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만 끝나면, 다시 깔끔하게 시작하자. 

이것만 끝나면, 뭔가 해보자. 

이것만 끝나면. 


이런 식의 생각은 마치, 


이번주에 로또가 되면, 집도 사고 차도 사야지. 

이번주에 보너스를 받으면, 그 동안 사고 싶었던 노트북을 살테다. 


이런 느낌이다. 끝나다니, 도대체 뭐가 끝난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영화나 책을 보면, 주인공의 멘토들이 끝날 만하면, 이렇게 말한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들을 때마다 맥이 확 빠진다. 하지만 이유를 알고 있다. 졸업식의 개운함은 불과 한달을 못간다는 사실을. 내 앞에 펼쳐진 일들을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여태 벌어진 일들을 찬찬히 곱씹어보면, 마치 누군가 저 쪽 끝에서 내 인생의 끈을 잡고, 흔들고 있는 느낌이다. 일, 사건, 사고 이런 것들이 파도에 요동치듯 나와 함께 뒤섞여 버무려지고 있다. 하나가 끝났나 싶으면, 머리 위에서 다른 일들이 쏟아진다. 정신을 차리거나, 외면하거나. 둘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지만, 사실 그 둘다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정신을 차린다고,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어떻게든 묶어두고, 그 위안을 삼을 뿐이다. 그리고 그 당사자들이 내가 일에 엮여 있다는 사실을 좀 잊어줬으면 하는 희망을 품어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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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
미우라 시온 지음, 오세웅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Woodjob이라고, 영화로 먼저 접했다. 소재도 특이하고, 재미도 있어서 오랫동안 생각이 났다. 

알고보니, 소설이 원작이라고 해서 찾아 읽었다. 영화와는 내용이 살짝 다르다.

이 작가, 미우라 시온의 분위기가 다소 만화와 같은 면이 있어서, 무엇을 먼저 봐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좀 더 오버하는 모습을 보고 싶으면 영화부터 보는 것도 괜찮다. 아무튼 뭘 봐도 아깝지 않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들을 담임선생과 함께 산으로 보내버린 집안 분위기도 유쾌하고, 산에서 벌어지는 일도 흥미진진하다. 뭔가 반전과 서스펜스, 스릴과 공포가 난무하는 요즘의 작품들과 비교해서, 조금 평이 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서서 읽어도 두어시간이면 끝까지 읽을 수 있다. 읽는 맛도 좋고, 이야기도 부담스럽지 않다. 읽고나면, 어딘가 산에 가서 숲해설이라도 듣고 싶어진다. 우리나라에도 그렇게 울창한 숲이 있지 않을까 찾게된다. 여태 살면서, 가장 큰 나무는 광릉수목원에서 본 것과 보성차밭의 메타세콰이어가 전부였다. 일본은 좀 더 산이 울창하니 그렇게 큰 나무들이 많은걸까. 시코쿠 순례여행이라고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지난 번에 읽은 같은 작가의 “배를 엮다”도 잔잔하이 읽기 좋았다. 다음 책으로 “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미를”을 읽고 있는데, 이것도 서서 40페이지를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책이 나온지는 벌써 몇 년 전이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읽고 덮어버린 책이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에게는 이 작가의 책이 마음에 든다. 그래서 이 작가의 책을 모조리 찾아 읽고 있다. 부디 다 읽기 전에 새로운 책이 나오면 좋겠다. :-) 


‘상상력은 나의 힘’ 해외작가 탐방 3 - 미우라 시온 (일본) https://goo.gl/RdJZ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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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두마리면 어떻게 잡겠는데, 들어갈 때 마다 10마리씩 보이니 조치가 필요하다.
일전에 화장실 하수구가 역류할 때는 뚜러펑 같은 하수구 세정제를 세 통씩 들이 부었더니 말끔히 사라졌었다. 한 동안 역류하는 일 없어, 아무것도 하지 않았더니 벌레들이 꼬이기 시작하나보다. 일단 보이는 놈들은 모조리 손으로 잡고, 화장실 구석에 놓여있는 오래된 락스를 구멍에 들이 부었다. 싱크대를 뒤져보니 베이킹 파우더가 있길래 이것도 뿌리고, 식초도 부었다. 부글거리면서 뭔가 청소가 되는 소리가 들린다. 락스 냄새가 독하게 올라오길래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10시가 넘어 들어오니, 방에 락스냄새가 진동했다. 화장실 문을 열어보니 제법 말끔하다. 한 동안 괜찮길 바라지만, 완전히 잡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해결하려면, 긴 싸움이 되겠지만 적당히 타협하면 또 괜찮은 해결방법이 있지 않을까. 궁리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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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의 비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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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읽은 “제노사이드”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과학을 바탕에 깔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은 비슷하지만, 진화 대신 심령을 넣었다는 점이 색다르다.
어쩌면 공포소설일수도 있지만, 그 비중이 크지는 않다. 사람은 믿고 싶은 걸 믿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흔들리기 쉬운 나약한 사람은 곧 문제를 피하고, 달아나려고 한다. 심령, 공포, 환각, 미신 등은 아주 좋은 해방구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맞서 싸우고 싶은 사람은 원인을 찾고, 방법을 찾아 해결하려고 한다. 한 가지 사안에 대해 두 명의 주인공은 서로 다른 견해로 평행선을 달린다. 그러면서도 의견을 존중하기 때문에 큰 파국을 맞지는 않아 다행이다. 임신중절 수술을 둘러싼, 사건의 급박한 전개가 흥미롭다. 작가의 해박한 생물학적 지식이 이 소설에서도 어김없이 빛을 발한다. 한마디로 재미가 있다. 지금 이 작가의 책을 모조리 찾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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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해킹 - 개인보안, 해커는 어디까지 침투할 수 있는가? 한림 SA: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1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엮음, 김일선 옮김 / 한림출판사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관심있는 주제인데다가, 두께도 얇아서 주저 없이 손에 넣었다.

하지만, 마냥 쉽게 읽을 수는 없었다. 업계의 용어, 분위기, 문체의 세가지가 좀 더 집중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쉬엄쉬엄 읽었는데 3일이나 걸렸다. 졸리기도 했다. 과학월간지의 보안컬럼을 한 데 묶어서 내놓은 모양인데, 과연 그런 느낌이다.
진지하고, 엄숙하다. 보안관련 분야의 길잡이로 잡기 보다는 이미 몸 담고 있거나 어느 정도 지식 수준이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졸렸다. 나중에 다른 책을 많이 읽고 다시 잡으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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