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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마음을 만지다 - 시가 있는 심리치유 에세이
최영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안아주는 詩, 기꺼이 안기는 마음
시인이 되기를 간절하게 바라던 때가 있었습니다.
詩라고 불리우는 짧다면 짧고, 때론 길다 싶기도 한 그 글이 주는 감동에 한동안 사로잡혀 나 역시 그런 감동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또래에 비해 평범하지 않으면서 굴곡이 많은 삶을 살다 보니 크고 작은 상처들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무언가가 절실했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오랜 기간 시를 읽고, 수필을 읽고, 소설을 읽으며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하고 위로하기도 하면서 잘 컸다고 생각합니다.
서른이 훌쩍 넘어 사회 살이에 치이다 보니 그리운 책들, 사랑했던 글들을 다시 찾아 보는 것이 왜 그리도 어려운 일이 되버렸는지 부끄럽고 안타깝습니다.
표지그림은 르누아르의 작품이라지요. 따뜻한 노란색이 가득한 그림 속 그윽한 눈빛을 한 앳된 소녀와 만족스러운 표정의 고양이가 금새라도 나를 향해 말을 걸 것만 같습니다.
제목처럼 여러 편의 시와 저자의 치유에 관한 에세이가 담겨져 있는 책입니다.
가만가만 아껴가며 읽었습니다.
조용한 목소리로 시를 읽었습니다.
늘 생각해왔던 것들, 늘 견디어 왔던 것들이었는데, 그녀가 어떻게 내 마음을 알고 이렇게 내가 듣고 싶었던 말만 할 수 있는 건지 새삼 놀라워하며 책장을 넘기었습니다.
어느 한 자, 어느 한 문단도 버릴 것이 없습니다.
기억하고 싶은 글에 밑줄을 그어봐라라고 한다면 책 전체가 줄 투성이가 될 것이 뻔합니다. 그래서 연필을 들었다 이내 내려놓았습니다.
이 책을 함께 읽고 싶은 사람이 하나 둘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만지고 안아 줄 겨를 없이 꽤 불행하고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단 한 편의 시로도 서로를 향한 기도가 전해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깁니다.
혼자 듣고 보기에 참 아까운 이야기입니다.
최근엔 통 시집을 읽지 못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된 서른 일곱 편의 시로 시작해 보렵니다.
반갑게도 이미 알고, 감동받고, 사랑하는 시들도 몇 편 끼어 있습니다.
저는 詩가 가진 치유의 힘을 믿습니다.
그런데 한동안 이 사실을 잊고 살면서, 스스로를 불행한 존재라고 가엾게 여겨왔으니 어리석게 굴어온 셈입니다.
참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
따뜻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따뜻함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겠습니다.
내 삶은 내 말로 지어가는 집과도 같다. 말은 우리 삶의 순간순간을 만들어 나가고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배한다.(71)
우리는 살기 위해 사랑해야 하고, 사랑하기 위해 살아야 한다.(109)
내어주기(122)
저자가 마지막에 "송현시인의 말처럼,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듯 전 국민들이 시를 낭송하는 시대가 반드시 오리라는 것도....(232)"라고 말한 것에 나 역시 동감하고 바라는 바임을 밝히며 이 리뷰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2008.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