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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 13년 연속 와튼스쿨 최고 인기 강의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지음, 김태훈 옮김 / 8.0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 1학년 동아리에 들어 첫인사를 하는 날, 선배님들이 살아오면서 제일 힘들었던 일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하라고 했다. 그 때 나의 답은 "무언가를 선택할 때가 제일 힘듭니다."였다. 그냥 그 순간 나온 대답이지만 살아가며 두고두고 명답을 했다는 생각을 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서는 매일 매일 협상의 연속이다. 그 전에도 협상이라 느끼지는 못했지만 분명 많은 일들이 있었을텐데, 아이들과 늘 협상을 한다.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까진 그 행위들이 협상이라 생각지도 못했다. 선택만큼 자주해야하고 선택만큼 힘든 협상이다. 그래도 아직까진 생각은 많이 해야해도 아이들과의 협상은 즐거운 시간이다. 협상에 관한 책을 읽는다니 9살난 둘째가 그런다. "엄마, 나랑 협상해봐요...." 자긴 잘 할 수 있다고 했다.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제목이 눈길을 사로잡지 않는가? 나만 그런건가? 난 항상 양보하는 쪽이었다. 굳이 얻어내야할 이유가 그리 자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양보해도 별 문제 없었기 때문에 '내가 좀 손해보면 다 좋은걸..' 그러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가며 내가 손해본 것, 손해 보았을지도 모르는 것들이 마구마구 떠올랐다. 한 예화씩 읽어가며 떠오르는 일들이 자꾸 생겨서 책 읽기가 본의 아니게 더뎌졌다. 머리 속에 생각풍선이 가득하게 하는 책이다. 또 그래야 될 것 같다.
규모가 큰 협상에서부터 소소한 일상 속에서의 협상까지 정말 많은 예화와 함께 설명되고 소개되고 있다. 처음 읽을 때는 '맞어.맞어.' 하며 읽다가 중간쯤 가서는 '어? 그거 그렇게 요구해야하는 거였어? 그게 가능해?', 마지막 즈음엔 '정말 그런 것까지 다 따지고 협상해야하는거야? 그럼 너무 답답하잖아.' 소소한 생활 속의 협상까지 자세히 나와있기에 그런 마음들이 들었나보다. 그만큼 협상을 통해 금전적인 이득이나 혜택을 생활 속에서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선 협상에 이르는 나와 상대의 '감정'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이야기를 한다. 내가 감정적으로 대하면 나에게 마이너스이며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행동을 했을 때, 원했던 것 이상의 것이 돌아올 수 있다고 책 구석구석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를 왜 책으로 썼을까? 하긴 아직도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긴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 힘으로 누르려는 사람도 많긴 하지만, 정녕 남들은 모르는 저자만의 특별한 협상법이라 자신할만큼 그런 사람들이 적었나? 글로 쓰고 강의하는 사람이 없었을까? 포인트인 이 방법을 쓰기 위해선 상당한 자기 관리와 감정을 콘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할듯했다. 생각해보니 생각도 쉽지 않고 행동하긴 더 쉽지 않은 방법이 맞긴 맞는듯하다. 하지만 그 효과는 저자가 자신할만큼 제대로 쓰면 좋긴 할듯하다. "내 협상법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감정을 활용한다.올바르게 협상에 임하는 사람이란, 감정을 절제하는 동시에 충분히 인간적이라는 사실을 전제로한다."(p130)
협상시에 '표준'을 잘 이용하라고 한다. "표준은 의사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관행이나 정책 혹은 참고 사항을 말하며 이는 선언, 약속 혹은 보증의 형태로 구체화된다.(P88)" 아마도 표준을 이용하면 응대하는 상대방에게도 일을 처리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말 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 아닐까? 표준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려면 많은 것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기업간의 협상이라면 미리 잘 알아보는 것이 좋을듯하다.
협상을 할 때 '예외'는 없는지 자신이 그 예외에 속할 수 있는지 물어보라했다. 예외는 예외일 뿐이라 생각했지, 나를 그 예외 속에 넣을 수 있을거라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예화에 따르면 내 생각과는 달리 예외의 경우를 적용받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세상 사람들의 숱한 도전에 비해 적은 성공률, 이 강의를 들은 사람들의 특별한 성공률을 적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읍아수유(泣兒授乳)라 했던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냥 넘어가지 말고, 꼭 말하라. 말하지 않음 얻을 수 없고 말 하는 자는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의 협상법을 따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전체적인 맥락이다.
이 책에서 또 자주 언급되는 단어는 '프레이밍'이다. "프레이밍이란 상대에게 정보를 제시하는 방법. 즉 표준을 제시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뜻한다. 이때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특졍한 표현으로 말하는 것이 프레이밍의 핵심이다.(P93)" 협상의 구체적인 스킬(skill)을 말하는 듯하다.
저자의 협상론을 함축하는 세 가지 질문 "1. 당신의 목표는 무엇인가? 2. 상대방은 누구인가? 3. 설득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p30)
신뢰와 관련하여 명심해야할 사항, 상대방과 갈등이 생기면 자문해 볼 질문, 효율적인 의사소통의 기본적인 요소, 감정적인 사람을 상대하는 방법, 개인적 성향에 따른 스타일, 원하는 것을 얻는 협상 모델을 위한 열두 가지 전략, 직장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유형의 사람들, 가족기업과의 협상에서 교려해야 할 사항(나의 경우 이 부분은 미처 고려해보지 못한 이야기였다.),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적절한지 판단하는 데 필요한 질문들 등을 사이사이 정리도 해놓았다.
글로 적어보자니 끝도없다. 재미있는 책을 꽤 여러날 읽어야했던 이유가 아닐까싶다. 책 뒷부분엔 봉인된 요약본이 들어있다. 출판사의 센스가 돋보인다. 요약본만 봐서는 프레이밍을 제대로 할 수 없을듯하다. 다양한 예화 속에 잘 소개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화 정말 많다. 예화의 상황이 닥쳐도 난 그렇게까지 다 찾으려 할 것 같진 않지만, 그런 일을 꼭 해야하고 닥쳤을 때 생활 속에서 아주 유용할듯하다. 협상을 두려워하지도 말고 포기하지도 말자. 공적인 큰 규모의 협상을 해야만 하는 분이라면 협상의 방법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집에도 협상의 달인이 있다. 글 앞에서 이야기했듯 둘째가 있고. 남편이 있다. 회사분들을 뵈면 이구동성으로 협상의 달인이라 그런다. 남편의 방법도 이와 같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