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하약방 - 비밀스러운 심부름, 제6회 목일신아동문학상 동화 부문 수상작
최미정 지음, 홍선주 그림 / 보림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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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하약방>은 태어날 때부터 신분이 정해지고, 정해진 신분으로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써 내려간 이야기다. 이 땅에 태어나고 자라는 건 우리 모두가 똑같은데 왜 단지 백정이라는 신분만으로 차별받고 억압받아야 했을까.

모두가 백정 일을 하며 살아가는 작은 동네부터 모든 걸 새로 시작해야만 하는 미지의 세계인 타향까지, 어린아이인 주인공 '동구'를 통해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각양각색의 사건과 부딪친다. 때로는 정해진 낙인 신분 문제로 좌절하기도 하고, 현실이라는 높디높은 벽에 가로막혀 잠시 걸음을 멈추기도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과 문제를 직면하는 용기를 배우고 한층 더 성장하게 된다.

종종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이런 건 어른들만 할 수 있는 일이야.’ 라든가 ‘이런 일은 어른이 된 다음에 하도록 해.’ 같은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어른이라서 할 수 없는 일 또한 생기기 마련이다.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많은 것을 경험해 본 어른이기에 두려움이 앞서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의 주인공인 동구는 어린아이라서, 어린아이니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길을 열어나갔다.

작은 행동이 모여 큰 힘이 되고, 그 힘은 결국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희망의 등불이 되어 준다는 걸 어린아이인 동구를 통해 깨닫게 되었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진정한 용기는 빛을 보고자 앞으로 나아가려는 사람만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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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별은 어떻게 내가 되었을까 - 지구, 인간, 문명을 탄생시킨 경이로운 운석의 세계
그레그 브레네카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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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별은 어떻게 내가 되었을까>의 저자는 운석 충돌은 지구의 생명과 진화에 근본적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지금의 우리 세계를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단서를 남겼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운석이 지구 및 인류와 맺는 관계는 충돌과 대멸종 외에도 다양하다는 관점을 토대로 지구 밖 암석으로 인정된 운석이 현대 천문학과 생물학, 물리학, 화학의 핵심 주제로 확장되는 과정까지 담아냈다.

DNA의 주요 성분이 운석에 존재한다는 놀라운 사실부터 우주에서 떨어진 돌을 둘러싼 위대한 과학자들의 우스꽝스러운 논쟁, 천문학과 인류학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운석에 대한 새로운 의의와 더불어 우리 존재에 대한 특별한 의미까지 발견할 수 있다.

수명을 다해 폭발한 별의 잔해가 거대한 우주 파편의 구름이 되어 찬란했던 별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수명을 다해 폭발한 별의 잔해는 별 수명 주기의 마지막 단계를 보여 주고 있는데, 이 우주 파편은 훗날 다음 세대 별의 재료가 되어 새로운 별이 되고 행성이 된다고 한다. 어쩌면 거대한 우주 속 하나의 다른 생명이 되어 태어날지도 모른다.

과거의 과학적인 답을 구하는 지적 여정에는 정해진 정답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과거에 우주를 항해하던 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우주를 그려내 미래의 우리에게 전달했는지 모든 걸 알 수는 없다.

우리가 곧 우주이면서 우주가 곧 우리라는 사실을 깨닫는 여정은 쉽지 않겠지만,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의 궤적을 따라 우리의 삶도 은하수처럼 흘러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모두는 별들이 만들어 낸 하나의 빛가루 같은 존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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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벽 - 상 민들레 왕조 연대기
켄 리우 지음, 황성연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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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폭풍의 벽 (상)>에서는 실제 역사 속 인물들의 일생과 서사가 저자의 의도와 다양한 장치를 통해 재해석되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19세기, 아직 서양 문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독자들에게 번역자들은 “완전히 새로운 문화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분투하면서 삭제하고, 각색하고, 개작하고, 수정하고, 시험 삼아 써 보는 등의 갖가지 방식을 거리낌 없이 사용했다.”고 한다.

또한 저자는 전작에 이어 <폭풍의 벽 (상)>에서도 역사가 여성들을 부당하게 그려내는 방식에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동양의 역사는 주로 '남성' 권력자들의 이야기에 집중되어 기록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소설 속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적인 태도에 대한 질문을 날카롭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던지기도 하며,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여성들을 소설 속 인물로 끌어내어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운 방법으로 써 내려갔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다른 여성 캐릭터는 관련된 남성 캐릭터와는 상관없이 안정적인 치세를 이룩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기 위해 궁정의 음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공신 세력을 축출하는데, 이를 두고 스스로의 성별에 따른 사람들의 인식과 자조적인 한탄을 하기도 한다.

역사 속에서 폄하되었던 여성의 위치와 성별에 따른 굴욕적이고 차별적인 태도는 <폭풍의 벽 (상)>에서 저자의 의도대로 독자들이 새로운 시선으로 전한의 역사를 접할 수 있게 그려졌다.

역사 속 대다수의 여성들은 끊임없는 억압과 차별 속에서 살아왔으며, 빈곤, 폭력, 질병 등은 여성들에게 더욱 큰 고통을 안겨주는 장치로 이용되었다. 특히 하위 계층 여성들의 삶은 기록되지 않고 잊혀졌지만, 여성들의 노력과 헌신은 사회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회적 제약과 억압 속에서도 끊임없이 앞을 향해 나아갔던 여성들의 삶은 희망과 저항의 역사였다. 이러한 점을 놓치지 않고 소설 속에 녹여낸 <폭풍의 벽 (상)>을 읽다 보면 여성의 투쟁과 역사는 단순한 허구적 이야기로만 즐길 것이 아닌, 잊혀지지 않을 그들의 삶을 제대로 조명하여 더욱 정의롭고 평등한 미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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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작은 것들로 - 장영희 문장들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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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작은 것들로>는 15년 전, 세상을 떠난 저자가 남긴 산문 중에서 유려한 문장들을 골라 ‘자연, 인생, 당신, 사랑, 희망’이라는 다섯 개의 키워드로 묶어 낸 문장집이다. 문학, 희망, 사랑을 우리 곁의 작은 것들에 빗대어 노래한 에세이스트인 저자의 삶을 닮은 투명하고 섬세한 문장들은 아직도 우리와 함께 살아 숨 쉬며, 그를 잊지 않는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사랑’과 ‘희망’, 그리고 ‘문학’이라는 삶에서 꼭 필요한 세 요소 속에서 가장 보통의 언어로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하는 문장들을 엮어냈다. 일상의 단조롭지만 수수한 언어들로 가장 진실된 생의 가치를 전달한 글 속에서 우리는 오늘을 다시 살아 낼 용기를, 끝내 슬픔과 고통을 이겨 낼 강인한 의지를 배운다.

‘사랑받는 자는 용감하다. 사랑받은 기억만으로도 용감할 수 있다.’는 책 속의 구절을 좋아한다. 오롯한 내 편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축복이자 행복이다. 세상 모두가 나에게 등을 돌려도, 나를 믿어 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 넘어져도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사랑을 받는 사람이 아닌, 먼저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보다 나를 먼저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고, 타인이 주는 사랑을 진정으로 받을 수 있다.

큰 성공과 막대한 부, 명예로운 지위 또한 삶에서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하고도 작은 행복이다. 강하고 화려한 것들이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작은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스스로의 여유와 쉼터가 되어 주기도 한다.

누군가의 시선에는 그저 한없이 작고 어설픈 것들이지만 결국 이러한 것들이 모여, 보다 험난한 세상 속 우리를 단단하게 지탱해 주고 어둠을 밝혀 주는 등불이 되어 준다. 현재 자극 과잉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 감정과 크게 드러나지 않는 소소한 것들이다. 결국 우리의 삶은 대단한 것들이 아닌 작은 것들로 이루어진 따뜻한 마음의 결정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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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함께 춤을 - 시기, 질투, 분노는 어떻게 삶의 거름이 되는가
크리스타 K. 토마슨 지음, 한재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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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시기, 질투,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늘 억눌러야 하는 것, 남에게 들켜서는 안 되는 것, 또한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며 느끼더라도 이를 자기계발의 연료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오랜 시간을 거쳐 학습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은 왜 드러내면 안 되는 것이며 드러낸다고 해도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삶은 언제나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해도 언젠가는 크고 작은 장애물에 가로막혀 가려던 방향과 다르게 길을 변경할 수도 있고, 때로는 그 자리에 한참을 고여있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에 의해 부정적인 감정이 생겨난다. 감정은 삶이 빚어낸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렇기에 아무런 변명도, 옹호도 없이 받아들여도 된다.

<악마와 함께 춤을>에서 저자는 우리의 정체성은 늘 유동적이라고 말한다. 때로는 안정적으로 때로는 모래성처럼 느껴지기도 하기에 자아를 찾는 여정을 계속해야 하며 자아를 사랑해야 한다고.

부정적인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감정을 검열하면서 어느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아 깊숙한 곳에 묻어두는 것이 더욱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감정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고통스럽고 쉽지 않다. 하지만 굳이 이유를 찾으며 스스로를 몰아세우거나 다그쳐서는 안 된다. 그럴수록 부정의 힘은 스스로를 잠식하고 갉아먹어 결국 집어삼키게 된다.

그저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감정과 흐르는 시간에 의지하고 감정을 느끼는 나 자신을 인정하자. 완벽한 자신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통제하고 이상만을 좇다가는 바로 눈앞에 있는 더욱 중요한 것들을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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