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진리‘에 대한 논의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진리가 무엇인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그에 대한 상반된 태도가 있었다. 절대주의는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가 존재한다는 입장이고, 상대주의는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단일한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특히진리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는 회의주의도 있었다. 진리에 대한 이 세 가지 태도는 모든 학문의 기본적인 틀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틀을 기준으로 이번 장에서는 철학의 역사를 살펴보았다. 절대주의의전통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서 시작되어 중세의 교부철학과 실재론을 거쳐 근대 합리론으로 이어졌다. 반면 상대주의는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출발해 중세의 스콜라철학과 유명론을 거쳐 근대 경험론에 와서 닿았다. 합리론과경험론을 종합한 인물이 칸트이고, 이후에 헤겔과 마르크스가 이를 이어갔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하이데거가 존재를, 비트겐슈타인이언어를 탐구하며 절대주의와 상대주의의 담론을 이어갔다.
회의주의는 철학사에서 대체로 환영받지 못했으나, 소피스트에서 쇼펜하우어, 니체, 실존주의로 이어지며 결국 현대의 포스트모던이등장하는 사상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성이나신, 국가나 전체보다 개인의 개체성과 주관성에 집중한 회의주의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이념과 사상이 등장하고 공존할 수 있는 열린 장을 제공한 것이다.

두 번째 여행지, 과학이 끝났다. 과학 역시 진리에 대한 세 가지 관점인 절대주의, 상대주의, 회의주의를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다만 [철학] 파트에서 세 관점이 균형 있게 등장한 것과는 달리, 과학은 전반적으로 절대주의적 측면을 강하게 띠고 있었다. 그것은 과학탐구 자체가 세계에 대한 확실성을 얻고자 하는 목적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적 아래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는시기에는 객관적 검증과 수학적 근거를 토대로 절대주의적 태도가 이어졌다. 특히 갈릴레이부터 뉴턴을 거쳐 아인슈타인에 이르는 근대 과학은 인과법칙에 따른 수학적 필연성을근거로, 존재자부터 관계에 이르는 세계의 실상을 파악하고 예측하려 했다.
반면 현대에 등장한 양자역학은 미시 세계가 수학적 필연이 아닌 개연적 확률에 의존하고 있음을 밝혀냄으로써, 이를 근거로 불확정적인 세계관을 제시했다. 이런 측면에서 양자역학은 근대 과학에 비해 상대주의적인 측면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과학에서의 회의주의는 과학철학의 분야에서 제시되었다. 쿤은 패러다임의이동을 과학사를 기반으로 분석함으로써 실제의 과학이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논박의 과정이 아니라 정치적인 권력 투쟁의 과정에서 변화되어왔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결론이 의미하는 것은 이제 과학이 믿을 수 없는 무엇이라는 게 아니라, 과학적 확실성에 대한 맹목적믿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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