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만 끝나면, 다시 깔끔하게 시작하자. 

이것만 끝나면, 뭔가 해보자. 

이것만 끝나면. 


이런 식의 생각은 마치, 


이번주에 로또가 되면, 집도 사고 차도 사야지. 

이번주에 보너스를 받으면, 그 동안 사고 싶었던 노트북을 살테다. 


이런 느낌이다. 끝나다니, 도대체 뭐가 끝난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영화나 책을 보면, 주인공의 멘토들이 끝날 만하면, 이렇게 말한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들을 때마다 맥이 확 빠진다. 하지만 이유를 알고 있다. 졸업식의 개운함은 불과 한달을 못간다는 사실을. 내 앞에 펼쳐진 일들을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여태 벌어진 일들을 찬찬히 곱씹어보면, 마치 누군가 저 쪽 끝에서 내 인생의 끈을 잡고, 흔들고 있는 느낌이다. 일, 사건, 사고 이런 것들이 파도에 요동치듯 나와 함께 뒤섞여 버무려지고 있다. 하나가 끝났나 싶으면, 머리 위에서 다른 일들이 쏟아진다. 정신을 차리거나, 외면하거나. 둘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지만, 사실 그 둘다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정신을 차린다고,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어떻게든 묶어두고, 그 위안을 삼을 뿐이다. 그리고 그 당사자들이 내가 일에 엮여 있다는 사실을 좀 잊어줬으면 하는 희망을 품어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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