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이 사라진 섬 - 과학 그림동화 13 사이언스 일공일삼 6
다가와 히데오 지음, 마츠오카 다츠히데 그림, 양선하 옮김 / 비룡소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제목만 봐서는 어떻게 하면 생물이 사라지는지, 인간들의 행태를 고발한 책 일 것 같다. 하지만 표지에서 보여지는 죽음과 삶의 이미지가 역시나 ‘자연과 생명’을 다루고 있는 것 같아 구미가 당겼다. 책의 내용은 생물이 사라졌던 섬에 어떻게 생물이 살게 되었나, 화산 폭발이라는 자연재해와 그 이후 수 십년에 걸친 생명의 복귀과정을 비디오 강의를 하듯 차분히 설명한다.

왼쪽 페이지에는 안경 쓴 선생님이 나온다. 그리고 오른 쪽 페이지는 교수님이 설명하는 내용에 대한 비주얼적 자료가 나온다. 어쩌다 외국에서 제작한 질 좋은 비디오 자료들을 보면서 강의를 들을 때, 비디오 자료도 참 수준 높은데 강사도 정말 설명을 잘하는 구나‘ 할 때가 있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런 느낌이었다.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섬에서 백여년 전에 화산이 폭발했는데, 그 폭발 이후 섬의 환경변화를 장시간 관찰해서 기록한 보고문을 아이들의 정서에 맞게 간추렸다니 딱딱할 수 있는 자료를 섬세하고 따듯한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생물이 사라진 섬에서 식물과 동물이 정착하게 된 배경을 하나하나 짚어주는데 쉽고 재미있었다. 그림과 글이 조화를 이루고 글은 구어체라 직접 강의를 듣는 듯 실감난다. 안경 낀 선생님이 교탁 옆에 쌓아두고 있던 보퉁이와 상자에서 무엇이 나오는지 하나 하나 살피는 자잘한  재미도 놓칠 수 없고, 크라카타우 섬에서 살게 된 식물과 동물들의 그림도 실감나고 정감있다.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여서 내용에 집중하게 하는 부드러운 힘이 느껴진다. 선생님 뒤의 칠판에 그려진 간략한 그림과 세밀하게 그려진 그림의 조화 역시 사소하지만 치밀함이 느껴지는 구성이었다.


이 책은 생명과 소멸에 대해 상상력을 자극할만하며 화산과 지각변동 생물과 자연과학적 여러요소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단, ‘생물이 사라진 섬’이란 제목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측면에서는 성공했지만, 책의 내용 중 생명의 소멸이 아닌 탄생과 번식의 강조점을 둔 의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아쉽다. 글자의 양이나 활자의 크기는 초등3년 이상이 보면 적당하겠고, 더 어린 나이 아이들은 엄마의 무릎 위에서라면 충분히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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