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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무레 요코 지음, 스기타 히로미 그림, 김현화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어릴 때부터 강아지와 고양이에 대한 접점이 없었기에 그들은 내게 단순히 보기만 할 수 있는 물체에 지나지 않았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집 주변에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집도 없었고,
이른바 똥개가 많다는 시골에서도 볼 수 있는 동물이라곤 닭장에 있는 닭, 외양간에 있는 소,
그리고 소리만 들리던 새벽에 오는 고양이뿐이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5학년 때, 길거리를 배회하던 강아지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나는 몸이 굳어버렸다.
TV에서나 보던 동물이 내 앞에서 본인의 의지대로 움직인다는 것,
그리고 나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는 슈퍼에서 사온 아이스크림을 냅다 던지고 피 말리는 달리기를 했다.
그것이 강아지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강렬한 추억이다.
그에 반해 고양이에 대한 추억은 확연히 다르다. 살면서 길고양이를 많이 봐왔지만 서로 피하기 바빴는데,
대학교에 입학 후 내가 다니던 문과대학 앞에서 마주한 그 고양이는 달랐다.
눈은 얼굴살에 밀렸는지 항상 기다란 선이 휘어지는 웃는 표정이었고,
몸은 바닥에 앉아있으면 자연스레 누워지는 살이 많은 몸매였다.
우리는 그 녀석을 '문대 타이거'라고 불렀다.
문대 타이거는 벤치에 대자로 누워있거나 햇빛이 비치는 입구에 자리를 잡고 잠을 자기도 했다.
사람들에겐 꽤 성가신 녀석이었지만, 그 녀석은 사람을 귀찮게 여기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했다.
그래서 이 책 '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를 봤을 때, 그 시절의 문대타이거가 생각나서 냉큼 읽게 되었다.
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에서 나오는 동물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제목만 보면 고양이만 나올 것 같지만 고양이를 비롯해 강아지, 원숭이, 카피바라, 찌르레기, 참새 등 심지어 모기까지 나온다.
그런데 이 모든 동물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레 녹아드는 일부분인지라
작가의 생활과 사고방식이 동물에 애호적이며 관심이 많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다만 모기에 관해서는 제외. 이건 누구라도 그럴 것이기에 반감조차 생기지 않았다.
여하튼 많은 동물들 중에서 제일은 이 책의 주인공인 길고양이 시마짱.
몸은 땅딸막하고 호빵 같은 얼굴에 단추구멍만한 눈을 가진,
적다 보니 애정이 있는 묘사인가 싶기도 하지만, 자유로운 방랑자 같은 고양이이다.
안녕하세요가 아닌 안녕들하쇼?라는 분위기를 풍긴다는 글에
괜스레 웃음이 삐져나오며 안 봐도 비디오라는 말처럼 눈앞에 녀석의 모습이 재생되었다.
말을 건넨다. 일기인 듯 회고록인 듯 쓰인 작가의 글 속에서 작가는 항상 동물들에게 말을 건넨다.
아기에게 말을 건네고 아기의 행동에 대답을 듣는 것처럼 작가는 동물들과 그렇게 한다.
그 흐름에 나 또한 책 속의 동물들과 교감을 하는 듯한 따스함을 느끼곤 했다.
애견인이냐 애묘인이냐는 질문에 나는 둘 다 싫어! 하거나 선택하라면 고양이? 라 대답하는 정도인데,
교감을 하는 듯한 따스함을 느끼다니.
아마 작가의 별일 아닌듯한 자연스러운 행동에 나도 자연스레 흘러갔나 보다.
자연스럽게 사랑스럽게 일상 속에서 동물과 녹아드는, 동물에세이 '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