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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보다 재미있는 디자인
최경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1월
평점 :

흥미로움을 자극하는 검은 말과 백색의 대비되는 표지의 여백이 시선을 사로잡네요.
책을 읽고 나서 알았지만 '口は禍の元(もと) : 입은 재앙의 근원'이라는 속담으로 말과 표주박이 나오는 일본 속담이 이 디자인의 모티브라고 합니다.
모든 일이 항상 정진하고 공부해야 함이 같지만,
디자인의 경우 감각의 유지를 위한 트렌드의 공부를 매일 옷 갈아 입듯 해야 하는 분야겠지요.
해서, 2월 『끌리는 디자인의 비밀』의 저자이기도 한 최경원 님의 신간을 골라봅니다.
이 책은 최경원 님의 안목으로 선별된 굿 디자인들을 모으고
그것을 그의 안목과 해석으로 함께 다시 보는 모음집이며 일본 그래픽 디자인들입니다.
디자인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레퍼런스의 수집'인데 그 것에 가까운 용도의 느낌이 듭니다.
전체적으로는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가 많이 융화된 지금의 굿 디자인,
심플하지만 심심하지는 않은 다양한 의미를 함축한 디자인은 시적인 작품들도 많았다고 생각되네요. 모든 디자인의 해석과 설명에 모두 이해되고 동의하는 것은 또 아니지만 세상에 흝어져 있는 디자인을 디깅하지 않고도
이렇게 고운 정수를 모아 볼 수 있음에 좋았습니다.
마치 선배 디자이너의 아이디어 요약집을 빌려 보는 듯한 기꺼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다른 도시로의 여행이 있어 시집과 함께 품고 다녔는데
읽기를 시작하자 시집보다도 두툼한 도서가 한 번에 읽힐 정도로
흡사 잡지처럼 수르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것 또한 좋았네요.

물론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이 많았지만
2개의 이미지를 교차하여 마치 면사포를 쓴 것 같은 이 여인의 얼굴 포스터도
강렬했습니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어려웠을지도 모르는 콘셉트, SM이라는 글자도 이렇게 모던 하게 표현하다니 신선했습니다.
이 몇 작품들을 포함하여 또 기억에 남는 디자인을 말해보자면
'키쿠치 카즈히로'의 것인데,
한 덩어리의 오브젝트, 하나의 컬러로도 아이덴티티를 잘 표현했고 사용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겨주는 디자인의 또다른 재미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마츠나가 마하루', '호시마 유이치'의 작품은 서로 결은 달라도
파스텔톤 안에서 귀여움과 포근함이 공존하네요. (등장하는 디자이너들의 정보는 책의 말미에 p350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사토 타쿠의 작품은 포장 패키지 자체의 첫 기능이 다한 후
일상에서의 활용까지 고려한 실용적 디자인도 선보입니다. (p108 식초 패키지 디자인)
저자는 이것처럼 우리 디자이너들이 나아갈 방향이 있다면
기능과 심미에서 그치지 않고 여운 있는 두번째 아름다움도 입혀야 함을
일상 너머까지 고려된 디자이너의 철학마저 담아낼 높은 능력을 희망하라 말하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기억나는 디자인이야많지만 유독 책에 한번 더 소개한 '타카하시 유타'의 작품은
첫 장부터, 3장에서도 등장했는데
특히 '인식의 길과 성령' 북 디자인은, 압형만을 이용해
세련된 질감과 세련미가 느껴지 디자인이 좋았습니다.
심플하면서도 그들만의 정취를 잘 녹여낸 일본 그래픽 디자인.
그 특유의 맑은 맛이 생각날 때 열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에서 소개한 디자인 중 몇 편을 보여드리며 글을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