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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아저씨의 꿈의 목록 - 어린이 스스로 꿈을 기록하고 실천하게 하는 책 ㅣ 존 아저씨의 꿈의 목록
존 고다드 지음, 임경현 옮김, 이종옥 그림 / 글담어린이 / 2008년 3월
평점 :
언젠가 중학교 동창이었던 친구를 만나 앞으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적이 있다. 대학생이었던 우리는 전공이라던가 당시 준비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친구는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담담하게 고백해왔다. 사실은 하고 싶은 것이 없다고, 특별히 뭐가 되고 싶지도 않다며 자신이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게 된 이유 역시 주위에서 전망이 좋다하여 그리 했다는 것이었다.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그래서 배우길 원했던 것들이 많았던 나는 그 친구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 뒤에도 나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여럿 만났다.
그들에게 어떻게 하면 꿈꾸는 즐거움을 전해줄 수 있을까 안타까워하면서도 정작 나 역시 매년 어떤 꿈을 꾸었다가 그 꿈을 포기하고 다른 꿈을 꾸기로 하는 등의 변덕을 부리며 젊은 날의 방황 가운데 서 있었다.
초등학교 교실을 가보면 보통 네모낳고 초록인 게시판이 칠판을 마주보고 있다. 거기에는 아이들의 장래희망이라던가, 가족, 작품 들이 게시되기 마련인데 그 중에서도 아이들의 장래희망은 언제부턴가 비슷한 목록으로 작성되기 시작했다. 그 꿈은 특정 직업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에서는 구체적이라 할 수 있지만, 공무원이니 의사, 경찰, 약사, 교사, 판사 등 세속적이면서 한편으론 부모의 기대를 닮은 것 그 이상을 넘어 아이들만의 마음, 그들만의 상상을 담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존 아저씨의 꿈의 목록 97번을 보라. ' 타잔 영화 출연하기 ' 같은 것을 꿈이라고 말하고 싶은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 있었던가.
이 책은 천편일률적인 미래를 강요받게 되는 사회 속에서 아이들(혹은 꽤 자란 아이들)로 하여금 각자 나름의 멋지고 신나는 꿈을 꿀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진정한 꿈꾸기라는 것은 포기라던가 당장의 장애를 뛰어 넘을 수 있음을 말해준다. 어떤 꿈이건 언젠가는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존 아저씨는 꿈을 이루기 위해, 끈기, 열정, 공부, 사람, 건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너무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되는가? 이런 뻔한 이야기도 누군가의 진실된 사연이 담기면 감동을 선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무엇보다 이 책이 우리의 아이들 앞으로 쓰여진 편지라는 점을 미루어 보건대 이 덕목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꿈의 목록에는 한계가 없다. 꿈은 용기를 먹고 계속 자란다. 존 아저씨의 꿈의 목록은 127개를 넘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의 꿈의 목록과 그 중 그의 삶이 되고 현실이 된 흥미진진한 모험들이 마지막까지 펼쳐진다. 존 아저씨는 아이들이 단 하나의 꿈만 꾸며 살아가지 않길 바라며, 꿈이란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그의 이야기를 마치고 있다.
즐거운 책이며, 예쁜 책이다. 존 아저씨가 전해주는 생각이 예쁘고, 책 중간중간 만날 수 있는 그림이 예쁘다. 거기에 나만의 꿈의 목록을 작성할 수 있는 포스터까지 들어있으니 책을 덮고 난 뒤에는 나만 꿈꿀 수 있고, 나만 이룰 수 있는 나만의 미래를 상상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꿈을 갖고 있기만 해서는 안 돼.
꿈은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란다, 얘야. 가슴으로 느끼고 손으로 적어 발로 뛰는 게 꿈이지. 아무쪼록 네가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 얼른 책상으로 달려가 작은 수첩에 너만의 '꿈의 목록'을 작성하길 바라마. 그렇게 된다면 나는 또 하나의 작은 꿈인 '어린이들이 꿈의 목록을 적게 하기'란 목표를 이룬 것이나 다름없단다.
너의 소중한 꿈들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며/ 존 아저씨가
좋은 어린이책을 만났다고 생각한다.
한참 자란 내게도 이 책은 참 좋다.
다시 삶이 지루하고, 무엇을 해야할지 주저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자유로운 꿈꾸기에 대해 알지 못하는 아이들을 만난다면 그 때는 이 책을 권해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꿈의 목록'을 적기 시작한 그 때부터 내 인생은 설렘과 도전, 즐거움으로 가득 차게 되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