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 - 빨강머리 앤 100주년 공식 기념판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강주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언제 끝에 e가 붙는 앤을 처음 만났을까?


기억을 더듬다 보니 한참 오래 전이다.
앤을 만났던 대부분의 소녀(또는 소년?)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때로는 앤과 나를 동일시했으며, 때로는 앤의 삶을 동경했던 것 같다. 지금도 앤에게 새로운 길들이 펼쳐질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던 어린 내가 생생히 떠오르는 것을 보면 말이다.
중학생이었을 때다. 어느 해 여름방학에 우연히 방문한 도서관에 앤 전집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후 며칠 동안 초록지붕집의 앤 다음 권들을 읽으며 앤과 앤의 가족, 앤의 친구들 등 앤의 삶 속에 푹 빠져 지냈는데, 그 감격이 쉬이 가시질 않아 친구들에게 앤 이야기를 잔뜩 담은 안부편지들을 정신없이 적어 보냈던 기억이 난다.
적당히 굴곡이 있던 삶 속에 있다보니 지쳐 주저 앉고 싶은 날들도 많았던 것 같다. 그런 가운데 빨강머리에 주근깨, 빼빼 마른 앤의 삶은 내게 등대였다. 그처럼 살고 싶었고, 그처럼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었다. 나이가 계속 더해져도 상상하는 법을 잊어버리지 않고 싶었다. 그렇게 늘 새롭게 다짐하는 순간이 올 때마다 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펼쳤다.
책을 많이 갖는다고 그 이의 삶이 다 내 것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만화책이며 DVD며, 출판사 다른 앤 이야기 책들을 사모으기도 했을 정도로 나는 앤의 삶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도 기꺼이 선택할 수 있었다. 지난 해 100주년 기념판이라 해서 세종서적에서 앤의 어렸을 적 이야기와 이미지북까지 같이 묶어서 틴캔세트로 내놓았을 때 망설임없이 구매해버렸는데, 그 때의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것을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책을 구입하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기쁨이라 하기는 뭣하지만 나이를 달리해 <어린왕자>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읽을 때 그 감동이 새롭고 다른 느낌인 것처럼 새롭게 단장한 빨강머리앤 이야기는 색다른 느낌으로 나를 기쁘게 했다.


여전히 앤은 기쁨의 하얀길에서 눈부시게 감동하는 감성이 풍부한 소녀였고, 작은 것에도 크게 감사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소녀였다. 그녀의 가족과 영원한 벗 다이아나도 오래 전 내가 이 이야기를 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앤을 사랑하고, 그녀와 함께 있음으로 해서 행복해 하고 있었다.
그녀의 삶을 늘 기억하고 있어서일까? 전보다 좀 더 행복해진 것 같다. 전보다 더 많이 웃고, 전보다 더 많이 상상하고 있는 나.
내 삶의 바이블, <빨강머리 앤>.


더 예뻐진 책으로 만나서 참 반가웠다.


2009.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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