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마음 - 썩어빠진 교육 현실을 유쾌하고 신랄하게 풀어낸 성장소설
호우원용 지음, 한정은 옮김 / 바우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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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마음'이라는 제목과 정확히 어떤 표정인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쓸쓸한 분위기의 남학생과 그를 에워싼 푸른 숲을 담은 표지가 책장을 열기도 전에 마음을 무겁게 한다. 거기다 썩어빠진 교육을 유쾌하고 신랄하게 풀어낸 성장소설이라는 부제는 꽤 절망적이기까지 하지 않은가.

시에정지에는 두학기동안 반에서 3등을 한 모범생이다. 그는 수업시간에 등급제한 만화를 본 일이 문제가 되어 교실 밖에서 수업을 받게 된다. 
 

엄마는 이 모든 걸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거야. 정지에, 마음 놓고 공부해


교사가 학생에게 가하는 언어적 또는 신체적 폭력, 학교의 묵인, 입시제도에 매인 학생들.
늘 개혁을 부르짖고 있지만 실상은 변함없는 교육 정책과 제도의 거대한 틀에 학교, 교사, 학부모, 학생들 모두 갇혀버렸다.

학창시절 나는 꽤 정의로운 학생이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시에정지에처럼 수긍하고 싶지 않은 구조를 글로 써보거나 친구들과 잘못된 현실을 분노하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전교 학생회장을 맡게 되고 그로 인해 나의 발언에 좀 더 힘이 실리게 되었을 때 나는 좀 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학생회 임원들과 함께 전체 학생들을 선동하여 학교와 교사들에게 잘못된 일을 바로잡을 것에 대한 우리의 목소리를 전하기로 한 것이다.  짧지 않은 기간동안 진행된 이 투쟁에서 지쳐가는 것은 바로 우리 학생들이었다. 저항의 대가는 결코 달콤하지 않았다. 일부 교사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더 많은 교사들로부터 무례하고 버릇없으며 모범적이지 못한 학생들이라는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모든 수업이 다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꽤 많은 수업이 지루하거나 깨달음을 주지 못했으며 심지어 비교육적이었다. 여학생들만 있는 학교였지만, 일반적으로 남학교에서 자행된다고 하는 것 비슷한 비인격적인 체벌이 자행되었다. 우수한 성적을 내는 학생이었고 학급임원을 맡는 경우가 많았던 터라 직접적으로 그런 경우를 겪은 적은 없었지만, 분노를 자아낼만한 장면을 보는 일은 결코 드물지 않았다. 지금도 가장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과학을 가르쳤던 남교사가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하여 치마 교복을 입고 있던 여학생의 따귀를 때리고, 바닥에 넘어지자 무참히 발길질하였던 적이 있었다. 그 후 아무도 그 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나 역시 그녀를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 당시 우리는 참 약한 존재였다. 무너지지 않는 강한 구조 속에서 학생들은 여전히 약자다. 그 여학생은 나와 같은 반이었으며, 여전히 나는 그 친구의 이름 석 자를 기억한다.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그녀, 학교라는 곳을 어떻게 추억하고 있을까? 

"저는 정지에한테서 빛을 보았어요. 그 애는 진실하고 용감해요."



시에정지에가 문제아에 불과하다고 치부되었던 웨이치나 아이리가 자신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기까지 필요한 시간이 그렇게 짧은 줄을 알았다면 그들은 더 진작에 친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선생님들이 모든 학생들이 서로 다르지 않고, 그들이 학교에 기대하는 것이 교사와 학교가 그들에게 기대하는 것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었더라면 이 아이들의 절망은 조금 덜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때 우리반에서 학교를 그만 둔 친구가 자그마치 8명이나 되었다. 같은 학년에서 정학이나 퇴학처분 받아 학교를 그만 둔 학생이 30여명이 넘었다. 당시 어느 학교보다 엄하게 적용되었던 우리 학교의 교칙은 설령 학생이 실수로 저지른 일이라 해도 결코 너그럽지 않았다. 일이년 후 제도가 바뀌어 학교가 학생들을 함부로 내보내지 못하게 되고, 국가에서는 학교로 하여금 내보냈던 학생들을 다시 받아주도록 하였지만, 학교를 떠났던 친구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나와 짝꿍이었던 예쁘장한 선희가 어느날 갑자기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나는 그래도 고등학교 졸업장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득했지만 그보다 더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말이 생각나지 않아 마음이 아팠다. 정말 내게 그 말을 건넨 다음날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은 선희, 그 아이가 앉았던 빈자리를 보며 그 당시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지금은 기억도 나질 않는다.

 

떨리는 목소리로 '마음의 문을 열면'을 불렀던 천웨이의 선택은 죽음과 침묵이었다.
시에정지에가 결국 침묵을 선택한 것도 천웨이와 비슷한 이유였으리라.
이 소설 속에서 시에정지에와 많은 학생들이 '어른들은 우리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그 아이들 편에서 함께 움직이는 어른들이 있다는 사실이 그들에게 응원이 되고 희망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 역시 어느 순간에 어른의 모습을 한 나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적어도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만큼은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그래서 몇몇 아이들에게나마 사랑과 진실된 삶을 가르쳐 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소설 속에서 잔선생님은 분명 폭력적이었다. 한번도 문제시되지 않았던 그의 행동은 그에게 어떠한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게 했다. 이는 학교와 사회가 용인하였고, 심지어는 장려하기까지 한 잘못된 관행이었다. 잔선생님 본인의 말처럼 그 역시 피해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좀 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준 아이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깨닫게 될 날이 오게 되리라 믿는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그리고 쉽게 용기를 낼 순 없어도, 반성하고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한다. 
 

<위험한 마음>, 여기에는 어떤 해결책도 없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이의 마음을 돌아보는 어른들이 하나 둘씩 등장한다. 무엇보다 아이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부모다. 이 땅의 모든 부모되는 어른들이 아이와 나눌 수 있는 이야기는 성적, 학원, 과외 같은 것에 제한될 것이 아니라 훨씬 다양한 것이어야 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그저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아이가 말하려 하는 것을 말할 수 있게 마음을 열라고 한다. 진실은 숨겨져선 안된다. 
 

대만소설이라지만, 정말 우리의 교육 현실과 닮은 점이 많아 우리나라 이야기인 줄 착각하며 읽어버렸다. 읽는 내내 지난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리기도 하고, 아이들이 처한 상황에 가슴 아파하며 앞으로 내가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이 될 것인지를 생각했다.

 
최근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을 맡아 가르치면서 아이들의 말에 귀기울이는 만큼 그 아이들이 나의 말을 듣는 것을 본다. 내가 아이들에게 미소짓는 만큼 아이들도 나를 향해 활짝 웃는다.
이 아이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지 않도록 우리는 이 아이들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시작
나는 자주 생각한다.
만약 사람과 사람이 함께 있는 목적이
그저 단순히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럼 얼마나 좋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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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게 한걸음 - 제1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서유미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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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물 맛본지 얼마 안되었을 때, '나이 서른에 우린'이라는 노래는 마치 그 때만 부를 수 있는 희망가처럼 느껴졌더랬다.  나이 서른에는 번듯한 직장에 다니고 있을 것 같았고, 분명 적당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만큼 소중한 사람이 곁에 있으리라 생각했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던데, 나이 스물에 꿈꾸는 나의 서른은 결코 시시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막상 삼십대의 문턱을 넘어보니, 여전히 하루 하루 사는 것에 조바심을 내고 있는 내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그 셈을 멈춰버린 시행착오의 건수들, 시련과 번뇌가 내 정서를 얼마만큼 성장시켰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여전히 나는 언젠가 꿈꾸었던 것들 중 어느 하나 제대로 이루어내지 못한 시시한 사람에 불과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만 하고 있다.

 

방황이라는 것은 청소년시절이 끝나면 함께 사라져 버리는 줄 알았는데, 그런 기대가 어리석음을 비웃는 것처럼 깊게 방황하고 잠 못 들었던 이십대 시절... 끝나지 않는 이야기처럼 삼십대가 되어서도 나는 열다섯 소녀였을 때처럼 고민도 많고 예민하다.
 
연수, 서른 셋의 여자.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애인과는 얼마전 헤어졌고, 간당간당하던 직장도 과감히 때려치웠으며 이제는 구립도서관에서 팔자 좋게(?) 영화 관련 책들을 쌓아놓고 앉은 그녀에게 남은 것이라곤 만기가 두 달 남은 적금 통장 정도랄까.
주름살 제거 수술과 대학에 한맺힌 어머니와 검은 염색머리가 취직에 도움이 될거라 믿으며 열정적으로 구직활동을 펼치는 아버지. 각기 개성이 강한 그러나 한편으론 우리 주위에서 한번은 봤음직한 이들의 모습을 한 희주, 선영, 민경, 명희, 은미... 그리고 연재와 동남.

 

소설 같지 않은 소설. 내 친구의 이야기, 어쩌면 나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써놓은 글을 몰래 보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들 정도로 현실적인 이야기. <쿨하게 한걸음>은 삼십대를 막 벗어나 두려움의 대상이 사십대로 바뀌어버린 세대의 현재 진행중인 일기장이다. (이 소설에 대한 일부의 평처럼 '정직한 인물묘사와 화법'이 작가가 의도한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는 듯 하다.) 크게 웃어보고 싶어지거나, 나도 모르게 가슴이 아련해지고 눈가가 촉촉해질 수도 있다. 뒤집히는 속 부여잡고 실컷 욕지기를 하고 싶은 순간도 생긴다. 산다는 것은 때로는 잔인한 운명의 장난 같기도 하고, 때로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유쾌한 감정의 소용돌이 같기도 하다. 작품의 모든 캐릭터 속에서 나를 발견했다면 지나친 것인가? 어떤 삶도 정답이라 할 수 없지만, 각자가 자신의 삶에 치열한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 억지스러운 일반화도 나름대로의 정당성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이 소설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은 것일게다.
내 나이가 몇이던 아직은 해피엔드 혹은 비극적 결말을 섣불리 말할 수 없다. 모두가 '응답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며, -이는 다시 도전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희망이 미래에 대한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하고 마음 속에서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다.

 

 

적당히 진지하게, 적당히 가볍게, 적당히 쿨하게,
서른 셋에 내딛는 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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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속 동물 인간을 말하다 - 이야기 동물원
심우장, 김경희, 정숙영, 이홍우, 조선영 지음, 문찬 그림 / 책과함께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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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동물원이라는 곳에 대한 호기심 반, 동물로 은유된 인간의 이야기에 대한 흥미 반이 나로 하여금 이 책을 펼치게 했다.
이 동물원은 매표소를 지나 동물 유래관, 야한 동물관, 변신 동물관, 신성 동물관, 동물 대결관, 숨은 동물관 순으로 관람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물론 마음이 끌리는 곳을 먼저 방문하는 것은 독자의 자유다.
본문에서도 밝히듯 동물 이야기의 묘미는 동물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라는 전제에 있는 것 같다. 이 관찰이라는 행위에는 '인간의 정서라던가 생활 태도와 어떤 점에서 일맥 상통한가'라는 사유가 수반된다. 그리하여 동물 이야기는 사람의 지혜와 어리석음을 논할 때에 지나치게 노골적이고 민망할 수도 있는 상황들을 유쾌하고 통쾌한 풍자로 대신해주곤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동물 이야기는 옛 사람들이 동물의 생김새, 동물의 특정 행동양식, 동물들간의 관계, 동물과 인간의 관계 등을 어떻게 해학적으로 풀어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예컨대, 이야기 성형외과에 가면 멸치에게 두들겨 맞아 몰골이 엉망이 되었다는 광어, 뻔뻔하게 굴다가 이마가 벗겨진 메뚜기, 쥐에게 맞아 시퍼렇게 멍든 볼의 꿩, 18,987대의 종아리 매를 맞아 볼독볼독 뛰어 다니게 된 참새 등을 만날 수 있다. 동물의 생김새만을 가지고서도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지어낸 사람들의 재치가 참으로 대단하다 하겠다.


사실 이 책에 소개된 이야기들 중 익히 알고 있었던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이 내게는 매우 흥미롭게 여겨졌다. 나름대로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옛 이야기들을 많이 읽어보았다고 생각했는데, 모르고 살았던 이야기들이 꽤 많았구나 싶어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론 다행이다 싶었다. 이제라도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아이들이라던가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꺼낼 수 있는 화제들이 더 풍부해진 것 같아 뿌듯하다.

 

각 이야기 뒷부분의 '자투리 우수리'와 'zoo cafe' 꼭지와 간간이 이야기의 이해를 도와주는 삽화와 사진이 있어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단짝 친구 물총새와 개미와 메뚜기
언뜻 보면 그다지 어울릴 법하지 않은 이 세 동물들이 옛이야기 속에서는 둘도 없는 단짝 친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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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아저씨의 꿈의 목록 - 어린이 스스로 꿈을 기록하고 실천하게 하는 책 존 아저씨의 꿈의 목록
존 고다드 지음, 임경현 옮김, 이종옥 그림 / 글담어린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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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중학교 동창이었던 친구를 만나 앞으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적이 있다. 대학생이었던 우리는 전공이라던가 당시 준비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친구는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담담하게 고백해왔다. 사실은 하고 싶은 것이 없다고, 특별히 뭐가 되고 싶지도 않다며 자신이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게 된 이유 역시 주위에서 전망이 좋다하여 그리 했다는 것이었다.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그래서 배우길 원했던 것들이 많았던 나는 그 친구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 뒤에도 나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여럿 만났다.
그들에게 어떻게 하면 꿈꾸는 즐거움을 전해줄 수 있을까 안타까워하면서도 정작 나 역시 매년 어떤 꿈을 꾸었다가 그 꿈을 포기하고 다른 꿈을 꾸기로 하는 등의 변덕을 부리며 젊은 날의 방황 가운데 서 있었다.

 

 


초등학교 교실을 가보면 보통 네모낳고 초록인 게시판이 칠판을 마주보고 있다. 거기에는 아이들의 장래희망이라던가, 가족, 작품 들이 게시되기 마련인데 그 중에서도 아이들의 장래희망은 언제부턴가 비슷한 목록으로 작성되기 시작했다. 그 꿈은  특정 직업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에서는 구체적이라 할 수 있지만, 공무원이니 의사, 경찰, 약사, 교사, 판사 등 세속적이면서 한편으론 부모의 기대를 닮은 것 그 이상을 넘어 아이들만의 마음, 그들만의 상상을 담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존 아저씨의 꿈의 목록 97번을 보라. ' 타잔 영화 출연하기 ' 같은 것을 꿈이라고 말하고 싶은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 있었던가.

 

이 책은 천편일률적인 미래를 강요받게 되는 사회 속에서 아이들(혹은 꽤 자란 아이들)로 하여금 각자 나름의 멋지고 신나는 꿈을 꿀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진정한 꿈꾸기라는 것은 포기라던가 당장의 장애를 뛰어 넘을 수 있음을 말해준다. 어떤 꿈이건 언젠가는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존 아저씨는 꿈을 이루기 위해, 끈기, 열정, 공부, 사람, 건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너무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되는가? 이런 뻔한 이야기도 누군가의 진실된 사연이 담기면 감동을 선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무엇보다 이 책이 우리의 아이들 앞으로 쓰여진 편지라는 점을 미루어 보건대 이 덕목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꿈의 목록에는 한계가 없다. 꿈은 용기를 먹고 계속 자란다. 존 아저씨의 꿈의 목록은 127개를 넘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의 꿈의 목록과 그 중 그의 삶이 되고 현실이 된 흥미진진한 모험들이 마지막까지 펼쳐진다. 존 아저씨는 아이들이 단 하나의 꿈만 꾸며 살아가지 않길 바라며, 꿈이란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그의 이야기를 마치고 있다.

 

 


즐거운 책이며, 예쁜 책이다. 존 아저씨가 전해주는 생각이 예쁘고, 책 중간중간 만날 수 있는 그림이 예쁘다. 거기에 나만의 꿈의 목록을 작성할 수 있는 포스터까지 들어있으니 책을 덮고 난 뒤에는 나만 꿈꿀 수 있고, 나만 이룰 수 있는 나만의 미래를 상상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꿈을 갖고 있기만 해서는 안 돼.

꿈은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란다, 얘야. 가슴으로 느끼고 손으로 적어 발로 뛰는 게 꿈이지. 아무쪼록 네가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 얼른 책상으로 달려가 작은 수첩에 너만의 '꿈의 목록'을 작성하길 바라마. 그렇게 된다면 나는 또 하나의 작은 꿈인 '어린이들이 꿈의 목록을 적게 하기'란 목표를 이룬 것이나 다름없단다.

 

너의 소중한 꿈들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며/ 존 아저씨가

 

 

좋은 어린이책을 만났다고 생각한다.

한참 자란 내게도 이 책은 참 좋다.

다시 삶이 지루하고, 무엇을 해야할지 주저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자유로운 꿈꾸기에 대해 알지 못하는 아이들을 만난다면 그 때는 이 책을 권해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꿈의 목록'을 적기 시작한 그 때부터 내 인생은 설렘과 도전, 즐거움으로 가득 차게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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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작가, 위대한 상상력 - 서머싯 몸이 뽑은 최고의 작가 10명과 그 작품들
서머셋 모옴 지음, 권정관 옮김 / 개마고원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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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생활이라고 여기며, 책읽기에 대한 욕심이 가득한 나에게도 - 옮긴이의 말을 빌어 말하자면- 소위 '위대한 명작들'이란 내게 '죄의식을 유발시키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읽어야 할 독서목록 따위에 열광하고 베스트셀러 좌판을 기웃거리는 사람들과 나는 다른 유형의 사람이라는 치기를 부리던 탓에 대다수의 '명작들'을 외면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소개되었거나 가볍게 읽을 수 있었던 단편은 사정이 나은 셈이지만 서머싯 몸이라는, 내게도 꽤나 인지도 있는 작가로 인식되어진 그가 언급하고 있는 10명의 작가와 작품들 중 제대로 읽어본 것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우선 이 책은 5백여페이지나 되는 두툼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무겁고 지루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이는 수월한 읽기를 담보하는 적당한 줄간격과 폰트, 간간이 들어간 사진 및 삽화, 본문의 이해를 돕는 역주 등 본문편집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날카로운 깃펜이 진하게 인쇄되어 단호한 느낌을 주는 표지에는 본문에서 다룰 작가와 작품이 친절하게 새겨져 있다. 또한 방대한 분량이라는 부담감으로 시작되는 읽기가 어느새 즐거움으로 바뀌게 된다는 면에서 매우 재미있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확실히 위대한 작가들은 범상치 않은 정서를 가지고 있다. 대단한 책들을 써낸 이들이 보통의 사람들보다 허영심이 많았다거나 이기적이었다거나 또는 대단한 낭비벽을 가졌다는 식의 이야기는 참으로 흥미롭다. 그들의 삶을 전적으로 공감해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에 대한 적당한 앎이 작품과의 만남을 더욱 실속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서머싯 몸의 리뷰는 매우 유익하다. 몸이 쓴 리뷰라서일까, 이는 리뷰라기보다는 새롭게 구성된 소설같은 느낌을 준다. 그만큼 여기서 다루어지고 있는 작가들의 이야기는 극적인 요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 특히 나처럼 평론가들의 서평을 먼저 보고 읽을 책을 고른다거나, 이런 저런 영화평을 모조리 섭렵한 뒤 주말에 볼 영화를 고르는 사람이라면 서머싯 몸의 이 평론집을 읽고 난 뒤 그가 꼽은 모든 책을 다 읽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것이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나름 감명깊게 읽었던 일이 아득해지면서 다시 그 책들을 책장에서 꺼내봐야겠다는 생각,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죄와 벌>, <전쟁과 평화> 등의 책들을 읽다 말았던 것에 대한 깊은 후회, 서머싯 몸이 언급하는 모든 책들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스멀스멀 기어 들어오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몸의 리뷰는 적당히 주관적이고, 적당히 객관적이다. 무엇보다 그의 가장 칭찬할만한 또는 주목할만한 작업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그는 각각의 작가들의 생애와 사랑, 고뇌,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에피소드를 그 작가들의 전기에서 끌어와 독자로 하여금 10명의 작가와 작품의 배경을 알아보는 데 들었을 수고를 덜어준다. 그리고 그는 작가들과 작품들에 대한 동시대와 현 시대의 다양한 시선을 제시하는 가운데 그 자신의 관점을 양념처럼 곁들이고 있어 독자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냉정을 잃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그가 열손가락으로 꼽은 작품들에 대해 무조건 따뜻한 눈빛을 보내고 있지 않다는 것 정도는 짐작할 수 있으리라 본다.
책에 실린 자세한 내용은 독자가 직접 확인할 몫이므로 그 이상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가름하며, 몸의 새로운 명작 목록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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