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만든 것 1
정필원 글.그림 / 홍익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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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와 호진이의 마음이 만든 것은?


 


이제 서른이라는 작가의 감성, 그것도 남성 작가가 초등학생인 여자아이의 마음을 어쩌면 그리고 잘 그려냈나 싶어 매우 인상적이다.
한 화, 한 화 보면서 마음이 따뜻하게 데워진다.
가족, 우정 그리고 성장.
짧은 이야기 속에 깊고 큰 감동이 녹아 있다.
최근 애니메이션만 보다가 웹툰으로 제공된 <마음이 만든 것>을 보니 한동안 잊고 있었던 만화 읽기의 즐거움을 다시 찾게 된 듯하다.
애니메이션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중간중간 멈추어 서서 잠시 생각할 겨를을 허락하지 않는다. 다른 생각에 빠지면 그 사이 화면이 바뀌어 버리기 때문이다.
미디어 다음의 '만화속 세상'에서 단숨에 다 봐 버렸지만 소장해 두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져 구입했다.(http://cartoon.media.daum.net/series/rainbowfish/index.html?cartoonId=1868&type=g)
아이들과 함께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정필원 작가의 다음 작품이 매우 기대된다.


2009.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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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이 :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비키 마이런.브렛 위터 지음, 배유정 옮김 / 갤리온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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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고양이의 위대한 로맨스


 


위대한 로맨스(313)


 


나는 고양이에 대해 그다지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고양이와의 에피소드라기보다는 고양이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들과 포우의 '검은 고양이' 단편으로 인해 고양이에 관해서라면 섬뜻한 이미지가 마음 속깊이 자리잡은 뒤부터 공포의 대상으로까지 여겨졌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한편으로 강아지라면 잠시 길러 본 적이 있어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기로 한 것은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다.
도서관 이야기라면 무조건 읽고 싶어하는 취향도 작용했고, 어째서 도서관에 고양이가 있게 되었으며,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어서 이렇게 책으로까지 소개되었는가 하는 궁금증과 더불어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킬 수도 있겠다는 호기도 있었다.


 


저자가 만난 아기 고양이, 그에게 '듀이'라는 이름이 붙은 사연을 읽고 나니 내가 생각한 그 '듀이'로부터 이름이 붙여진 것이구나 싶어 괜히 우쭐해졌다. 출발이 좋다.
이 책은 도서관 고양이 듀이와 더불어 도서관 식구들, 스펜서라는 꽤 정겨운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저자인 비키 마이런의 자전적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저자의 서술이 듀이와 인연을 맺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와의 균형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듀이로 인해 더욱 따뜻해지고 행복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고양이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동물이라고 생각해버렸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질 정도다. (어쩌면 듀이는 같은 고양이들 중에서도 꽤 훌륭한 면모를 지니고 있는 녀석이었을 수도 있다.)
저자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매우 불운한 가족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그것을 견디고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듀이처럼 헌신적인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누구라도 그 말에 동의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들이 스펜서의 도서관을 방문하고, 듀이를 만나러 갔다. 나 역시 그 멋진 고양이를 직접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하지만 이미 듀이를 만나지 않았던가. 이 책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쉬고 있는 듀이, 도서관 고양이로서 품위를 잃지 않고 그의 가족들(저자를 비롯한)과 친구들을 위해 온 마음으로 사랑하는 삶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 준 위대한 고양이.
이 책의 뒷부분에 실려있는, 공감가는 저자의 말을 끝으로 본 리뷰를 마무리할까 한다.


 


-----------------
자신이 있을 곳을 찾아라. 그리고 가진 것에 만족하고 행복해하라. 모든 사람들을 잘 대우하라. 좋은 삶을 살아라. 인생은 물질에 관한 것이 아니다. 사랑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사랑이 어디에서 찾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는 이런 것들을 듀이에게서 배웠다. 하지만 이러한 답들은 언제나 그렇듯 말은 너무나 쉽다. 내가 듀이를 온 마음으로 사랑했고 듀이도 똑같이 나를 사랑했다는 것 빼고는 모든 답들이 너무 단순했다.(330)


2009.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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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인격이다 - 품격을 높이는 우리말 예절
조항범 지음 / 예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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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우리말 구사, 첫걸음 떼기


 


이 책의 내용은 '1부 상사가 차마 지적하지 못하는 우리말 예절, 2부 직장 상사도 모르는 우리말 표현, 3부 승진하려면 꼭 알아두어야 할 상황 표현'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부제에서 밝히고 있듯 품격을 높이는 우리말 예절 전반에 관해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높임법, 호칭법, 인사법, 표현의 오용 예, 말하기의 기법과 요령 등에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고 지나쳤던 내용들을 적지 않게 포함하고 있다.



목차를 봐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 오고 사용해 왔던 표현들이 알고 보면 잘못된 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체적인 사항은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목차나 실제 책의 본문을 찬찬히 읽어보면서 확인할 수 있으리라 본다.)



나 역시 옳다고 생각해왔던 표현들을 이 책을 통해 지적받으면서 앞으로라도 이러한 부분만큼은 좀 더 신중하게 사용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 장에서 말하기의 전반적인 예절을 짚어주는 점도 인상깊었다. 말이 어떻게 해서 인격을 표현하는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저자가 본인의 반성을 전제로 이 책을 집필했다 했듯이 독자인 나로서도 그동안의 언행을 좀 더 돌아보고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며 좀 더 바르고 신중하게 말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윗사람에게 예의를 갖추어 말을 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공경을 강요당하는 차원이 아닌 인간이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차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윗사람도 아랫사람에게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르고 따뜻한 언행의 모범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상냥함과 친절함, 그리고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바른 표현이 오고 가는 인간관계란 분명 우리 모두가 바라는 바임이 분명하다.
격을 높이는 말하기에 대해 한 수 배운 것 같아 매우 유익했다.
다른 리뷰어께서 책의 오탈자를 지적해주셨듯 그런 점을 좀 더 신경쓸 수 있었더라면 더욱 책의 완성도가 높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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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나 - 당당하게 여유있게 멋지게
매튜 켈리 지음, 이창식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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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나>라니 어쩐지 거창하다. 저자는 모든 이에게 이 위대함의 근성이 있다고 말한다.


 


당신의 삶은 찰나 동안 타오르고 죽는 별똥별이 아닙니다.
하늘에서 언제나 환하게 불타며, 땅 위 모든 것에 빛과 따스함을 전하는 태양입니다.
당신의 빛을 마음껏 밝혀보십시오.


 


매튜 켈리는 '위대하지 못했던 나'를 고백하는 동시에 어떻게 해서 삶의 위대함을 발견했는지로 이 책의 문을 연다. 문을 열면 그 때부터 우리를 위대하게 해주는 단순하지만 명쾌한 비결들이 마치 징검다리처럼 펼쳐진다.
가만 생각해보면 뻔한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다.
아무 근심없이 걸으라던가 목적 있는 삶을 살라던가 꿈꾸고 선택하라는 충고는 흔해빠진 것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분명 어떤 독자들에게는 이 책의 메시지가 매우 명료하게 전해졌으리라 본다. 쉽게 잘 쓰여진 글이기도 하고, 간결한 문체 덕인지 읽어지는 속도도 빠르다. 그냥 노트에 끄적끄적 옮겨 적었던 글귀들을 일부 여기에 옮겨볼까 한다.


삶은 풍부하고 보람있는 경험이어야 한다. 우리의 삶은 경이로움과 영감의 순간으로 가득해야 한다. 삶은 풍성한 것이며, 위대한 것이다. 이제 당신의 진정한 욕망 가운데 위대함을 찾아내야 한다. (91)


 


지적인 욕망은 한 인간이 지닌 생명력의 정도를 나타내는 표시기도 하다.
당신은 발전하고 있는가, 아니면 단지 생존하고 있는가?(101)


침묵, 고독성, 단순성. / 기쁨과 느긋한 느낌(105)


규칙적인 잠, 침묵과 명상, 일요일(153)


 


가고 싶은 길을 걸으라. 그것이 자신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삶은 자기를 발견하기 위한 모험이다. 당신은 다르다. 누구보다 낫고 누구보다 못하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르다. 당신이란 사람은 하나뿐이고 또 특별하다. 당신은 경이롭고 놀랍다. 당신이 될 수 있는 모든 것이 되라. 당신 자신이 되라. 당신과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위대한 이가 되어 단 한 번뿐인 이 삶을 살아라.(138)

위대한 '나'를 만드는 세 개의 고리(106p)



행복의 적은 (1) 최소한주의 (2) 자유에 대한 오해 (3) 중독

자유란 자신에게 올바른 일을 선택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의 힘
 

삶의 한 분야에서 옳은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은 다른 분야에서도 잘못된 행동을 한다. 삶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하나의 전체다 -마하트마 간디-

이 책을 보다 보면 저자도 밝히고 있듯 위대한 삶이 위대한 생각을 뿌리로 하여 꽃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위대한 삶의 정체가 무엇인가 궁금하다면 그 여정이 머지않았음을 알리겠다. 사랑/정직/용기/봉사/리듬의 삶이 바로 그것이라면 시시하게 느껴지려나? 각자가 느끼는 성공과 행복의 척도가 분명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저자는 매우 기본적이며 단순한 삶의 지혜를 추구하는 데서 우리 삶의 위대함이 점차 완성되어 간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거라고 느꼈다.

전혀 어려운 책이 아니었지만, 최근 나 자신이 원하는 진정한 행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던 차라 차근차근 읽고 생각하고 곱씹느라 완독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책을 읽던 중간 두고두고 마음에서 떠올리겠다는 심산에 필기도구를 들고 열심히 덤볐는데, 성현들의 주옥같은 조언들과 실제 내 삶에 적용하겠다 싶은 핵심 사고들이 적지 않아 결국 또 다시 읽어봐야 할 책 목록에 포함시킬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수십여개의 리뷰목록들을 보며 기대가 컸는데, 역시 유익한 통찰을 선사하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가끔은 이런 류의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의 위대함을 믿고 발현해 볼 용기를 내는 것도 좋으리라.

Luceat lux vestra 너의 빛을 밝혀라!(227)

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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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텐진 갸초(달라이 라마).빅터 챈 지음, 류시화 옮김 / 오래된미래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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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상처를 준 사람에게 미움이나 나쁜 감정을 키워 나간다면, 내 자신의 마음의 평화만 깨어질 뿐이다.


하지만 내가 그를 용서한다면, 내 마음은 그 즉시 평화를 되찾을 것이다.


용서해야만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다.    - 달라이 라마


 





 


함께 있어서 기분좋은 사람
친절이라는 이름의 종교
영혼이 살아있는 얼굴
용서와 마음의 평화
가장 큰 수행은 용서
세상에서 가장 이타적인 사람
보살피는 마음, 나누는 마음
용서하라, 그러면 행복해진다
자비와 상호 의존의 가르침
지혜로운 자의 눈
자기를 비운 사람의 아름다움
지혜와 자비는 새의 두 날개
공중을 나는 요가 수행자
나를 아파하는 대신 남을 아파하라
행복한 삶에 이르는 길
보리죽 한 그릇의 만족
단순한 삶, 고요한 마음





 


 


책 차례에서 볼 수 있는 따뜻한 제목들처럼 예쁘게 만들어진 책이었다.


표지를 활짝 펼치면 파란 하늘과 하얀 산이 반을 차지하는 사막 혹은 초원을 걷는 순례자(?)들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설정도 꽤 만족스러웠다.


매 장마다 한동안 눈을 뗄 수 없는 사진들이 들어있는 것도 인상깊었다.


진작부터 읽고 싶었던 주제의 책이었는데, 무슨 변명이 그리 많았던지 이제야 책장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작은 제목들만 봐도 마음이 고요해지는 느낌이다.


 


 




이 책은 티베트의 영적인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그의 중국인 친구 빅터 챈이 나누는 이야기, '용서'의 이야기이다.


사실 달라이 라마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그의 자서전을 읽는다거나 그의 또다른 저서를 읽으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하지 않은 탓에 이 책은 그와의 첫만남이나 다름없다. 틱낫한(베트남)의 책들을 통해 받은 영감만큼 달라이 라마가 주는 깨달음에 대한 기대도 적잖았던 것 같다.


결과는 '매우 만족'이랄까.


언젠가 즐겨 보던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용서'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용서란 자신을 더이상 과거(원망)의 감옥에 가두어 두지 않겠다는 의지라는 뜻의 표현을 들었던 것 같다.


나 역시 선뜻 용서하지 못하고 있는 과거들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련했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비슷한 감정에 휩싸였다.


매우 간단한 것 같지만 누구나 용기를 낼 수 없었던, '용서'. 나 혼자 고귀하게 행동하는 것이 과연 세상을 변화시킬까? 이것은 허무맹랑한 논리인 것 같고, 나만 억울한 느낌이다.


하지만 달라이 라마는 시종일관 우리가 어떤 매커니즘으로 행복해지는가를 상냥하게 말해 주고 있었고, 나는 얌전한 학생처럼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이 피부 아래에는 똑같은 본성, 똑같은 종류의 욕망과 감정이 숨겨져 있습니다. 나는 늘 다른 사람에게 행복한 느낌을 전달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 긍정적인 것들을 말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나를 만나러 오지요. 그 평판을 따라서요. 어쩌면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21)


 


"... 따라서 나는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다 원인과 조건들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불교적인 관점에서 보면 많은 전생들에 카르마적인 연결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 가깝게 느끼는 이유일 수도 있지요."(23)


 


"...그래서 나는 마음의 상태를 바다에 비유하기를 좋아합니다. 그 표면에서는 파도가 왔다갔다 하지만, 바다 속은 언제나 고요히 머물러 있습니다."(25)


 


 


"나는 주고받기라 불리는 명상법을 사용합니다. 시각화 과정을 통해, 행복이나 따뜻한 애정 같은 긍정적인 감정들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상상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그들의 고통, 그들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내 자신이 흡수하는 상상을 합니다. 나는 날마다 그렇게 합니다. ...중략... 그리고 숨을 내쉽니다. 그때 자비와 나눔같은 모든 좋은 감정들이 밖으로 나오게 합니다. 모든 나쁜 것들을 내 몸 안에 받아들여 신선한 공기로 그 독소들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주고받기 명상입니다. 나는 타인을 비난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입니다. 나는 중국인들을 비난하지도 않고, 나 자신을 비난하지도 않습니다. 이 명상은 미움을 줄이고, 용서의 마음을 키우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91)


 


 


'세상에서 가장 이타적인 사람'인 달라이 라마의 이야기는 한치도 틀림이 없다.


오만방자하게도 나는 그의 말이 다 옳다고, 나도 이미 아는 사실이라고 생각하며 책장을 넘긴다. 용서의 삶을 살고 싶다고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책들을 어설프게 탐독한 나머지 생겨버린 습관이다. 하지만 분명 다른 점이 있었다. 달라이 라마의  시도때도 없이 터져 나오는 개구장이 같은 웃음,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인정하며 적에게도 공감하는 속깊음은 타고난 습관처럼 느껴졌다. 이는 그저 한낱 독자의 느낌일 따름이고, 분명 꾸준히 깊고 고요한 수행 속에 스스로를 이끌었던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불교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자비이고, 다른 하나는 상호 연관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그리고 나는 늘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사람과 행동을 구분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우리는 나쁜 행동에는 반대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행동을 한 사람까지 적으로 몰아서는 안 됩니다. 그는 그 행동뒤에 다르게 행동할 수도 있고, 그러면 우리의 친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중략.." (134)


 


"상호 의존의 원리는 우리로 하여금 더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게 해줍니다."


"더 넓은 마음을 갖고, 분노나 미움 같은 파괴적인 감정에 덜 집착하게 해 줍니다. 따라서 더 많이 용서하게 됩니다. 오늘날의 세상에서는 모든 나라들이 뗄래야 뗄 수 없이 서로 의존하고, 상호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의 적, 다름 아닌 당신의 이웃을 파괴하는 것은 결국에는 당신 자신을 파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신에게는 이웃이 필요합니다. 당신의 이웃이 더 잘 살수록, 당신도 이익을 얻게 됩니다. ...중략..."(141)


 



'지혜로운 자의 눈'이라는 제목이 붙은 장에는 달라이 라마와 오프라 윈프리의 대화가 나온다. 내가 좋아하는 인물이 달라이 라마를 인터뷰한 내용이라 호기심이 있어서 나름대로 즐겁게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명상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 나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을 좀더 들여다본다면 세상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충분히 그렇게 하고 있지 않습니다. 나는 사람들이 종교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예요. 내가 말하는 건 이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내면에 잠재된 가능성에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164)


 


이어지는 도올 김용옥과의 대화. 달라이 라마는 김용옥에게 '공의 진리'에 대해 꽤 친절하게 답변하고 있었는데, --나는 이 때 마치 플라톤의 이데아와 그림자 이론을 듣는 것 같은 망상에 빠지는 우를 범하고 있어서 -- 빅터 챈이 '비어 있음이 곧 서로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정리해 준 것이 천만다행이다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책을 읽는 내내 나 역시 지극히 이기적인 독서를 하고 있다는 반성을 안할 수가 없었다.


 


"... 중략... 당신이 타인에 대해 생각할 때 당신은 최대의 이익을 얻는 첫번째 사람이 될 것입니다."(191)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것이 우리 자신을 희생시키면서 그렇게 하는 것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붓다와 보살들, 진정으로 지혜롭고 자비로운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의 목표에 전적으로 집중합니다. 그 목표란 궁극적인 행복을 얻는 일, 깨달음을 성취하는 일입니다. 그들은 그것을 자비심을 키우고 이타적인 마음을 가짐으로써 이뤄냅니다. 그 과정에서 그들 자신이 큰 이익을 얻는 것이지요. 최대의 행복이라는 이익을. ...중략..."(246)




 



 


마음의 평화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단순한 삶이다. 그런 삶은 마음을 덜 혼란스럽게 한다. 또 다른 길은 매우 복잡한 삶. 많은 것들을 알고 있는 삶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면에서 평온을 유지하는 삶이다. (276)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달라이 라마의 건강이 악화된 것과 동시에 여전히 그가 평온한 상태라는 것들을 알 수 있다. 또한 용서와 진정한 행복을 다양한 사례와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그들의 대화를 통해 막연하게 느껴왔던 행복한 삶이 점점 더 뚜렷하게 보이는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의 평생이 바쳐져 정리되는 지혜를 우리는 참으로 손쉽게 읽어버리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값싼 수고로 이렇게 살아가는 지혜와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사실 쉽게만 읽혀지진 않았다.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는 개념, 아는 만큼 혹은 깨달은 만큼 실천할 수 있다는 확신이 강하지 못해 앞으로 이 책과 여러 차례 더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과 만난 것이 더욱 너그러운 사람이 될 수 있는 현명한 첫걸음이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젠, 용서를 실천해야 할 때다. 언젠가는 모두 행복해질 수 있도록.

2009.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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