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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 사람혁명 - 상대를 내 사람으로 만드는 힘
신동준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두 아들의 엄마가 되고 아들들을 키우면서 삼국지를 읽었다. 적어도 아들의 엄마라면 삼국지 정도는 함께 이야기할 수 있지 않아야할까라는 막연함으로 읽었다. 상상한 것만큼 다이나믹한 내용이 아니었다. 내가 너무 많은 상상을 했을까? 삼국지의 명성이 명성이었던 만큼 기대가 컸던 모양이다. 유비란 인물 또한 그리 매력적이긴 커녕 명분만 가지고 버티는 유약한 인물로만 보였다. 긴 책에서 내가 놓친 것들이 많아 그런 것인가 싶어 다시 한 번 더 잡아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중이었다. 하지만 조조는 매력적이었다. 이 책을 통해 삼국지에서 조조부분만 떼어내어 집중탐구를 하는 듯한 재미가 있다. 삼국지의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했는데도 삼국지를 그래도 한 번 읽었기에 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하다. 잊었던 기억들이 고리가 되어 떠오르게 되니까.
책의 표지에 "상대를 내 사람으로 만드는 힘"이란 부제가 있는데, 다른 자기계발서와 다른 점은 단순히 상대를 내 사람으로 만드는 기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조조에겐 인재를 얻고 활용하는 '득인(得人)과 용인(用人)'의 지혜가 있다했다. 그 득인과 용인의 지혜가 단순한 스킬이 아니라 조조라는 사람의 됨됨이에서 출발하는 것이기에 책 한 권을 통해 조조라는 인물을 탐구한 것이 아닌가싶다. 그리고 조조는 뼛속까지 리더인 사람이다. 이 책을 읽을 때는 리더의 마음으로 읽는 것이 좋을듯하다. 내려다 보면 보이는 것이 올려다보면 보이지 않거나, 내 것일 수 없다고 지레 마음을 접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흉내 내는 것만으로도 그 효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신하들의 말을 골고루 경청하되 결정은 스스로 신속하게 내릴 줄 아는 지혜 그것이 조조의 리더십이었다."(p36) 경청은 하되 결정을 신속하게 내리지 못하는 지도자. 경청도 하지 않고 결정만 신속하게 하는 지도자. 우린 너무나 많은 그런 지도자들을 보아왔다.
조조는 실력있는 인재를 어떻게 더 많이 등용할 것인지, 곁에 둔 인재들로부터 어떻게 최고의 충성을 얻어낼 것인지 늘 생각했다한다. 충성은 강요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인재의 실력을 알아보고 등용하고 인정하고 널리 써주며 믿어줌으로 돌아온다고 한다.적이라 할지라도 인재는 스카우트하고 인재를 찾아나서고 자신을 모욕한 자라도 인재라면 받아들이고 인간적인 실수는 눈감아주며 함께 할 수 없다면 죽이는 단호함과 함께 공을 인정하고 베풀줄 아는 자세가 인재들을 조조 곁에 머물게한다고 했다.
사랑받는 리더는 아니었지만 두려움과 고마움 사이에서 자라난 충성심은 부하들을 더 강하고 겸손하게 했다한다. 두려움과 고마움 사이를 조절한다는 것, 참 무서운 사람이었구나 싶다. 생각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인기있는(?) 나쁜남자도 이런 맥락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앞 문장을 적으며 문득 떠올랐다. 조조가 매력적이란 생각이 자꾸 들어서인가보다. 그러고보니 영웅곁에 여자 이야기가 없구나. 삼국지에서도 그랬나? 기억이 안난다.
조조가 원했던 다섯 가지 인재상 첫째, 출신이 미천하나 나라를 흥하게 만들 재주를 가진 인물. 둘째, 비록 적이기는 하나 나라의 패업을 이룰 수 있는 인물. 셋째, 명성은 높지 않으나 치국의 재주가 출중한 인물. 넷째, 오명을 뒤집어쓰고 사람들의 냉소를 받았으나 왕업을 이루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할 만한 인물. 다섯째, 비록 어질지 못하고 불효하지만 용병술에 뛰어난 인물. 조조의 인재상을 읽으며 '그래서 가능했구나.' 싶었다. 조조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을 찾은 것이 아니었다. 필요한 자리에 적합한 능력을 갖춘 이를 찾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조조의 능력으로 조절하고 덮어주며 인재를 사용하였던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목적이 세인 존경을 받는 것은 아닐진데 우리는 도덕적으로도 완벽하고 능력도 완벽한 사람을 원한 것을 아닐까? 그래서 그들은 목적을 위해 도덕적으로 완벽한 척 하려 갖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아닐까? 인간적인 면모로 부족함을 인정하는 대신 능력을 극대화로 이끌어내는 방법은 안되는 것일까? 너무 안일한 생각일까? 본인은 완벽하지 않으면서 완벽한 사람을 원하는 이유는 뭘까? 그런 사람은 없는데...없는 줄 알면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희망사항인가? 질투인가? 어릴적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위인전을 읽기 시작할 때쯤 알았다. 위인이라 불리운 사람들도 자기 일에서만 위인이었지 오히려 인간적인 면모는 많이 부족했다는 것.
글을 적다보니 조조의 가장 뛰어난 점은 적재적소 배치가 아닐까싶다. 나름의 장단점을 가진 이들을 적재적소 배치해 능력을 발휘하게 하면서 자신의 그늘로 덮고 조정할 수 있었던 것. 거스리고 싶지 않으면서 다가갈 수 없는 두려움이 살짝 느껴진다.
"귀 기울여 듣는 것도 능력이다. 잘 듣는 것과 쉬 믿는 것은 다르다. 잘 듣고 잘 판단하는 것이 리더의 능력이다."(p118) 여기서 "잘 듣는 것과 쉬 믿는 것은 다르다."라는 말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기 위해 믿줄을 쳐두었다. 조조의 장수들이 원소와 내통한 기밀문서를 불태우고 용서하며 한 말 중에 "내가 더 강해지면 해결될 일이로다."가 눈에 띄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매이션 원피스의 주인공 밀짚모자 루피가 떠올랐다. 자신이 해야할 일도 잊지 않는 리더. "능력은 능력대로 중하고 원칙은 원칙대로 중하다."(p144)이 말도 내 눈을 잡았다.
상대를 내 사람으로 만드는 조조의 힘과 방법에 대해서 잘 정리해 놓은 책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그런 능력과 지혜를 가질 수 있었는지 그 배경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 우리는 조조가 아니라 조조의 성품과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앞서 리더의 입장에서 이 책을 읽었으면 했던 것이다. 방법을 익히기는 쉽지만 그 마음까지 익힐려면 꽤 노력해야할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