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풍수 쪽박풍수
지종학.지영학.김남선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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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잦은 동네의 이동으로 새로운 기거지를 구함에 있어 


내게 맞는 '터'라는 게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겨났다.


나는 언젠가 지하 1층의 신축 원룸에서 살던 때 밤마다 몸에서 검은 개미가 기어 나오는 꿈을 꾸던 나날이 있었다. 


그때 역시 피곤하게 살아가는 하루하루긴 했지만 거의 매일을 그런 꿈을 꾸다 보니 자연스럽고도 부자연스럽게 신축 이전엔 도대체 집이 아닌 무엇이었던가? 동네 주변을 유심히 살피곤 했었고


상수동은 지대 자체가 낮기도 한데 신기하게도 그곳은 아주 오래전 우물 터였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알게 된다고 하여 수면의 질이 나아지거나 꿈이 사라지진 않아 힘들어하다 결국 다른 거처를 구해 이사했고 더 이상 벌레가 튀어나오는 꿈은 꾸지 않게 되었던 일이 있었다. 


8년도 지난 꽤 오래된 이야기지만 종종 비과학 속에서 혹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께 듣는 삶의 경험에서. 혹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의 어느 부분에서는 다른 이치가 작용하고 있지 않은가 싶은 의문의 들 때가 더러 있었는데 밝은 장소에서 밝아지고 어두운 날 울적해지는 본질적인 듯한 것들에 대한 궁금함이 많아졌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지리나 풍수를 잘 모름에도 오래전 시절의 풍광을 떠 올리며 어떤 사람들이 살았던가 돌아보고 그 시간의 역사를 찾아보는 일도 꽤 재미있다 여겨 좀 더 자세히 보기로 하였다. 


어쨌든 풍수 책을 고르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지만 제목보다는 목차에 끌려 도서를 선택하게 되었다.




목차와 내용 전체는 꽤나 다양하고 방대하지만 개인적으로 


<풍> 부분에서는 


'알기 쉬운 풍수지리 용어 배우기'와 '저기압은 우울증을 유발한다', '바람은 기를 빼앗는다' 그리고 


'사람은 집을 닮고 집은 사람을 담는다'.


<수> 부분에는 


'물길의 길흉 사례'와 '수맥이란 무엇인가' 


<지> 부분은


거의 모두가 생소하고 궁금했지만 '어느 건축가의 명당 실험'이라든가 '망자와 어느 가족의 꿈 이야기', '삼성그룹 선영과 이건희 회장 묘 터'의 내용이었는데 


악몽을 자주 꾸는 필자에게도 그렇지만 요즘 흥행 중인 영화 <파묘>를 보면서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 시기적으로 더 주목했던 것 같다. 


물론 영화는 그 특성상 이해와 해석의 요소가 다르지만 소재에 해당하는 '이장'이나 '묘 터'를 왜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는데 꽤 도움이 되었다. 


조상과 망자들의 삶이 살아있는 우리의 삶에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는 오랜 우리의 유교문화


과거의 역사가 있기에 우리가 있다는 사실적이면서도 기묘한 긴 세월의 이야기들을 '풍수지리'라는 또 하나의 관점, 새로운 시야로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 책은 늘 감사한 스승이다. 


그리고 


<리> 부분은 


'지형지세는 암 발생에 영향을 준다' 부분에 주목했는데 


유독 요양원이 많은 이 동네에 온 지금의 필자에겐 


실제로 건강과 삶에 직결된 해석에서 확실히 더 큰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책 <부자풍수 쪽박풍수> 제목만을 놓고 보자면 어쩐지 부자가 되려면 어떤 터로 가야 하는가 하는 단적이고 


다소 자극적인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실제로 책을 접하면 오랜 세월을 바쳐 풍수지리와 한국학 그리고 부동산학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공부한 내용들을 정리하였고 실제로 좀 더 다각적인 방면에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공저자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리고 가장 궁금했던 과연 물길은 무엇이고 바람이나 강들이 모이는 지점에서의 기운이라던가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풍수지리적 위치는 어디인가 하는 독자인 나 자신의 궁금함을 해소할 수 있어 좋았다. 


책 속에 소개되는 다양한 사례들은 국내 지명으로 바로 알 수 있는 사례도 있고 시대를 넘나드는 이야기와 


최대한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려 애쓴 대목이 많아 이 분야인들의 자부심도 슬며시 느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궁금해했던 배산임수와 기초적인 풍수지리 관련 용어의 이해와 여태 살아온 나의 집 나의 터를 대입해 보며 다른 각도로 삶을 해석해 보는 재미가 있다는 점이 좋았다. 


굉장히 습하고 해무가 많이 끼는 지금 사는 곳의 지리적인 궁금함이 비과학 안에서 또 한 번 이해되는 소소한 즐거움을 여러분도 만끽하시길 바라며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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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시절
루이즈 글릭 지음, 정은귀 옮김 / 시공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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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루이즈 글릭. 2023년 10월 내려온 세상을 거슬러 올라간 후에야 시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반짝이는 유명세에도 저로서는 다소 늦게 알게 되었지만 이런 시인들이 있기에 '시'는 여전히 총총 빛나고 있구나 싶었지요.

시집 <내려오는 모습>을 읽고서 그녀의 시를 모두 읽자 마음먹게 되었고 <일곱 시절>도 바로 보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같이 출간된 <협동 농장의 겨울 요리법>, <시골 생활>도 함께 말이지요.

시집은 손바닥만 한 높이에 아주 얇고 한 권을 사면 얇은 부록이 한 권 더 따라옵니다. (현재까지 읽은 루이즈 글릭의 시집들에 한 해)

가벼운 얇기와 무게 덕분에 짧은 겨울 여행 동안 손쉽게 가지고 다니며 읽고 또 읽을 수 있어 좋았지만

이 얄팍한 종의 낱장 수를 보면 한 권으로 했어도 될 걸 왜 따로 제작했을까? 하는 생각을 한 번쯤 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요.

부록 또한 필자의 서평처럼 완전히 하나의 다른 이야기로 부록은, 시집 속에서 내가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콕 집어내기도 하고 시를 음미하는데 큰 힌트가 되기도 합니다. 그녀의 시를 번역하기 위해 시인과 소통할 때도

한글로 옮기며 놓쳐 사라지기 쉬운 것들을 잘 매만지려 노력한 내용이 보이고 이 번역 과정에 대한 글 속에서 시를 대하는 마음과 옮긴이가 시인과 시에 대한 존경심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도 느껴집니다.

필자는 마지막 시집과 시골 생활을 먼저 읽었지만 <일곱 시절>이 최근 서평 한 루이즈 글릭의 두 시집 보다 순서상으로 먼저 출간되었습니다.

시집 <일곱 시절>은 루이즈 글릭의 나이 50에 쓰여진 시로 처음 그녀의 시를 읽었을 때 '꾸밈없는 꾸밈'이라고 표현했었는데 이번 시집에서 또 한 번 느껴지네요.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시간 그 또한 끝나는가?', '나는 꿈을 꾸었고 나는 배신당했다', '꿈속에서 지구가 내게 주어졌다, 꿈속에서 나는 그걸 가졌다' 시집의 제목과 동일한 첫 시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 중년의 시인은

잘 흐르는 시간도 잘 흐르지 않는 시간도 매만져 시간 안에서 일어나지 않았던 어떤 일들마저도 그려 드러냅니다. 다양하고도 무수한 많은 움직임들.

엮은이의 말처럼 그녀의 다른 시집 <내려오는 산>에서 제가 느낀 것처럼, 가정생활 속에 나타나는 가족에 대한 내용도 이번 시집에서 많이 보입니다.

그리고 사람과 기억, 이미지, 허무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불멸할 듯 타오르는 열망들 그 자체에 대한 묘사, 사랑 연인. 필자는 40이 되어 이제서야 조금씩 보이는 삶의 시절 인연과 감상들을 시인의 시선으로 한 시절 한 시절 만납니다.

한 때로도 불리는 무궁무진한 주제뿐만 아니라 위안과 일상처럼 흔하고 가까운 것까지도 다채롭게 담담하게 써 내려갔네요.

제목이 되는 시를 제외하고도 '감각적인 세상'과 '섬'은 여러 번 음미하고 더 다른 차원의 생각까지도 머물게 하게 하는 매력이 있는 시라고 생각됩니다. 작년 10월 이제는 여덟 번째 다른 시절로 건너간 그녀가 그리웁네요. 그곳에서도 영원 안에서 평안하시길 기도하며 글을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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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생활
루이즈 글릭 지음, 정은귀 옮김 / 시공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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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루이즈 글릭. 


2023년 10월 내려온 세상을 거슬러 올라간 후에야 시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반짝이는 유명세에도 저로서는 다소 늦게 알게 되었지만 이런 시인들이 있기에 '시'는 여전히 총총 빛나고 있구나 싶었지요. 


시집 <내려오는 모습>을 읽고서 그녀의 시를 모두 읽자 마음먹게 되었고 <시골 생활>도 읽고 싶어 선택했습니다. 


이번에는 같이 출간된 <협동 농장의 겨울 요리법>, <일곱 시절>도 함께 말이지요. 


시집은 손바닥만 한 높이에 아주 얇고 한 권을 사면 얇은 부록이 한 권 더 따라옵니다. (현재까지 읽은 루이즈 글릭의 시집들에 한 해) 


가벼운 얇기와 무게 덕분에 짧은 겨울 여행 동안 손쉽게 가지고 다니며 읽고 또 읽을 수 있어 좋았지만 


이 얄팍한 종의 낱장 수를 보면 한 권으로 했어도 될 걸 왜 따로 제작했을까? 하는 생각을 한 번쯤 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요. 


부록 또한 필자의 서평처럼 완전히 하나의 다른 이야기로 부록은, 시집 속에서 내가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콕 집어내기도 하고 시를 음미하는데 큰 힌트가 되기도 합니다. 그녀의 시를 번역하기 위해 시인과 소통할 때도


한글로 옮기며 놓쳐 사라지기 쉬운 것들을 잘 매만지려 노력한 내용이 보이고 이 번역 과정에 대한 글 속에서 시를 대하는 마음과 옮긴이가 시인과 시에 대한 존경심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도 느껴집니다. 



시집 <시골 생활>은 <일곱 시절> 이후의 시집으로 목차에서 엿볼 수 있듯 꽤 많은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흔들리는 차에서 <협동 농장의 요리법>을 먼저 읽고 여행 끝에 정말로 당도한 진짜 시골에서 읽는 <시골 생활>은 시골 사람들의 일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내용으로 시골에서의 삶과 미래를 생각 중인 요즘 필자의 처지와 겹쳐 더 각별했던 책이기도 합니다. '삼월', '밤 산책', '무화과', '올리브나무', '일출', '따뜻한 날' 등 시골 풍경의 모습들을 '천천히 머물며, 하나하나 세세하게 묘사한다'라는 그녀의 말처럼 더 익어 알알이 전해지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이번 시집 역시 수필가 다운 장문체의 시들이 대부분이고 글이 많이 놓여 있어도 읽음에 답답함이 없는 문장, 읊조리듯 대화하는 듯 그들의 일상을 목도합니다. 


첫 시 '황혼'은 시집을 짐작게 하려 배치된 것처럼 삶의 황혼을 응축해둔 시들을 엮은 것은 또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그녀의 시에서 빠질 수 없는 죽음에 대한 담담한 묘사는 그녀 인생 전체에 깃든 성찰이 모든 시에서 언뜻 언뜻 스며 나옵니다. 



어지러웠던 마음으로 이루지 못한 것이 많았던 그해 10월. 그녀는 떠나고 우리들은 남아 이 몇 편의 시들로 힘을 또 얻네요. 


겨울에 읽어 그런지는 몰라도 겨울에 읽게 되신다면 저마다의 따뜻한 봄을 기다리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린 시절 성장에서 느낀 감정이 비슷하다 느끼는 개인적인 이유만으로도 


그녀의 모든 시가 필자에겐 이유 있는 여운을 줍니다만 그럼에도 시집 속 마음에 남는 시의 부분을 조금 소개하며 글을 줄입니다. 

카페에서

in the Cafe

...중략...

그는 새로운 생의 문턱에 서 있다.

그의 눈은 빛나고, 커피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해가 지고 있지만, 그에게

해는 다시 떠오르고, 들판은 새벽빛으로 물이 든다.

장밋빛으로, 조심스레 머뭇거리며.

...중략...

p 30

종이 한 장

A Slip of Paper

...중략...

내 몸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우리는 대개 어머니나 할머니 보살핌 아래 자라지만.

그분들에게서 벗어나면, 아내가 이어받는다, 그런데 아내는 예민해서,

너무 멀리 가지는 않는다. 그래서 내가 가진 이 몸은

의사가 내 탓으로 돌리는 이 몸은 ㅡ 늘 여자들이 관리해 왔다.

그리고 내가 하는 말이지만, 여자들은 많은 걸 놓쳤다.

...중략...

여기 작은 문이 하나 있는데, 저 문을 통과하면

죽은 자들의 나라다. 산 자들이 너를 밀어붙인다,

자기들보다 먼저, 네가 거길 먼저 가길 원한다.

의사는 이걸 안다. 의사는 자기 책들이 있고,

나는 내 담배가 있다. 마침내

.... 중략...

p. 62 ~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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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 농장의 겨울 요리법
루이즈 글릭 지음, 정은귀 옮김 / 시공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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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루이즈 글릭.

2023년 10월 내려온 세상을 거슬러 올라간 후에야 시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반짝이는 유명세에도 저로서는 다소 늦게 알게 되었지만 이런 시인들이 있기에 '시'는 여전히 총총 빛나고 있구나 싶었지요.

시집 <내려오는 모습>을 읽고서 그녀의 시를 모두 읽자 마음먹게 되었고 <협동 농장의 겨울 요리법>도 바로 보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같이 출간된 <일곱 시절>, <시골 생활>도 함께 말이지요.

시집은 손바닥만 한 높이에 아주 얇고 한 권을 사면 얇은 부록이 한 권 더 따라옵니다. (현재까지 읽은 루이즈 글릭의 시집들에 한 해)

가벼운 얇기와 무게 덕분에 짧은 겨울 여행 동안 손쉽게 가지고 다니며 읽고 또 읽을 수 있어 좋았지만

이 얄팍한 종의 낱장 수를 보면 한 권으로 했어도 될 걸 왜 따로 제작했을까? 하는 생각을 한 번쯤 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요.

부록 또한 필자의 서평처럼 완전히 하나의 다른 이야기로 부록은, 시집 속에서 내가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콕 집어내기도 하고 시를 음미하는데 큰 힌트가 되기도 합니다. 그녀의 시를 번역하기 위해 시인과 소통할 때도

한글로 옮기며 놓쳐 사라지기 쉬운 것들을 잘 매만지려 노력한 내용이 보이고 이 번역 과정에 대한 글 속에서 시를 대하는 마음과 옮긴이가 시인과 시에 대한 존경심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도 느껴집니다.

책 <협동 농장의 겨울 요리법>은 루이즈 글릭의 13번째 시집이며 동시에 마지막 시집이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나지막한 톤의 시가 많고

'내가 하는 이야기라면, 이왕이면 존재에 대한 성찰을 담으면 더 좋겠어요. (p45)' 시구마다 드러나듯

그녀의 시집은 거의 그랬듯 죽음에 대한 성찰이 역시 이곳 저곳에 깃들어 있습니다.

'잔잔하게, 끝도 없이, 가을 바람에.' 같은 부분들을 보고 있으면 확실히 시를 오롯이 느끼고자 한다면

시인이 자신의 언어로 노래하는 언어일때 가장 그 음율이 살아나는 것은 또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원본과 같이 읽고 싶은 욕심도 피어났지요.

'고약한 거래였네요. 그녀가 말했다, 날개를 키스로 바꾸다니.' 처럼 뽐나는 표현도 속속 베어 있었습니다.

어쨋든 많은 부분이 정돈되고 정리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구절이 많았던 시집으로

담담한 듯 풀어가는 시상, 역시나 죽음과 삶에 대한 수없이 많은 고찰 그리고 어여쁨까지 시마다 흘러 나옵니다.

옮긴이 역시 그렇게 말하지만 사랑해 마지않는 그녀의 시집 중 어느 시집이 가장 좋은가 하는 질문은 의미가 없음에도 한 권씩 쌓여 갈수록 어떤 시집이 더 자주 떠오르는가와 한 권의 시집 속에서 어떤 시가 명진 하게 여운이 남는가 하는 질문 만큼은 종종 하게 되더군요. 레오의 <노래>라는 시도 좋았고 한 편 한 편 그녀의 시가 필자는 다 좋지만 2개의 시 <어떤 문장>과 <끝없는 이야기>의 일부를 소개하며 글을 줄입니다.



어떤 문장

A Sentence

다 끝났어. 내가 말했다.

왜 그렇게 말해. 내 여동생이 말했다.

왜냐면 내가 말했다. 끝나지 않았다면, 금방 끝날 거니까

그건 같은 일이야. 그리고 그렇다면,

시작하는 지점은 없어.

문장처럼 말이야.

하지만 그건 같지 않아, 여동생이 말했다. 이렇게 곧 끝나는 건, 아직 남은 질문이 하나 있어. 그건 멍청한 질문이야, 내가 대답했다.

p. 41

끝없는 이야기

An Endless Story

문장 절반을 넘기도 전에

그녀는 잠이 들었다. 그녀는 어느 아침

새가 되어 일어나는 어린 소녀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참이었다. 인생도 비슷해요.

... 중략...

그가 말을 이었다, 우리 다 이 방에서 숨을 쉬고 있어요 - 이게 바로 이야기를 잘 끝맺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가 덧붙였다, 경고하려고 이 이야길 하는지 사랑 이야기인지, 우리는 절대로 몰라요.

... 중략...

p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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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위한 정의 - 번영하는 동물의 삶을 위한 우리 공동의 책임
마사 C. 누스바움 지음, 이영래 옮김, 최재천 감수 / 알레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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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포함한 '동물을 위한 정의' 이보다 나은 제목이 더 없을 것 같습니다.


책<동물을 위한 정의>. 시대의 지성 중에서도 이름만 들어왔던 마사 너스바움(Martha Nussbaum)의 '동물'에 관한 주장과 그녀의 분석과 현실적인 사례가 담긴 책이라고 생각하니 꼭 읽고 싶었습니다.


반려동물, 가족, 애완동물 등의 이름으로 우리의 삶에 늘 함께하는 동물들.


고양이와 개를 좋아하고 실제로 물고기와 물속에서 사는 식물, 수초를 키우는 취미의 일상을 보내고 있는 필자에게는 정말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되어 책을 선택했습니다.


알음알음하거나 들어서 알고 있는 단편적인 지식뿐인 관상어 분야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에 정착하고 알려진지는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고 실제로 사육하고 있는 물고기가 있어 관련된 정보를 찾으려 하더라도 정확한 자료가 많이 없는 실정이라 동물(물고기를 포함한)에 대한 올바른 정의 자체를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가? 자문하는 순간이 더러 있었는데 이 역시 그녀의 책을 꼭 읽어볼 한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동물을 위한 정의>이하, JUSTICE FOR ANIMALS는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지금의 인류에게 던져지는 하나의 사유, 질문, 공동의 책임에 관한 일침으로 느껴집니다.


책 머리에도 보이듯 '서로의 삶을 위한 우리 공동의 책임'에 대한 화두를 던집니다.




우선, 마사 너스 바움은 법철학자로 정치철학, 페미니즘, 윤리학 등에 관한 글을 꾸준히 써왔고 이번에 그 주제가 동물인 것입니다. 평생 동물을 연구한 것은 아님에도 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관련 사례가 나옵니다.


상자 속에 갇힌 본디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돼지부터 신피질이 없는 물고기, 뇌가 없음에도 많은 것들을 느끼는 식물에 이르기까지 동물이라는 범주 안에서 우리가 결코 놓쳐서는 안되는 윤리적인 부분들을 포함하여 역량 접근법으로 설명한 너른 분야의 동물 사례가 등장합니다.




책<동물을 위한 정의>, 알지 못했던 지식과 동물에 대한 새로운 깨우침 그리고 사유


가장 많은 부분 할애하여 설명되고 어쩌면 가장 핵심적인 내용처럼 느껴지는 '쾌고 감수능력(쾌락과 고통을 느끼고 인지하는 능력)'이 무엇인지, 이를 가진 동물에 대한 주장 및 뒷받침하는 사례를 충분히 알 수 있고,


'우리와 비슷해서'의 접근법의 문제, 역량 접근법, 헤겔식 해법, 동물을 이용하는 의학 실험의 범주에 대한 고찰 또한 담겨 있습니다. 해악이 되지 않는 선에서의 연구에 대한 그녀의 일부 동의는 지식을 넓히는 것 이외에 이들을 대할 때 우리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잘못된 관점을 꼬집고, 인류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책을 강구해야 함을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그리고 문제만을 들추어냄이 아니라 정확히 무엇을 할지 파악하기 어려운 이런 부분들을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실천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방향과 대안을 제안하고 반드시 멈추어야 할 관행 역시 예리하게 꼬집습니다.




동물이라는 주제도 죽음이라는 주제도 그녀의 말처럼 쉬운 주제는 분명 아니지만 결코 더 미루어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해진 현재의 환경과 위태로운 지구의 상태를 보자면 비단 특정 그룹에서만이 자각해야 할 내용만은 아닌 것으로 국민들의 지식수준이 함께 고양되어야 하며 나아가 세계의 모든 인류가 동물들과의 공생에 있어 그저 한 가지 분야의 관점, 편협한 의미에서의 도덕적 관점이 아닌 또 인간만이 우월한 동물이라는 입장이 아닌 시각을 필요로 하고 함께 생각해 보아야만 하는 어떤 한 철학적인 것으로까지 바라봐야 마땅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필자 역시 많은 부분 동의함을 책을 통해 한 번 더 확인하게 됩니다.




사실,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방법론적인 부분들을 생각해 보면


동물의 평등한 자유에 대한 부분적 동의와 개인의 필요에 의해 삶 자체를 개선할 의지를 갖고 식습관과 생활 마음 자체를 바꾼다고 하더라도 빠르게 변화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육식과 어류(동물)의 섭취 등은 약육강식의 섭리에서 모호한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만 이마저도 독자로 하여금 그들과의 관계에서의 우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합니다.


무분별한 취식, 탄소 배출에 대한 일침은 개인적으로 쓰레기를 줄이는 등의 많은 변화가 있었던 제 삶에도 깨달음을 주네요.


필자 역시, 개, 돼지, 닭 등 식용이 가능하거나 수집 및 사육이 가능한 동물이라는 생명에 대해서는 '애완동물' 또는 '반려동물'들을 '주인'이라는 우월한 위치에서 겉돌고 있던 그룹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책을 통해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솔직한 입장은 무엇인가? 다시 한번 깊게 돌아보고 오래 생각하게 됩니다.


긴 시간 집필한 책이고 자료인 만큼 쉬이 읽히는 것은 분명 아니었고 어떤 부분에서는 낯설 정도로 무지하여 스스로가 불안정한 입장이 되기도 합니다. 또 어떤 방법적 부분에서는 굉장히 급진적이라는 생각도 들었기에 그녀의 주장을 무조건적으로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책<동물을 위한 정의>에서 언급하는 관점과 그에 대한 사유, 생각하는 것을 생각해야 하는 지금의 우리, 인류에게 꼭 필요한 안건으로 보입니다.




무지한 개인의 지식 고양만으로도 제겐 감사한 책이지만 다양한 동물에게 쾌고 감수능력을 부여하는 근거와 그 의미도 알 수 있었고 인간이 인간과 같은 외형을 만났을 때 다른 지성인이라고 상정하는 또 하나의 근거, 사실상 동일하다고 하는 어떤 부분에서의 동감 또한 있었으며 물고기나 개 고래 등이 사람에게 먹이나 놀이가 아닌 우정으로 또 사유하는 하나의 지성으로 접근했을 때 품을 수 있었던 동질감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입장을 책을 통해 넓힐 수 있었던 것이 이 책의 큰 좋은 부분으로 생각됩니다.




보태어 책은 그녀의 딸 레이첼 누스바움에 헌정하는 애도의 마음과 상처받는 모든 동물 그리고 고래,


이 책을 찾아오셨을 만큼 동물에 대한 사랑을 품은 인류 모두에게 바친다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수많은 찬사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 이런 지성인들의 따뜻한 가슴으로 펼쳐내는 근거 있는 주장과 질문은 더 많은 분들, 가능한 한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읽기를 희망하며 글을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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