면, 노동자들은 점점 가난해지면서도 기업이 내지 않은 세금까지 떠안는다. 가장 극단적으로 공급자들을 압박해서 공급자들의 피고용자들의 저임금을 조장하는 월마트에는 그 저임금 노동자들이 찾아간다. 가장 싸기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는다.

 

책은 정말 훌륭했다. 여행기의 미덕을 잃지 않으면서 깊이를 추구한다. 하지만 책 속에서 발견하는 이 세계의 미래는 불우하다. 저자는 희망을 찾고자 하지만, 나는 이 세계는 파멸에 이를 때까지 이렇게 굴러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관하게 된다. 가진 자들은 점점 더 부유해지고, 점점 더 많은 권력을 가지며, 점점 더 편하게 가난한 자들을 세뇌시킨다. "그건 다 너의 잘못이다"라고. 노동조합은 무기력하고, 아메리칸 드림은 그저 드림에 불과해진지 오래다.

 

나는 점점,

세뇌당한 사람들이 다시 자기 상황 속에서 사고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비관론자가 되어 간다. 미국에서는 노동자들이 공화당을 지지하고, 우리 나라에서는 대졸자들이 민노당을 지지한다. 세상은 점점 가진 자들에게 편리해지고, 노동에 지친 보통 사람들은 점점 가난해지면서도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한다는 사람들을 지지한다. 그들은 그렇게 길들여졌고,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아간다.

 

블루 아메리카는 우울한 아메리카였다. 그곳의 현실은 바로 이곳의 미래였다.

 

p.s1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지역을 블루 아메리카로, 공화당을 지지하는 지역을 레드 아메리카로 불렀다고 한다.

 

p.s2 미국 선거제도 사실상 금권선거로 변질되었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선거로 세상을 바꾸는 것은 양당제가 지배하는 미국에서는 이제 불가능에 가까워보인다.

 

p.s3 서문 마지막 한 단락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2004년 여름과 가을, 주로 그런 아메리카를 다녔다. 본질적으로 블루 아메리카인 곳을 다녔다는 말이다. 아니, 블루 아메리카의 시각에서 미국을 보려고 했다고 말하는 게 옳을 것 같다. 관점이 없으면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하지만 관점이 있으면 다른 것을 못 볼 수도 있다. 그런 한계를 인식하고 이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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