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볼 때는 푹 빠진다. 

타이틀에 기대하고, 배경에 주목하며,  대사에 집중한다. 

간혹 극장에서 주책맞게 “아~” 하면서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이다. 


작년 말 유튜브에 이 영화의 예고편이 나왔을 때가 생각난다. 

“뭐지, 또 외계인 영화인가?”


시큰둥 했다. 요 몇년 빼놓지 않고, 우주영화가 나왔다. 그래비티, 마션, 인터스텔라, 프로메테우스 심지어 스타워즈도 나왔다. 금년에는 프로메테우스의 다음 편도 나온다. 하나같이 블록버스터들인데, 이거 너무 심심한 영화가 아닐까 짐작했다. 그러다 이 영화가 SF소설로 유명한 “당신의 인생 이야기”라는 얘기를 듣고, 호기심이 생겼다. 


작가인 테드 창이 대단한 작가라는 말을 듣고, 일전에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라는 소설을 읽었다.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가 없었다. 배경도 친숙하고, 하는 말도 알겠는데, 마치 소금대신 설탕을 넣은 계란찜 맛이 났다. 더 이상 테드 창의 소설을 읽지 않았다. 그러다 이 영화를 봤다. 


이 영화는 다를까 기대했다. 자주가는 커뮤니티에서 실망했다는 평을 읽었다. 꾹 참고 내 판단을 미뤘다. 

엔딩크래딧이 올라갈 때 결심했다. 이 책을 사서 읽어야겠다. 영화는 중간중간 질질 끌었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왜 그렇게 주인공의 기억을 반복해서 보여줄까. 아이에 대한 연민이 엄마의 머리속에 크게 남은 탓일까. 외계인이 나오는 영화에 왜이리 신파가 가득할까. 머리속에 물음표를 찍어가며, 감독이 안내하는대로 영화를 따라갔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한번에 와 닿았다. 그리고 제목을 그렇게 지은 이유. 소설의 제목이 “당신의 인생 이야기”인 이유를 알았다. 에스프레소 처럼 먹고나면, 여운이 남는 게 좋다. 영화나 소설은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면, 별 다섯개 중에 세개를 준다. 이 영화는 4개를 주고 싶다. 


테드 창의 기발한 발상과 그걸 영화로 만들어낸 감독에게 찬사를 보낸다.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과 액션신이 없어도 충분히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었다. 다시 보고 싶지만, 한 동안 시간을 보낸 후에 그런 기회를 갖고 싶다. 지금은 책을 사러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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