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관율의 줌아웃 - 암울하고 위대했던 2012~2017
천관율 지음 / 미지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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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회피 편향은 보편 원리에 대한 지지로이어지기 쉽다. 비례 원리를 밀고 나가다보면심대한 불평등도 용인하는 결론이 나오는데, 불평등한 사회에서 언제라도 나락에 떨어지기 쉽다는 위험은 불평등한 사회가 제공하는 기회보다 더 크게 다가온다.
이 위험을 회피하려면 더평등한 사회를 지지해야한다. 이 본능적 아이디어를 고도의 정치철학 원리로 승화시킨 고전이 존 롤스의 『정의론』이다.

1사분면의 세계는 다양성을 존중한다. 결과의 평등이 불러올 획일화는 거부한다. 그것은다양성에도나쁘다. 하지만 재능과 운이 불균등하게 나눠진 상태에서는 어느 정도 결과에 개입하는 것이 더 정의롭다고 믿는다. 즉 기회의 평등을 더 폭넓게 해석하는 사람들이다. 미국에서는 이들을 리버럴이라고 부르고, 유럽에서는 사회민주주의자라고 부르는 것 같다. 두 이념은 1사분면 안에서 위치가 좀다르기는 하다. 리버럴이 사회민주주의자보다는더 다양성을 다루는 데 익숙하면서, 결과에는 덜개입하려 드는것 같다. 하지만 어쨌든 둘 다 1사분면에 있다.
나는 1사분면 세계관이 더 정의로워서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우리 공동체에 더이익이라고 믿어서 선호한다. 기회의
‘실질적 평등은 중요하다. 그것은 자유방임만으로는 제대로 달성할 수 없는 목표다. 자원과재능과운이 불균등하게 분포하기 때문이다.
기회의 실질적 평등이 있으면 우리 사회는 더많은재능을 발현시킬 수 있다.

또 기회의 실질적 평등은 사람들이체제의 정통성을 더 기꺼이 받아들이도록 해준다. 정통성을 인정받는 체제는 더 잘 작동하고, 목표를 추구할 때 갈등 비용을 덜 들여도 된다.
이 역시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이다. 기회의 실질적평등이라는 의미로 말한다면, 평등은 자유와 상충하지 않는다. 오히려 평등이야말로 더많은 자유를만들어내는 열쇠다.

업샷의 설명은 이렇다. 여론은 인간의 기본권을 최우선으로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낙태는 산모의 건강권 · 선택권과 태아의 생명권 (태아를 사람이라고본다면 더 강력해진다)이라는
‘권리의 충돌로 이해된다. 반면 동성혼은 오직동성애자의 권리를 확장할 뿐 다른 누구의 권리도 빼앗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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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진리‘에 대한 논의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진리가 무엇인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그에 대한 상반된 태도가 있었다. 절대주의는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가 존재한다는 입장이고, 상대주의는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단일한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특히진리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는 회의주의도 있었다. 진리에 대한 이 세 가지 태도는 모든 학문의 기본적인 틀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틀을 기준으로 이번 장에서는 철학의 역사를 살펴보았다. 절대주의의전통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서 시작되어 중세의 교부철학과 실재론을 거쳐 근대 합리론으로 이어졌다. 반면 상대주의는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출발해 중세의 스콜라철학과 유명론을 거쳐 근대 경험론에 와서 닿았다. 합리론과경험론을 종합한 인물이 칸트이고, 이후에 헤겔과 마르크스가 이를 이어갔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하이데거가 존재를, 비트겐슈타인이언어를 탐구하며 절대주의와 상대주의의 담론을 이어갔다.
회의주의는 철학사에서 대체로 환영받지 못했으나, 소피스트에서 쇼펜하우어, 니체, 실존주의로 이어지며 결국 현대의 포스트모던이등장하는 사상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성이나신, 국가나 전체보다 개인의 개체성과 주관성에 집중한 회의주의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이념과 사상이 등장하고 공존할 수 있는 열린 장을 제공한 것이다.

두 번째 여행지, 과학이 끝났다. 과학 역시 진리에 대한 세 가지 관점인 절대주의, 상대주의, 회의주의를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다만 [철학] 파트에서 세 관점이 균형 있게 등장한 것과는 달리, 과학은 전반적으로 절대주의적 측면을 강하게 띠고 있었다. 그것은 과학탐구 자체가 세계에 대한 확실성을 얻고자 하는 목적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적 아래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는시기에는 객관적 검증과 수학적 근거를 토대로 절대주의적 태도가 이어졌다. 특히 갈릴레이부터 뉴턴을 거쳐 아인슈타인에 이르는 근대 과학은 인과법칙에 따른 수학적 필연성을근거로, 존재자부터 관계에 이르는 세계의 실상을 파악하고 예측하려 했다.
반면 현대에 등장한 양자역학은 미시 세계가 수학적 필연이 아닌 개연적 확률에 의존하고 있음을 밝혀냄으로써, 이를 근거로 불확정적인 세계관을 제시했다. 이런 측면에서 양자역학은 근대 과학에 비해 상대주의적인 측면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과학에서의 회의주의는 과학철학의 분야에서 제시되었다. 쿤은 패러다임의이동을 과학사를 기반으로 분석함으로써 실제의 과학이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논박의 과정이 아니라 정치적인 권력 투쟁의 과정에서 변화되어왔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결론이 의미하는 것은 이제 과학이 믿을 수 없는 무엇이라는 게 아니라, 과학적 확실성에 대한 맹목적믿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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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톨 프랑스는 이런 말을 했다. "우연이란 신이서명하고 싶지 않을 때 쓰는 가명이다." 우리는구체적인 원인 없이 무작위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을우연이라고 부른다. 어쩌면 원인이 있는데도 우리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막연히 우연이라고 부르는것일지도 모른다. 이 세상은 명확한 법칙으로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로 가득하며, 따라서 우연적인사건을 기술하는 확률과 통계에 익숙하지 않으면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확률적으로 충분히 일어날수 있는 사건이 재수나 인연이라는 이름으로둔갑하거나, 확률에 관한 오해가 살인자를 무죄로풀어주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메릴린의 설명에 따르면, 애초에 당신이 선택한문에서 자동차가 나올 확률은 다른 문에 염소가 있다는 것을 보든 안 보든 3분의 1이다. 따라서 당신이처음 선택했던 문을 그대로 고수한다면 자동차를갖게 될 확률은 3분의 1이다. 그러나 주어진 하나의 상황에서 모든 확률을 더한 값은 항상 1이어야한다. 따라서 당신이 2번 문으로 선택을 바꾸었을때 그곳에 자동차가 있을 확률은 3분의 2가 된다.
다시 말해 선택을 바꾸면 확률이 더 높아진다.

이러한 특성은 비단 심장의 운동에서만 찾을 수있는 것이 아니다. 불규칙적인 곡선을 그리는 건강한사람의 뇌파도 혼수상태에 빠지면 단순하고 주기적인 모양으로 바뀌고, 건강한 사람의 불규칙하고예측 불가능한 백혈구의 농도도 백혈병에 걸리면그 수치가 일정하고 규칙적으로 변한다. 결국생명체는 질서정연한 방식으로 규칙적인 운동을수행하는 정적인 시스템이 아니라 불규칙하지만유연하고역동적인 상태를 통해 급변하는 환경에적응하는역동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왜 많은 운전자들은 옆 차선의 차량 속도를 과대평가하고 자기 차선이 더 느리다고 생각할까?
이것은 심리적 요인 때문이다. 대부분의 운전자는자기가 옆 차를 추월하는 경우보다 추월당하는 경우에 더 강한 심리 반응을 보일 뿐 아니라, 운전자의 시야가 주로 전방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추월한 차는 금방 시야에서 사라지지만 자기를 추월한 차는 더 오래 시야에 남아 있어 이런 착각을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운전자들이 이렇게 착각하는 데는 물리적인 원인도 있다. 도로에 2개의 차선이 있는데 양쪽모두 옆 차선과 비교해서 막히는 구간과 잘 빠지는구간의 길이가 같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내차선이 잘 빠지는 구간에서는 차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빨리 통과해서 그 구간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지만,
내 차선이 잘 안 빠지는 구간을 통과하는 데에는 더많은 시간이 걸리므로 운전자는 늘 내 차선이 더 느리다고 느끼게 된다. 결국 똑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운전자들에게는 ‘내 차선이 더느리다고 느껴지는 시간이 더 빠르다고 느껴지는시간 보다 길다.
이 때문에 차선을 바꾸고 나면 원래 차선이 더 빨라 보요 후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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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30일생 소설NEW 1
김서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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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30일생,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짙은 파란색 커튼 밑에 흰 다리와 붉은색 구두로 표현된 여성의 주검이 내용과 분위기를 동시에 암시하는 듯하다. 작가의 전작을 재미있게 읽은 터라 이번 책도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결과는 대만족. 전작보다 이야기와 인물도 풍부해지고 미스터리도 강화되었다.
김서진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지만, 재력과 권력을 가진 나이 많은 남성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전작에도 그런 인물이 주인공의 시아버지로 등장하고 이번 작품에서도 화자의 할아버지가 이야기의 중심 인물로 등장한다. 인물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평가를 떠나 사회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을 가진 인물들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가 보여주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이야기 전개도 재미있지만 흥미로운 인물들을 보여준다는 것이 이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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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 - 2014년 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이동원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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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인력이 대단한 소설이다. 군대 이야기라 책을 읽기 전에 살짝 걱정되었는데 읽기 시작하자 지루할 틈 없이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었다. 시나리오를 쓰던 작가라서 그런가..

 

이야기의 축은 하나다.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가 주인공 이필립을 찾아와 군 병원에서 일어난 병사의 자살 사건을 은밀하게 조사하라고 한다. 그 병사는 이필립이 두 차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만난 친구. 사건은 중간에 책을 내려놓을 수 없을 만큼 흥미롭게 전개되고, 중간중간 삶에 대한 작가의 통찰도 만날 수 있다.

 

군대에 가본 적이 없어서겠지만 그곳에서의 삶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 소설을 읽으며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세계에 놓이게 된 청년들이 어떤 느낌을 가지고, 그 안에서 지내며 어떤 생각을 할지 작가의 섬세한 시선 덕분에 공감할 수 있었다.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힘이 있고, 삶을 섬세하고 고유한 눈으로 볼 수 있는 작가가 다른 이야기는 어떻게 쓸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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