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의 온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0
이상권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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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청소년 시절. 나는 몇 도의 온도로 살았을까?
나는 사춘기가 빨랐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그 시절을 기억하는 건 바로 엄마와 많이 싸웠기 때문이다.
싸워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싸우려고 했고, 생각대로 되지 않아 화가 나면 방문을 열고 엄마에게 돌진했다.

수직적이고도 일방적인 창살 찌르기였다. 엄마도 얼마나 답답하고 화가 났을까.

아들을 키울 때는 겪어보지 못했던 창살 찌르기에 번번이 상처를 입으며 다시 무장을 하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의 나의 온도는 측정불가의 온도이지 않았을까.

가끔 엄마가 그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면 측정불가의 부끄러움이 올라온다.

 

십대의 온도는 출판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0권 기념 소설집으로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신작 단편으로 구성되어있다.
청소년문학 70권이 되는 동안 적어도 1권을 책임졌던 작가들의 글이기에 어렵지 않게 글의 흐름에 맞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의문이 생겼다. 청소년문학은 어느 위치에 있는 것일까?
어른이랍시고 청소년문학을 어리게만 봤던 탓인지 단편 소설의 주인공마다 느껴지는 동질감에 읽다가도 다시 표지를 보곤 했다.
십대의 온도가 아닌 너의 온도라는 제목을 붙여도 아무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나는 십대의 온도에 담긴 여섯 개의 단편 중에서 공지희 작가의 '영화처럼 세이셀'에 가장 마음이 갔다.
나는 아무래도 떠나야겠다고 시작한 첫 문장에서부터 이미 마음을 내주고,

이것도 생각에만 그칠 수 있다며 한숨 쉬는 듯한 문장에서 주인공은 내가 되어버렸다.
다른 점이라면 그는 영화처럼 세이셀에 갔고 나는 다짐과 동시에 생각에만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소설이 끝나는 순간 세이셀까지는 아니더라도

망설이는 순간보다 행동으로 옮기는 순간이 더 많아지는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영화처럼 세이셀'이었지만 나는 '영화처럼 세이셀처럼'이 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십대들의 이야기라고 속이며 내 마음을 흔들어놓았던 '십대의 온도'였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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