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의 기차 속 깊은 그림책 5
제르마노 쥘로.알베르틴 글.그림, 이주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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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울울할 땐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다. 그래도 해결 되지 않으면 좋아하는 낱말들을 떠올려 본다. 낱말들의 페이지엔 언제나 '토요일'과 '기차가 있다. 낱말 '토요일'과 '기차'가 모여서 <토요일의 기차>가 되었다. 더 꼼꼼하게 들여다 본다. 그림책을 멀리 한지 백만 년. 백만 년의 시간 너머에서 꾸물꾸물 기차가 달려온다.

 

기차는 기차답게 가로로 길다.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있게 앞 뒤 모양도 똑 같다. 구부러질 수 있게 분절이 있고 가장 중요한 풍경을 볼 수 있는 창이 나란히 나란히 나있다. 빛깔은 예쁜 애벌레색이다. 기차는 메트로폴리탄적인 직선의 도시에서 출발한다. 화려하고 각이 졌고, 수직으로 거침 없는 고층 빌딩 속에서 기차는 가로로 달린다. 달리지만 속도감은 없다. 페이지가 넘어갈 뿐.

 

 기차는 가만히 있는데 내 고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쉼없이 돌아간다. 장면은 끊기는 것 같지만 페이지는 페이지로 연결된다. 기차 안의 아이는 앉은 자리에서 가만히 움직이지 않는다. 기차는 공간을 이동할 뿐 달리지는 않는다. 기차는 흡사 떠 있는 듯 하다. 기차는 일상의 자잘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작은 마을을 지나, 공장 지대를 통과한다. 아이는 세상을 다 다녀보고 싶다 말하고 엄마는 그럴 수 없다고 한다. 아이는 여행이라는 것이 물리적인 공간 이동 만이 아닌 내 안을 여행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황량한 들판을 보며 깨닫는다.

 

 도시와 마을들을 지나면 습지가 나오고 강물이 흐른다. 풀밭엔 환상의 동물이 게으르게 풀을 뜯고 침엽수림을 지나면 온갖 꽃이 핀 들판이 하염 없이 펼쳐져 있다. 이탈리아 산골 마을 할머니댁에 내렸지만, 아이에겐 기차보다 더 긴, 긴 여정이 놓여있다. 아이는 세상을 다 가고픈, 갖고픈 꿈이 있다. 앞으로의 세상에 대한 불안을 아이는 극복하고자 선언한다. 할 수 있다고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모두는 불안을 안고 산다. 드러내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일뿐 모든 생명에는 불안이 깃든다.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한, 세상이 두려울 것이라는 불안이 있는 아이들에게 이 그림책은 밝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 줄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림책은 책장을 펼치는 순간 그 공간으로 들어가야 그림책을 '볼' 수 있다. 나는 여기서 아이가 탄 기차를 바라보지만, 실상은 내가 아이가 되어 기차를 타고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이 그림책이다. 아주 잠깐의 시간을 내어 새뜻한 그림들을 흘려 보았을 뿐인데, 근사한 환상여행을 끝낸 기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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