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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 일주 - 쥘 베른 컬렉션 04 ㅣ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4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떠나고 싶어 온 몸이 근질근질거리던 얼마전, 지금 당장은 못 떠나니 책으로라도 떠나보자는 생각에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읽기 시작했다. 어렸을 적 책으로도 읽고 만화로도 봤던거 같은데 어렴풋한 분위기만 기억에 남아있지 자세한 내용은 하나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우선, 책은 속도감 있게 아주 잘 읽히고 필리어스 포그 일행이 떠나는 여행 또한 아주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욕망을 더 부채질만 하는 듯한 기분... 그러나 이제 머리좀 굵어졌다고 그 여행이야기가 단순히 재미로만 다가오지는 않았다. 필리어스 포그가 여행을 떠나게되는 19세기는 제국주의 열강들이 세계 각국을 지배하고 있던 시절이다. 필리어스 포그 또한 영국인으로 가진자의 입장이었고, 그가 가진 국적과 그의 재력은 그가 여행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데 때때로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된다. 그리고 세계 여러나라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자기 중심적인 면이 많이 보인다. 당시 시대에서 쥘 베른이 이런 면까지 비판적이 못했던 것은 별 개의 문제로 보더라도, 현재의 시점에서 이 글을 읽는 나까지도 그 점을 그냥 보아 넘길 수는 없는 일.
그리고 개인적인 취향으로 보자면, 필리어스 포그보다는 그의 하인으로 여행에 동행하는 파스파르투에게 더 호감이 간다. 필르어스 포그가 나름대로 공명정대하며 정확하고 의로운 면이 있지만 그의 여행하는 태도는 맘에 안 든다. 아무리 80일안에 여행을 완수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지라도 처음보는 그 수많은 풍광과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앞에서도 그렇게 젠틀맨인 척 하다니... 파스파르투처럼 흥분하기도 하고 열광하기도 하면서 실수도 하는 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이렇게 상반되는 두 인물이 더욱 작품에 재미를 불어넣어주기는 하지만 말이다.
(평점은 별 세개 반을 주고 싶은데, 그렇게 못하니 그냥 세개를 주겠다. 다른 분들이 다들 점수를 높게 주신 것 같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