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와 라이칸의 전쟁을 보는 내내 궁금했다. 
그 설정상 사람에 비하면 압도적이지만, 자기네들끼리 싸울 때는 칼도 들고 총도 들어야 하는구나. 
온 몸이 무기인 종족이 아니었던가. 뭐하러 총알을 맞아가며 싸울까. 
여러군데 안타까운 장면이 보였지만, 화려한 액션과 정신없이 흘러가는 스토리를 따라가는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리즈의 첫 편이 2003년에 나왔으니, 벌써 14년을 맞는다. 후속편이 첫 편의 흥행에 욕심을 부려, 망하기 일쑤인데, 5편까지 나왔다. 평가는 심상치 않아도, 흥행은 실패한 적이 없으니 적어도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았다. 

깜깜한 밤에 시커먼 옷들만 입은 사람들이 치고 박고 하는 통에 잘 보이지 않는게 흠이라면 흠이다. 깔끔하고 세련된 모습의 뱀파이어와 지저분 하고 거친 라이칸의 싸움박질을 보고 있으면, 흡사 귀족과 평민의 전투같다. 만신창이가 되어 처절한 모습을 볼 때는 반지의 제왕이나 킹덤오브헤븐마저 떠올랐다. 어쩌면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와 갈등이 예상에 맞게 모두 나온다. 어찌보면 뻔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보게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다음이 나올까?” 궁금했지만. 더 이상 나올 일이 없어보인다. 왠만한 떡밥들을 모두 건진셈이니까. 지난 몇 년간 좀비영화와 함께 많은 뱀파이어 영화들이 나왔다. 그 중에서 단연 화끈한 영화다. 

처음부터 보라면, 정주행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끝맛이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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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볼 때는 푹 빠진다. 

타이틀에 기대하고, 배경에 주목하며,  대사에 집중한다. 

간혹 극장에서 주책맞게 “아~” 하면서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이다. 


작년 말 유튜브에 이 영화의 예고편이 나왔을 때가 생각난다. 

“뭐지, 또 외계인 영화인가?”


시큰둥 했다. 요 몇년 빼놓지 않고, 우주영화가 나왔다. 그래비티, 마션, 인터스텔라, 프로메테우스 심지어 스타워즈도 나왔다. 금년에는 프로메테우스의 다음 편도 나온다. 하나같이 블록버스터들인데, 이거 너무 심심한 영화가 아닐까 짐작했다. 그러다 이 영화가 SF소설로 유명한 “당신의 인생 이야기”라는 얘기를 듣고, 호기심이 생겼다. 


작가인 테드 창이 대단한 작가라는 말을 듣고, 일전에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라는 소설을 읽었다.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가 없었다. 배경도 친숙하고, 하는 말도 알겠는데, 마치 소금대신 설탕을 넣은 계란찜 맛이 났다. 더 이상 테드 창의 소설을 읽지 않았다. 그러다 이 영화를 봤다. 


이 영화는 다를까 기대했다. 자주가는 커뮤니티에서 실망했다는 평을 읽었다. 꾹 참고 내 판단을 미뤘다. 

엔딩크래딧이 올라갈 때 결심했다. 이 책을 사서 읽어야겠다. 영화는 중간중간 질질 끌었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왜 그렇게 주인공의 기억을 반복해서 보여줄까. 아이에 대한 연민이 엄마의 머리속에 크게 남은 탓일까. 외계인이 나오는 영화에 왜이리 신파가 가득할까. 머리속에 물음표를 찍어가며, 감독이 안내하는대로 영화를 따라갔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한번에 와 닿았다. 그리고 제목을 그렇게 지은 이유. 소설의 제목이 “당신의 인생 이야기”인 이유를 알았다. 에스프레소 처럼 먹고나면, 여운이 남는 게 좋다. 영화나 소설은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면, 별 다섯개 중에 세개를 준다. 이 영화는 4개를 주고 싶다. 


테드 창의 기발한 발상과 그걸 영화로 만들어낸 감독에게 찬사를 보낸다.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과 액션신이 없어도 충분히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었다. 다시 보고 싶지만, 한 동안 시간을 보낸 후에 그런 기회를 갖고 싶다. 지금은 책을 사러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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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한 곳으로 가라 - 운명의 지도를 바꾸는 힘, 지리적 상상력 아우름 6
김이재 지음 / 샘터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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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도 아니고, 지리책도 아닌데 ”지리”서가에 꽂혀있었다. 

제목부터 무작정 “가”라니 흥미가 생겼다. 

작가의 독특한 경력과 서문이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이름을 바꾼 이유가 좋았다. 


분량도 적당하고, 내용도 가볍다. 이모가 이야기하듯 술술 읽힌다.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보렴!” 

하는 듯 하다. 집나가면 고생이라는 데, 알면서도 슬금슬금 기어 나가는 사람들이 읽어도 좋고, 계획만 세우고 나갈 용기가 없는 사람에게도 좋다. 나름 동기부여를 해 준다. 작가는 시종일관 “지리적 상상력”을 강조한다. 여행을 다니면서 혹은 다닐 수 밖에 없었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었다. 


선생님들을 가르치는 교수님이라 그런지 마치 초등학교에 와서 앉아있는 느낌이다. 유명한 사람들의 일화와 지리를 엮어서 알려주는데, 신문에서 소개하는 간단한 소개글 같기도 하다. 해리포터의 작가와 말괄량이 삐삐도 자주 등장한다. 덕분에 The elephant house가 어딘지 찾아봤다. 


때때로 이유없이 응원이 필요한 때가 있다. 내가 못하는 것을 흉보지 않고, 잘 하는 것만 봐주는 사람이 필요한 때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 그런 느낌이든다. 함께 차를 마시면서, 조곤조곤 말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것만 같다. 

우리는 다 이상해요. 우리가 다 똑같다면 그게 더 이상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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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 제135회 나오키 상 수상작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들녘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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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시온의 책을 다시 잡고 읽었다. 

재미라기 보다는 잔잔한 이야기다. 이런 저런 사연을 가진 남자가 또 다른 사연을 가진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심부름집의 이야기다. 


심부름집이라고 하면, 한국에서는 거의 흥신소 내지는 준탐정사무소 정도로 알고 있지만, 사설탐정업이 합법인 일본에서는 심부름이 단어 그대로 자질구레한 일을 맡아 처리한다. 읽다가 보면, 대체 이런 일은 얼마를 받는 걸까 궁금했다. 시간당 2000엔.  오, 꽤 짭짤하겠는데!  8시간 꼬박 20일정도 일하면 중견기업 중간관리자 연봉정도 나오겠다. 고 생각했지만 사실 저런 일이라는게 매일 있거나, 매 시간 있는게 아니니까 그정도는 아니것이다.  나이, 직업, 성별 그리고 합법적인 수준에서 모든일을 맡아서 처리한다. 버스운행시간을 체크하는 일에서, 귀찮은 남자친구를 떼어내주는 일을 비롯해 강아지를 맡아 키우거나, 새로운 주인을 알선하는 일까지. 


아니 뭐 이런일까지 해요? 마치 내 생각을 들여다보고 있는것 처럼 소설속의 여고생이 심부름집 사장에게 묻는다. 

“때때로 남에게 시키고 싶은 일이 있으니 연락을 한다.”

는게 대답이다. 남에게 시키고 싶은일이라.. 그렇지. 하려고 하면 할수는 있지만, 완벽하게 할 자신이 없거나, 그저 귀찮아서 시간만 죽이는 일 따위가 그런 일이다. 이런 일을 하나씩 다들 가지고 있으니까. 일본이나 한국이나 사람사는 곳에서 일이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도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많을텐데, 이런 일은 경기를 타지는 않는지 궁금했다. 


냄새나는 돌싱아재들의 버디무비지만, 꽤나 인간적이고 꼼꼼하다. 전작이 시트콤과 같은 형식을 따랐다면, 이 번 이야기는 일일드라마로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 다만, 심야식당처럼 한밤중에 방송해야겠지. 창녀가 나오고, 조폭과 양아치가 나오고, 칼부림이 나오며 살인이 나오는 이야기가 등장하니까. 아무리 드라마라고 해도, 저런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방송할 수는 없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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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미를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들녘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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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미우라 시온의 책을 읽기로 했으니, 맨 처음 쓴 책부터 읽어보자 마음 먹고 집었다. 

읽는 내내 한 편의 만화 혹은 시트콤을 보는 것 처럼 거침없이 웃기고 재미있다. 

물론 책 안에서의 상황은 다소 우울하지만, 그 조차도 느긋하게 즐기는 모습이 매력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과연.. 이러니 면접관이 취직하지 말고, 글을 좀 써보라고 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더불어 


“아니 이건 왜 영화가 안 됐담!”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하다 못해 TV 시리즈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다소 정신없이 진행되는 이야기는 설명이 부족해서 읽기에는 불친절할 수 있다. 그렇다고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그냥 쭈욱 따라가면 된다. 마치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 까페에서 수다를 떠는 기분이다. 취직이 되지 않아, 마치 지금 내가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걱정하는 상황이라면, 이 책이 한 숨 돌리게 해 준다.  기분도 상큼하게 해주니 가을에 읽기에 더할 나위가 없다


"가나코, 회사에 들어가는 것만이 `어른`이 되는 건 아이다. 우리도 회사에 들어간 적 없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돈 벌어서 잘 먹고 잘 산다 아이가."

"매일 몸을 움직이다 보면, 저절로 먹고 살 길이 보인다고, 뭐 어째 됐거나 꼭 회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속 태우면 안 된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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