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없이 홀가분한 죽음 - 고통도 두려움도 없이 집에서 죽음을 준비하는 법
오가사와라 분유 지음, 최말숙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올해 여름은 집 안에서 울리는 전화 소리에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여야 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외할아버지가 쓰러지셔서 병원으로 옮겨졌고, 엄마는 매일 외할아버지의 상태에 대해 형제들에게 전화로 묻고 전화를 받았다.
호전되었다는 소식에 엄마와 기차를 타고 병원에 가서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안심하고 돌아왔지만
다음날은 정신을 잃으셔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조부모와 외조부모의 존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겁이 났고
엄마는 아버지의 죽음을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올해 여름을 넘기지 못할 거라는 주변의 말에 우리는 마음을 졸이며 걸려오는 전화 소리에 긴장을 해야만 했다.


기적이라고 했다.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점차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키는 외할아버지의 모습에
병원에서는 기적이라고 했고 죽음을 염두에 두고 있던 우리에게는 여름에 있었던 일들이 꿈인 듯 여겨졌다.
여름을 지나 겨울에 머물고 있는 지금, 외할아버지는 집으로 돌아가 외할머니와 함께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신다.
죽음에 대해 한없이 가깝게 느꼈고 많이 생각했던 올해였기에 '더 없이 홀가분한 죽음'이라는 책 제목을 봤을 때,
죽음을 겪어야 하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받아들여야 하는 가족에게도 홀가분한 마음을 내어줄 것만 같아 책을 펼쳤다.


이 책은 오가사와라 내과를 운영 중인 작가의 실제 사례를 적어놓았다.
오가사와라 내과에서는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 연명치료를 위한 병원 입원보다
몸도 마음도 편안히 쉴 수 있는 집에서 고통 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하는 재택 호스피스 완화 케어를 제공하고 있다.
말기 암 환자의 재택 임종 비율이 95%라는 수치를 보면 오가사와라 내과에서 재택 의료 보급에 힘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병원에서 죽음을 맞는 것과 집에서 죽음을 맞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었지만
죽음 자체보다는 어떤 죽음을 맞이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책의 문구에 죽음을 앞둔 사람의 마음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재택 의료에 대한 작가이자 의사인 오가사와라의 자부심이 만연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본에서 시행하는 완화 케어는 암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는 것을 얼마 남지 않은 페이지에서 읽었을 때,
삶보다 죽음에 가까운 환자를 접하면서 떠나보내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고

어떻게 떠나보낼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겉으로 보면 재택 호스피스 완화 케어를 말하고 있지만

속을 보면 환자의 몸과 마음이 안정되는 곳에서 고통 없이 눈을 감을 수 있게 하자는 마음이 담겨있다.
이것이 떠나는 사람에게도, 보내는 사람에게도 서로 더 없이 홀가분한 죽음이 아닐까.


갑작스러운 죽음보다는 자연스러운 죽음에 다가갈 수 있도록 생각하게 만드는 책, '더 없이 홀가분한 죽음'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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