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얘들아, 다시 불을 켤 시간이야 - 초년생 선생님이 교실에서 만난 경이로운 순간들
이대윤 지음 / 에듀니티 / 2019년 5월
평점 :
얘들아, 다시 불을 켤 시간이야.
초년생 선생님이 교실에서 만난 경이로운 순간들
나도 한 때 교실 이야기로 일기를 썼다. 어려운 숙제처럼 느껴지는 상황들이 있었지만, 그만큼 감동과 깨달음을 품게 된 순간들도 많았다. 모든 것을 다 쓸 수는 없었지만 틈틈이 교실 단상을 글로 써 온라인 학급 커뮤니티를 통해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의 부모님들과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가르치는 일이 함께 성장하는 아름다운 과업으로만 여겨지지 않았다. 과민한 시대를 살다 보니 늘 교실을 감시하듯 주시하는 학부모와 천방지축으로 날뛰거나 많은 과제에 짓눌려있는 학생들의 감정을 견디며 내 자리에 굳건히 서기가 만만찮았다. 어느 때부턴가 수업 이야기나 아이들 이야기를 글로 쓰기가 버거워졌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있는 동료들을 보면 괴롭고 절망감에 사로잡힌다. 그래도 매 순간 다시 일어서고 싶었다. 희망을 놓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교실은 여전히 작은 기적의 순간들이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이 일어나는 곳이라는 걸 믿는다.
이대윤 선생님의 이야기는 학교 현장에서 매일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작은 기적들이다. 선생님이 아이들을 살피는 마음, 아이들의 선생님을 향한 사랑 표현, 마음과 마음이 오고 가며 깊어가는 사랑, 서서히 자라는 아이들과 선생님.
나의 사랑법은 다 주는 것이다. 상황을 따지거나 나중을 생각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만 살 것처럼 다 비워내는 것이다. 그렇게 흘러나간 사랑은 우리 아이들을 통해 다시 내게로 돌아온다. 설령 그 사랑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나의 사랑과 열정이 아이들의 삶과 성장에 작은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 나는 이미 채워진다. 100을 주고, 경이로운 순간을 통해 200이 채워져왔다. 그 살아 있는 감동이 나에게 또 다른 힘이 되고 더 큰 열정을 만들어냈다.
그러니 다시 뜨겁게 사랑할 것이다. 남겨두지 않고 다 쏟아낼 것이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뜨겁게 살아낼 것이다.
어쩌겠는가? 이게 ‘이 남자의 사랑법’인 것을....... (29-30쪽 중에서)
선생님은 자신이 초년생 선생님이라고 밝혔지만 이 분이 이미 좋은 선생님이라는 걸 책 속 모든 쪽에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는 어떤 선생님인가. 지금보다 열정이 좀 더 넘쳤던 때,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고 싶어 고군분투했더랬다. 이대윤 선생님의 글을 보며 그 때의 나를 다시 떠올려볼 수 있었다. 그 때의 의지와 의욕을 다시 불러내고 싶다. 이대윤 선생님의 교단일기를 읽으며 내내 따뜻했다. 그리고 어쩌면 나도 다시 아이들과의 삶을 글로 쓸 수 있겠다는 용기도 생긴다. 오랜만에 마음을 데우는 책, 사랑스러운 교실 이야기를 만났다. 참 좋다.
2019.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