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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ㅣ 청목 스테디북스 24
윤동주 지음 / 청목(청목사)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어릴 때는 (물론 지금도 어리지만) 원하는 것이 있으면 노력해서 이루면 되고, 꿈은 내가 열심히 한다면 얼마든지 이룰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고등학교 졸업 할 때까지 별 어려움없이 자랐기에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방해 혹은 고난이 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자각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현실 앞에 어떻게 굴복할 수 있는지를 하나 둘 깨닫기 시작한 지금, 다시 읽는 윤동주의 시들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윤동주는 일제치하의 그 암울했던 시대를 살아가면서 자신의 나아갈 길에 대해 수없이 고민하고 방황하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의 부끄러움을 떨치고 양심의 명령에 따라 순수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놓지 않았다. 버거운 현실 앞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살아가는 시대와 자신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제서야 나는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기에 더욱더 그의 시들을 한편 한편 읽어나가면서 그렇게 가슴이 떨렸나 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워지기도 했다. 먼 훗날 내가 더 나이 들어서 다시 윤동주의 시를 읽게 되었을 때, 아무 감동도 느낄 수 없게 된다면 그의 부끄러움이 그저 젊은날의 치기로 여겨지게 된다면 어떻게 할까. 그저 현실에 순응하고 꿈을 잃어버린채 고민도 없이 그저 그렇게 하루를 살게 된다면 어떻게 할까.
결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정말 죽는 날까지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죽어가는 모든 것을 사랑하려고 노력은 하는, 바람에 스치우는 별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으면 한다. 적어도 부끄러움조차 못 느낀다거나 부끄러움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치는 않으며, 반성하고 고민하고 끝까지 실천하려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그럴 수 있기를 윤동주의 시를 읽으며 다시 한번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