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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로 간 소신
이낙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9월
평점 :


여행지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읽으려고 '달나라로 간 소신'을 챙겨갔다.
여행지는 베트남 하노이였고, 편도 5시간 정도 소요될 예정이었기에 그 시간 동안 가볍게 읽을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제 위치로 돌아올 때까지 한 권을 다 읽지 못했다.
베트남으로 가는 비행기에서는 졸린 눈으로 드문드문 읽었으나,
다시 돌아올 때는 새벽이었기에 눈을 어둠 속에 묻어버렸기 때문이다.
입국할 때는 이 책을 남자친구 가방에 넣어두었단 사실을 깜빡했기에 입국하고 하루 뒤에 건네받았다.
책을 건네받으며 들었던 생각은, 제목처럼 달나라를 갔다 왔구나,였다. 나보다 더 많은 곳을 다녀온 여행자처럼 느껴졌다.
표지가 예쁘다. 달이 뜨는 시간인지 지는 시간인지는 가늠할 수 없지만
표지 속의 하늘은 다양한 색을 보여주고 있으며 달만이 내가 알고 있는 노란빛을 뽐내고 있다.
절로 눈이 가는 예쁜 표지를 보고, 당연히 깊은 밤 허전한 맘을 달래주는 감성적인 문구가 가득할 것이며
작가 또한 나와 비슷한 여성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책의 날개에 그려진 작가의 일러스트를 보고 틀렸음을 깨달았다.
속았다! 싶으면서도 표지와 날개를 번갈아보며 작가의 이름을 다시 확인하던 나는
책 속에 담긴 이야기도 예상치 못한 내용이 담겨있을 것 같아 그새 흥미가 생겼다.
이 책은 서문과 일러두기에 적혀있듯이 2007년에 적은 작가의 단편적인 소신에 지금의 이야기를 가미하여 적은 에세이다.
교육칼럼집을 제작할 요량으로 썼던 글을 지금 책으로 내놓으면서 작가는 그때의 소신은 달나라로 가버렸을지도 모른다며 말하지만,
나는 그 말에 추운 겨울 뜨끈한 아랫목에서 할머니로부터 따뜻함을 가진 옥수수를 건네받는 것 같은 정겨움을 느꼈다.
시간의 정체를 느끼지 못할 수준의 글에 나는
이 글들이 교육칼럼집으로 나오지 않고 내 눈앞의 책으로 발행된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설령 작가의 소신이 달나라에 갔을지라도.
어렵지 않다. 읽기 쉬운 글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쉽다는 말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어렵지 않다고 적어본다.
언뜻 일기 같기도, 사설 같기도, 소설의 일부분 같기도 한 이 글은 이제껏 봐왔던 에세이와는 모습을 달리한다.
작가도 이 글이 걸쳐져있는 경계가 애매하다고 하지만 나는 이 글이 좋다.
일기 쓰듯이 내 일상의 한 부분으로 시작하여 점차 하고 싶은 말에 도달하듯 이야기를 넓혔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짬 나는 시간에 읽어도, 잠들기 전 잠깐 읽어도 서로 미련 없이 덮을 수 있는 읽기 쉽고 단편적인 글.
그렇다고 하늘을 날아다니듯 가볍지는 않고, 멀뚱히 잠자코 바라보게 되는 달과 같은 글.
좋다. 다양한 소제목으로 이야기마다 주제를 달리했지만 그의 중심은 가족이었기에
거의 대부분 가족과 함께한 일상으로 말문을 연다.
10년 전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그때의 글이나 그 글의 뒤에 이어진 지금의 글이나 가족에 대한 마음은 여전하다.
10년 전에 썼던 가족과 함께한 일상을 읽으며 작가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지 궁금해지는 참이다.
소신이라고 적힌 제목에 주장이 강하거나 본인의 생각만을 나열한 글이라 생각했다면 오산!
소신은 달나라로 갔고 글만 이곳에 남았다며 수줍게 건네주는 선물 같은 책, '달나라로 간 소신'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