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너에게 - 17세 소녀가 쓰는 전교 1등, 자퇴, 그리고 거식증과 우울증, 삶의 극과 극을 오고 간 이야기!
이미림 지음 / 하움출판사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때를 떠올리면 내 존재를 증명하는 일에 즐거워하고 찾아헤매던 내가 보인다.
공부는 잘하지 못했다. 공부보다는 시험공부한답시고 새마음 새 뜻으로 사는 필기구와 노트에 심장이 두근대고
예쁘게 쓰고 싶은 마음에 노트 첫 페이지에 온 정성을 받치는 학생이었다.
나는 글 쓰는 게 좋았다. 내가 쓴 글을 칭찬하며 선생님이 읽어주는 게 좋았고,

다 함께 참여하는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상 받는 게 좋았다.
별다른 연습, 노력 없이도 글을 잘 적는다는 게 나만의 자부심이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2학년 때 2년 연속으로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우량을 받았는데,
그때 친구가 장난으로 건넨 "작년과 같은 상이라면 발전이 없다는 거지?"라는 말에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때 비로 소야 내가 무슨 글을 쓰고 왜 쓰고 있었지?라는 질문을 내게 던졌다.

 

나는 무엇이었을까. 내 글은 무엇이었을까.
지금은 기억나지도 않는 글을 으스대며 쓰고 계속 그 자리에 머물면서 이 정도면 됐어,라고 나에게 속삭였다.
앞으로 나갈 생각은 하지 않고 고인 물에서 나의 존재가 계속 일렁이길 바랐다.
내 한계를 본 듯, 한계에 도달한 듯 그 정도면 된 거라 생각했고 이 생각은 글뿐만 아니라 공부에서도 그랬고 친구관계에서도 그랬다.
그랬던 나였기에 목표로 하는 일에 매진하는 미림이의 모습을 보고

나도 저렇게 목표를 잡고 노력했던 시간이 있었다면 지금의 내가 조금은 달라졌을까 싶었다.
열심히 하지 않았던 내가 열심히 하는 미림이를 보면서 목표를 둔다는 게 무엇인지, 노력한다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절망감은 철저히 공감할 수 있었다.
목표로 하던 A고에 떨어지고 미림이가 느꼈을 절망감과 상실감.

괜찮다는 말로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는 말 대신 위로를 건넸지만 두려웠을 게 뻔했다.
열심히 했지만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고, 열심히 한 만큼 그 시간이 텅 비어버린 것 같은 허무함이 밀려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를 채우듯 미림이를 옭아매는 거식증과 우울증. 처음에는 유난스럽고 예민한 아이라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하며 가족들에게는 투정과 심술을 부리고, 학교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내고.
사춘기일지도 모르는 그 시간을 힘겹게 살아가는 듯한 모습에

내 사춘기는 어땠었나 생각을 하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음에 쓴 미소를 짓고 말았다.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시작은 미림이의 시선에서 일기를 읽고 감사 일기, 그리고 엄마와의 교환일기를 읊었지만
점차 미림이를 대하는 엄마의 시선과 행동을 머릿속으로 옮겨 재생시키고 있었다.
사춘기라서 그런 거야!라는 말로 치부하지 않고 모든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딸의 말에 고마워, 사랑해, 미안해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으며 안아주려고 하는 엄마의 행동.
유난스럽고 예민한 사춘기를 보내고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다가
그 시절의 나는 사춘기라는 말로 내 행동을 가두는 어른들의 잣대를 싫어했으면서

결국 나도 그 시절의 어른과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도 미림이처럼 그 시절에 그랬지만 나는 미림이의 엄마처럼 그럴 수 있을까?

 

과거의 나라는 너에게, 미래의 나라는 너에게 한 번씩 말을 건네게 되는 '나라는 너에게'였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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