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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마음사전
복효근 지음, 김해선 그림 / 지식프레임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위로가 필요했다. 언제부터였을까. 해가 거듭할수록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두려워진다.
교직생활 초반은 서툴고 좀 어수룩했어도 꽤 낙관적이었다. 교실 문을 열면 그저 선하고 뭔가 가득 채워지길 기대하며 나를 바라보고 있을 아이들을 만나겠지. 그러면 나는 온 마음을 다하여 그 아이들에게 응답하리라. 돌이켜보니 꽤 엄청난 포부다.
3월 첫날부터 선생님을 막론하고 누구든 건드리면 가만 안두겠다는 눈빛으로 무장한 아이들이 여럿, 일년 내내 자기 아이 중심적 사고를 들이밀며 나의 학급 경영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학부모들. 각자 감당해야 할 힘겨움으로 서로를 보듬을 여유 없는 동료. 직면한 모든 문제의 책임을 교사에게 묻는 사회. 아이들처럼 선생님들도 학교 가기가 싫다는 투정이 자꾸 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아이들 앞에 설 수 있는 건 학교 안에 여전히 꽃피고 있는 배움, 성찰, 연대, 사랑 때문이다. 복효근 선생님의 글 하나 하나 짚어 읽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내 힘겹고 치열했던 마음이 여기 오롯이 새겨있구나, 다른 선생님들도 나와 같구나, 많은 이들이 읽고 알아주겠구나,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아이들이나 학부모와 대치하고, 내가 과연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싶은 업무와 아이들을 더 잘 지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으로 힘들어 그만 두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드는 순간이 숱하다. 그럴수록 아무말 않고 내 앞에 앉은 아이들을 더 오래 가만 바라본다. 대견하고 고마운 시선을 보내는 아이들이 있다. 더 사랑해달라고, 붙들어달라는 간절한 몸짓을 하는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 지도하며 가치사전이니 마음사전이라 이름붙은 책들을 활용하곤 했는데, <선생님 마음사전>이 생겨 참 좋다. 다 알겠는 이야기. 그 이야기마다 적절한 마음 단어들을 묶어주니 글자들이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듯하다. 교실 책장에 이 책 놓을 자리를 마련해야겠다.
전에는 교단 일기를 썼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나의 깨달음과 성찰이 미천하고 보잘 것 없는 게 아닌가 싶어 글쓰기가 어려웠다. <선생님 마음사전>에 쓰여진 이야기들이 모두 꼭 내 이야기 같아서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다시 내 마음을 쓰고 싶어졌다.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글자와 그림으로 꺼내어 준 복효근 선생님, 김해선 선생님께 감사하다.
p.22 공감1 :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었을 때 비로소 배움과 가르침이 하나임을 느끼는 마음
p.30 보람 : 그래도 교사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가슴을 꽉 채울 때의 마음
p.37 성취감 : 아이들 마음속에 숨어 있던 위대함이 툭 튀어나오는 순간, 그것을 보고 함께 느끼는 벅찬 심정
p.54 자책 : 결국 자신의 능력 부족과 한계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을 때 부끄러움과 함께 찾아오는 교사의 성장통
p. 67 공감2 : 교사와 아이가 진심으로 하나가 되어 만나는 마음의 장소
p.152 소명감 : 아침마다 하는 기도 속에 나도 모르게,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잘되기를, 혹은 내가 잘 지도하기를 빌고 있을 때 드는 자각
p.157 자괴감 : 교사를 스스로 겸손하게 만드는 매우 쓰고 독한 치료제
P.162 자존감 : 매일 입김을 호호 불어 반짝반짝 닦는 보석과 같이 내 삶의 가장 빛나는 부분으로 내가 교사라는 자각
2019.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