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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하는 사람
텐도 아라타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왼 무릎을 꿇고, 오른손을 허공에 올리고, 왼손을 땅바닥에 닿을락 말락 하게 내려 여러 곳을 지나가는 바람에 가슴께로 나르는 시늉을 한 뒤 눈을 감고 애도하는 청년.
이 사람 보셨나요? 그는 지금 어디 있을까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왜 그런 일을 할까요? 그의 애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을까요?
목적이 뭘꺼요? 왜? 가족은? 돈은?
'애도하는 사람'을 읽기 시작부터 내 마음에 남은 질문들이다.
전국을 애도하러 다니는 이 청년, 시즈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가지고 읽게 된다.
그리고 시즈토의 주변머리 질문에서 더 나아가,
'억울한 죽음만?' '이런 범죄자도?' 애도의 경중,
선과 악을 넘는, 죽음에 대해 묻게 된다.
유난히 죽음 소식이 많았던 작년, 애도 물결은 잠시,
누군가의 죽음 소식에 둔해지고 감정도 메말라가고.
고인의 죽음은 뒤로 한채, 소문만 무성한 사연들.
그 사연들 속에 진정한 애도가 있었는가라는 생각에
딱딱한 마음이 부드러워졌다.
목격, 보호, 동반, 위선, 대변, 방관, 수색, 간호, 이해
총 9장으로 되어 있는 이 묵직한 장편소설은
텐도 아라타가 7년에 걸쳐 쓴, 이런 청년이 실제로
있길 바라는 마음에 썼다고 한다.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책을 덮으면서 이해가 된다.. 그리고 이 먹먹함은 무엇일까.
분노로 망자를 잊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상처로 떠나간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죽음을 막지 못해 자신을 탓하며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다.
죽음 앞에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시즈토를 위해 나는 애도하는 법을 진정으로 깨달았다.
아 왜이리 눈물이 나지.
누구에게 사랑을 받았나요?
누구를 사랑했을까요?
누가 그녀에게 감사를 표한 적이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