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나와주세요! - 대한민국 보통 사람들, 노무현 전 대통령 만나러 '봉하마을' 가는 길
김창배 지음 / 포북(for book)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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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해와 멀지 않은 곳에 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하고 많은 사람들이 김해 봉하마을에 다녀간다는 소식을 들었더랬다. 전직 대통령을 직접 만날 수 있다니...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이제는 가능한가보구나 싶었다. 언젠가는 나도 그 곳에 다녀와야지 하고 생각만 하니 결국 후회만 남았다.


"대한민국 보통 사람들, 노무현 전 대통령 만나러 '봉하마을' 가는 길"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이 나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마지막 길이 되어버린 것이다.


언제부턴가 명사들의 위인전이나 그들의 삶을 다룬 이야기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뻔한(?) 패턴이 전개될 것이 분명하다는 나름의 판단에서였는데, 특히 정치인들의 이야기가 그랬다. 실은 지금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 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마치 봉화마을에 들러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나와 주세요!'라고 외치는 심정이 되어서다. 꽤 궁금했던 그 마을, 그 사람의 이야기.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듯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한동안 먹먹해진 가슴을 어찌하지 못했다. 정치적인 판단은 다음 문제였다. 얼마나 힘겨우셨을까, 자신을 내던질만큼 헤어나올 수 없는 슬픔 속에서 지내셨구나 생각하니 사람 하나 더 살리지 못하는 세상이 원망스러웠었다. 역사는 한참 뒤에나 인물과 시대를 심판하지만, 그 역시 그 한참 뒤에 존재하는 인류의 몫인지라 나 역시 당장 예리하게 그의 업적과 의미를 평가한다는 것이 무척 조심스럽다. 다만 한 가지. 우리는 이 시대에 앞으로도 크게 기여할 유능한 인재일 뿐만 아니라 낮은 자리의 사람들이 삶이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통곡하러 언제라도 안기고 싶은 멘토 하나를 잃었다는 생각.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을 듣고 처음 했던 이 생각은 본 책을 읽고 난 뒤 '확신'이 되었다.


잘 알지 못했던 그의 모습을 지면에서나마 만나면서 다시 나를 돌아보니 좀 더 일찍 그를 만나러 가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이제라도, 이렇게라도 나는 그를 만났으니 행복해져도 괜찮겠지.


자연의 한 조각 속에서 살아 숨쉬는 그를 기억하며 내 삶을 단련시키면 되는거겠지.


 



정치인에게 국민과의 소통은 매우 중요한 화두라고 생각한다.


소통에 대한 신념을 보여준 대통령.


권위가 아닌 보통 사람의 옷을 기꺼이 입었던 대통령.


끊임없이 공부하고, 끊임없이 사람을 만났던 대통령.


그 어느 때보다 우리와 가까웠던 대통령.


그립다. 그리움만큼 이 세상도 더욱 서로를 만나게 하고, 서로를 더 많이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마당이 되었으면 좋겠다.


 


 




노 전 대통령은 한 밤중에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탄핵반대 촛불집회를 보고 이 같은 심경을 털어 놓은 적이 있다.


"한밤중에 그 거대한 촛불의 물결을 봤습니다.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렇게 수준 높은 시민들을 상대로 정치를 하려면 앞으로 누구라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 책 149쪽 중에서)


200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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