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의 영역
최민우 지음 / 창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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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 '나'의 할아버지는 앞날을 내다보는, 예언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 예언이란 본인도 모르는 사이 내뱉는 불길한 앞날에 대한 것으로 예언으로 말한 건 하나도 빠짐없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그래서 나는 벌어질 일은 어떻게서든 벌어진다는 운명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내게 "만나서는 안 될 사람을 만날 거다. 소중한 걸 잃게 된다. 힘들 거다.

용기를 잃지 마라. 도망치면 안 돼."라는 예언을 남기고 돌아가셨다.

 

그 이후, 나는 사회인이 되어 취업 준비를 하는 여자친구 '서진'과 연애 중이다.
여자친구의 면접일. 결과가 좋지 않았는지 연락이 없다.

다음날 오전까지도 연락이 없다가 퇴근 무렵 여자친구로부터 집으로 와달라는 전화가 온다.
그리고 찾아간 여자친구의 집에서 그녀의 그림자가 없어졌음을 알게 된다.
할아버지의 예언 속 만나서는 안될 사람이라는 게 서진인 걸까? 소중한 걸 잃게 된다는 건 그녀의 그림자를 말하는 걸까?
아님 또 다른 나의 소중한 것을 말하는 걸까? 그녀의 그림자는 어떻게 찾아야 하는 걸까?

 

중학교 때였나?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수학 용어를 배우면서 실선이라는 건 수많은 점으로 만들어진 점선과도 같다고 배웠다.
그때 나는, 내가 자를 대고 긋는 건 실선이 아니고 뭐람?이라며 속으로 비아냥거렸지만 겉으론 이해한 척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당시에는 곧장 이해 못 했지만 20살이 되고,

30살이 되어 보니 인생이란 수많은 점들로 이뤄진, 가까이에서 보면 점선이지만 멀리서 보면 실선임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도 많은 점들이 나온다. 다 읽고 나서는 이 점들을 어떻게 이어야 하나,

하나의 이야기로 어떻게 선을 그어야 하나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한 시간이 지나고 반나절이 지나고 밤이 되어 생각해보니

굳이 실선을 만들지 않고 점 그대로 두어도 되지 않은가,라며 혼자 깨달음을 얻은 척 결론을 내었다.

사건의 연관성보다 사건 자체를 받아들이고 나면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을 때 실선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며.
흥미롭게 읽고 나니 점이라는 것, 그리고 점선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점선의 영역'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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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의 청소부
박생강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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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 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 이용해본 적도 이용할 생각도 없지만 이 책 제목을 봤을 때는 왜 그렇게 끌렸는지 모르겠다.
마음 한편으로는 에어비앤비 홍보성 소설이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지만 타인의 공간을 공유한다는 기본 바탕이 꽤나 구미를 당겼다.
그래서 이 책에 머물기로 생각했고 1박 2일 동안 잘 쉬다 갑니다,라는 후기를 남기고 싶을 정도로 좋은 시간 보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나'는 여자친구가 예약한 이태원의 에어비앤비에서 하루 묵기로 한다.
서재를 제외하고 마음에 드는 건 하나도 없던 이곳에서 여자친구는 다툼 끝에 짐을 챙겨 나가버리고,
암막 커튼으로 인해 시간도 모른 채 자던 나는 청소를 하러 들어온 '운'과 만나게 된다.
잦은 야근으로 피곤에 쩔어 어딘가에 처박히고 싶던 날에 혼자 이곳을 찾았고,

위로받기보다 숨고 싶던 날에 또다시 이곳을 찾으며 이 공간은 낯설지 않게 된다.
그리고 낯설지 않은 공간에서 낯설었던 '나'와 '운'은 낯섬에 기대어 속마음을 터놓는다.

 

에어비앤비가 들어간 제목에 홍보성 글이 아닐까, 의심했던 건 책을 펴자마자 사라졌다.
내가 에어비앤비를 이용할 생각도 안 하는 그 이유,

찝찝함과 불결함을 느낄 수 있는 이모저모를 주인공인 '나'의 시선으로 실감 나게 적혀있기 때문이다.
깔끔 떠는 건 아니지만 굳이 불편함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머리에 박혔다.
이 정도면 단순히 숙박을 공유하는 공간에 대해 쓰고자 에어비앤비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리라.

 

여행도 그렇지만 끝나고 나니 짧게 느껴져서 아쉬웠다.
책 속의 나는 적어도 3일을 그곳에서 머물고 운의 이야기를 듣고자 그곳을 찾아가 시간을 보냈는데,

책 밖의 나는 고작 1박 2일이라니!
로그인보다 로그아웃이 중요한 순간일 때가 많다지만 계속 '로그인 중'으로 남고 싶은  책, '에어비앤비의 청소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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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의 온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0
이상권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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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청소년 시절. 나는 몇 도의 온도로 살았을까?
나는 사춘기가 빨랐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그 시절을 기억하는 건 바로 엄마와 많이 싸웠기 때문이다.
싸워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싸우려고 했고, 생각대로 되지 않아 화가 나면 방문을 열고 엄마에게 돌진했다.

수직적이고도 일방적인 창살 찌르기였다. 엄마도 얼마나 답답하고 화가 났을까.

아들을 키울 때는 겪어보지 못했던 창살 찌르기에 번번이 상처를 입으며 다시 무장을 하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의 나의 온도는 측정불가의 온도이지 않았을까.

가끔 엄마가 그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면 측정불가의 부끄러움이 올라온다.

 

십대의 온도는 출판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0권 기념 소설집으로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신작 단편으로 구성되어있다.
청소년문학 70권이 되는 동안 적어도 1권을 책임졌던 작가들의 글이기에 어렵지 않게 글의 흐름에 맞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의문이 생겼다. 청소년문학은 어느 위치에 있는 것일까?
어른이랍시고 청소년문학을 어리게만 봤던 탓인지 단편 소설의 주인공마다 느껴지는 동질감에 읽다가도 다시 표지를 보곤 했다.
십대의 온도가 아닌 너의 온도라는 제목을 붙여도 아무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나는 십대의 온도에 담긴 여섯 개의 단편 중에서 공지희 작가의 '영화처럼 세이셀'에 가장 마음이 갔다.
나는 아무래도 떠나야겠다고 시작한 첫 문장에서부터 이미 마음을 내주고,

이것도 생각에만 그칠 수 있다며 한숨 쉬는 듯한 문장에서 주인공은 내가 되어버렸다.
다른 점이라면 그는 영화처럼 세이셀에 갔고 나는 다짐과 동시에 생각에만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소설이 끝나는 순간 세이셀까지는 아니더라도

망설이는 순간보다 행동으로 옮기는 순간이 더 많아지는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영화처럼 세이셀'이었지만 나는 '영화처럼 세이셀처럼'이 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십대들의 이야기라고 속이며 내 마음을 흔들어놓았던 '십대의 온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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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라이즈 아르테 미스터리 16
T. M. 로건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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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차의 속도 탓인지 책에서 빨아들이는 흡입력 탓인지 첫 장부터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에 내 머릿속에는 익명의 외국 배우들이 나와 열연을 펼쳤고

영화의 흥행을 판가름하는 5분의 법칙은 성공적이었다.
시작부터 상영했던 머릿속의 영화는 끝이 날줄 몰랐고, 실제로 이 책을 기반으로 영화가 제작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생겼다.

조셉은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호텔로 들어가는 아내의 차를 보고 따라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친구의 남편 벤과 격한 말싸움을 하게 되는 아내, 멀리사를 보게 된다.

아는 체하기도 전에 멀리사는 사라지고 주차장에서 벤과 만나게 된다.
화가 난 듯한 벤의 태도에 조셉은 벤과 몸싸움을 하게 되고, 벤은 콘크리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며 쓰러지고 만다.

그와 동시에 일어난 아들의 천식발작.
혼란스러움에 극심한 고민까지 몰고 간 상황.

아들이 먼저란 생각에 벤을 두고 떠났지만 다시 돌아왔을 때는 벤도, 그의 차도 사라진 후였다.
벤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그리고 벤과 아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날부터 시작된 벤의 자극은 조셉을 혼란과 흥분의 도가니 속에 몰고 만다. 
그리고 벤의 실종에 대해 조사하는 경찰은 조셉에게 일어나는 모든 상황이 의심스럽기만 하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까?

조셉의 시선으로 사건을 보고 있었는데, 모든 상황이 조셉에게만 불리하게 보이는 상황에 어느 순간 독자인 나를 의심하게 되었다.
벤이 사라졌던 주차장에 대한 해답이 나오지 않은 만큼 조셉의 의식이 미치지 못한 또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라며.
그런데 지금이 끝일 거라고 생각했던 아내의 이야기에 또 다른 이야기가 더해지자 혼란스러움은 가중되었다.
조셉의 달리기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같이 쫓았고 끝까지 마음 편히 읽을 수 없는 이야기의 흐름,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반전까지 더해서야 이야기는 끝났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보다 더 스릴 있었던 '리얼 라이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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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후愛
강아희 지음 / 우신(우신Books)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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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기준은 모호하다. 그래서 누군가 내게 첫사랑이 언제였냐고 물어보면 질문자에게 첫사랑의 기준은 무엇이냐고 되묻곤 한다.
그 시절의 그 감정이 사랑이었던가. 나는 첫사랑의 기준이 모호한데, 이 책의 주인공인 도희는 첫사랑의 존재가 너무나도 분명하다.
그래서 영원할 것 같았던 태하가 말도 없이 사라지자 도희는 그가 좋아했던 자신의 모습을 버린다.
첫사랑의 상처는 잔혹하기만 하다.

7년이 지나 23살이 된 그녀, 도희 앞에 솔직하고 거침없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연호가 나타난다.
도희는 마음을 주면 그가 홀연히 사라질까 싶어서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다가

우연처럼 운명처럼 느껴지는 그와의 만남에 마음을 열고 만다.
하지만 행복한 일상도 잠시. 상처만 남기고 떠났던 태하가 도희 앞에 나타나 내 자리를 찾아왔다고 말한다.
미워했고 죽었다고 여기며 잊었다 생각했는데, 흔들리는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진다. 도희는 어느 사랑을 선택하게 될까?

쉴 새 없이 읽히는 문장에 평소보다 빠르게 책을 읽었다.

이해가 필요한 문장도 없었고 예상을 뛰어넘지 않은 틀안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었기에 쉼 없이 읽었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니 허무함이 밀려왔다. 글에 드러난 사랑 또한 쉼 없이 쉬웠기 때문이다.
깊어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던 첫사랑에 대한 상처는 7년의 세월 탓인지 가벼운 생채기처럼 느껴졌고
7년의 세월을 그녀(도희)만을 위해 버텼다던 태하의 말은 생각보다 빨리 무너져버렸다.
그리고 도희 곁에 머무는 연호 또한 크나큰 콩깍지에 씌었는지 자신을 떠났던 도희를 이유도 묻지 않고 안아주는 장면을 읽을 때는
이 사람들 뭐가 이렇게 쉬운 거야?라며 혼잣말이 나왔다.

어려울 것도 없고 복잡한 것도 없는 사랑 이야기.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내기에 충분한 사랑후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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