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연구소 - 완벽한 한 잔을 위한 커피 공부
숀 스테이먼 지음, 김수민 옮김 / 웅진리빙하우스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매일 아침, 커피를 찾는다.

따스하고 향기로운 시간을 만들어주는 '커피'

그렇게 지내기를 꼭 10년은 된 것 같다.

사람들의 일상에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 잡은 '커피'

이 커피는 로부스타와 아라비카라는 큰 갈래 아래 다양한 커피 산지가 존재하고,

수십 가지의 콩들이 한국으로 수입된다. 수입 후에는 전문 또는 비전문 로스터들을 통해 볶아지고 유통되고 있다는 것,

스타벅스, 던킨도너츠, 일리 등 메이저급 프랜차이즈 커피 회사들을 통해 볶은 콩(원두)으로 수입, 유통되기도 한다는 것,

이렇게 들여온 콩들은 압축 머신을 통한 에스프레소 추출, 핸드드립, 에어 프레스, 모카포트 등 사람만큼이나 다종다양한 형태의 추출을 거쳐

저마다의 완벽한 한 잔의 커피로 거듭나 우리의 입술에 닿기까지의 과정을 거친 다는 것 정도를 이제는 알고 있다.

가끔, 이러한 긴 여정을 마친 한 잔의 커피를 홀짝이면서 질문하곤 했었다.

어느 흙을 밟고 어느 바람아래서 자랐을지, 이 커피 콩을 볶는 사람의 마음도 내리는 사람과 같았을까? 하는 간단한 호기심에서 시작되는 의문.

커피에도 떼루아르가 존재하는가?(p43)처럼, 책 '커피연구소'는 이런 궁금한 마음들을 위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평소 궁금했지만 알지 못했던 질문들.

이를테면 피베리 vs 플랫빈, 코피루왁(Kopy Luwak)의 진실, 어떤 그라인더를 장만해야 할까?, 물의 질, 미각, 감별, 디카페인에 관한 대목 등이 그랬다. 이 중 코피루왁 부분에서는 '고양이의 소화관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커피콩의 화학 성분이나 향미에 영향을 주는 현격한 변화가 일어나는가?...'의 질문에 몇몇 연구의 동일한 결론 "YES"라는 사실은, 전부터 어림짐작으로만 알던 부분인데 연구 결과를 통해 책으로 만나니 확실히 알고 싶었던 지식적 갈증이 해소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코피루왁의 맛을 떠나 동물 보호 관점에서 반문한다. '이런 커피에 높은 가격을 매길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이 질문의 답은 사실 책을 읽는 독자, 즉 커피를 마시는 소비자(우리 자신)라는 부분에서 크게 공감되었다.

커피와 관련된 많은 질문과 이야기가 있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궁금해하고 원하고 소비하는 데에서 비롯됨을 한 번 더 상기시킴으로 인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좋은 커피를 마신다' 말할 수 있다는 건 어쩌면, 한때의 분위기를 말하는 것일 수도 마시는 커피 자체일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잘못된 견해를 바로잡고 질 좋은 커피를 분별할 줄 아는 '좋은 소비자'가 되는 것이 가장 최우선이 아닌가 또 한 번 생각한다.

이처럼 책에 주목했던 가장 큰 이유는 삶에서 떼어 낼 수 없는 동반자처럼 내 곁을 항상 머무는 음료라서 더 궁금했고,

10년 동안 한결같이 음용 중임에도 그 궁금증은 어쩐지 항상 남아있는 그 때문이었는데 한 권의 책을 통해 또 한 걸음 커피에 다가갈 수 있어 좋았다.

유명세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이미 업계에서는 내로라하는 숀 스테이먼의 3번째 도서라니 책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큰 망설임은 없었던 것 같다.

막상 책을 접하고 보니 생각했던 것처럼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고 술술 읽히는 잡지처럼 편안한 묘미도 있다.

참 재미있다고 생각되었던 사이언스 칵테일(책)의 매력처럼, 깊이 있는 지식의 일부를 재미와 함께 얻을 수 있음이 책 '커피연구소'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책을 읽고 느낀 또 하나는 앞으로 더 찾아 나가야 할 커피와 커피 인문학에 관련한 '무궁무진'함이 아닌가 한다.

아직도 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탐구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점.

수많은 가설을 입증할만한 과학적 근거 수집을 위한 데이터, 이 역시 수집 가능한 자료가 많이 부족하고 이미 있는 자료들조차도 현재 진행형인 경우가 많음을. 어쩌면 이러한 이유에서 무려 10장에 해당하는 참고 문헌의 출처도 뒷면에 추가되어 있다. 이 부분은 더 깊은 탐구와 공부를 원하는 독자들을 위한 또 하나의 살뜰한 배려는 아닐는지!

한편, 개인적으로는 소장하고 싶은 도서 디자인의 1위를 차지하는 하드커버 표지임에도 책 내지의 가독성이 너무 낮았다. 글자 읽기가 어려운 것이 흠.

생두의 컬러처럼 느껴지는 녹색 톤의 종이에 그와 비슷한 색의 글자로 인자되어서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 단점이 있어 아쉬웠다.

새로 더 많은 질문과 궁금증을 해소할 커피연구소의 2, 3이 나올 수 있고, 책이 다시 출판된다면 부디 가독을 좀 더 높여서 나오기를 소망하며 글을 줄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스킹 테이프 아트 - 쭉 찢어 쓱 붙이면 작품이 되는
채민지 지음 / 책밥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2018년은 개인적으로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것을 이유로 또 핑계로..

좋아하는 책을 많이 접하지 못해 못내 아쉬웠답니다.

그래서 해가 바뀌기 전이던 12월, 오랜 시간 묵혀두었던 수채화 물감을 꺼내 다시 끄적이게 되기도 하였고

그것과 동시에 항상 애정 해 마지않는 디자인 도서와 미술 도서들을 찾아 읽고 빌려 읽고를 반복했었지요.

어느덧 신청했던 도서 '마스킹 테이프 아트'가 도착.

누구나 그런 기분이실까요?

여전히 책이 도착하는 날은 그저 즐겁고 당장 가진 것이 없어도 부자가 된 마음이 되는 특별한 선물.. 바로 '책' 이 아닌가 합니다.

황금돼지해인 2019년에는 더 많은 도서들로 제 마음과 머리, 그리고 떠나지 않고 제 곁을 지켜주는 주변 사람들과 이 감동과 책의 지식을 나누는 것을 멈추지 않고 활발히 하겠다 새삼 다짐해봅니다.

그렇게 제 새해 첫 도서로 '마스킹 테이프 아트'를 소개 드려요. ^^

우선 이 책은 미술/취미도 서로 실습 위주의 가이드북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전문적인 지식을 담고, 깊이 있는 내용의 전문서라고 해도 늘 초심자의 입장과 초심자의 마음가짐이 담겼으면 하는 것은 제 생각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어떻게 하여 이 취미를 시작하였는가?"하는 질문에 대한 글이 짧게나마 담겨 있어서 괜히 더 친근하게 다가왔네요.

제가 이 이야기를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이제 막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고 그에 발맞추어 새로운 취미를 찾고 있으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그런 분들이 부담 없이 시작하기에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인데요.

책을 받고, 실습과 병행해 탐독하고자 재료를 사러 작은 문구점과 상점을 갔었습니다.

한데 웬걸? 저만 이 예쁜 재료들을 보지 못했던 것일까요? 굉장히 많은 종류와 저렴한 가격에 매우 다양한 재질로 된 마스킹 테이프들을 만날 수 있더군요. 저의 경우 큰 지출보다는 기본을 나타낼 수 있는 재료를 탐색하다 다이소에서 묶음으로 된 솔리드 스타일의 마스킹 테이프를 골라보았어요.

그리고 포인트가 될 무늬가 있는 마스킹 테이프도 몇 개. 총 6천 원으로 시작하는 마스킹 테이프 아트.

이처럼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있으셨다면 참 괜찮은 시작 같아 꼭 권해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나머지는 책을 따라서 step by step.

책의 머리말에는 친절하게도 아트의 개념, 재료, 재료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팁(tip)도 고스란히 담겨있으니 참고하시면 될 것 같아요.

구매하진 않았지만 도서의 링크를 클릭해보았는데 정말 다양한 느낌의 '마테(마스킹 테이프)'들이 가득하더군요.

다양한 느낌과 형태, 무늬, 색상, 텍스처. 눈으로도 참 즐거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


제가 선택한 마스킹 테이프들. (다이소)

아무래도 미술 도서는 결국에는 결과물을 이끌어 내는 것.

책을 읽고 따라 하기만 하는 과정으로도 충분히 스스로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라고 생각됩니다.


유려하진 않지만 담담하고 소박한 매력이 있는 마스킹 테이프.

책에서 언급한 재료가 다 갖춰진 것도 아니고 처음 만들어 보는 것이어 서툴지만

만드는 동안은 쏘옥 빠져서 일상의 시름도 잊고 즐거웠습니다.

작가님이 한 말 중에, '저에게는 마스킹 테이프가 물감과도 같아요.'라는 대목이 기억나네요.

일상 속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나만의 '물감'(재료)를 찾아 무엇이라도 그려볼 수 있다면

참 좋은 1월, 참 좋은 취미의 시작이 아닌가 생각하며 글을 줄입니다.


#마스킹테이프아트

#마스킹테이프

#디자인도서

#미술도서

#마스킹테이프_취미

#새로운취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1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안영준 옮김, 엄인정 해설 / 생각뿔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작지만 커다란 한 권의 고전
출퇴근을 위해 지하철에 잠시 앉는 순간, 잠들기 전 나른한 마음으로 탐독하는 약간의 시간이 아니면 어쩐지 요즘은 책을 느긋하게 읽을 기회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이 돌아왔고 요즘 식의 사랑처럼, 가을이라는 이 계절 또한 점차 그 간격이 짧아진 것은 기분만은 아닐 것이다. 
사실 출퇴근 시간에는 맛있는 글들을 음미하기에는 그 시간이 매우 짧고, 주말을 이용해서 커피와 함께 외출하는 내내 들고 읽었다. (생각뿔 출판사에서 발간한 이 책은 한 손에 잡히는 크기이다) 개인적으로 요즘 고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져 있는데 때마침 책이 출간되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가 단기간에 써 내려갔다는 그의 첫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은 1774년에 간행되어 
아직까지도 그 인기의 온도를 잃지 않은 소설이기도 하다. 
아마도 작가의 가슴이 가장 정열로 요동쳤으리라고 생각되는 25살 젊은 시절에 탄생한 소설이기도 하고 
이미 너무나 유명한 명작이기도 해서 책을 고르는데는 그리 큰 고민이 없었다. 

2. 
탐독
요 며칠 동안 강렬히 내린 가을의 비는 학창시절에 읽었던 괴테의 이야기를 고요하게 다시 읽는데 더없이 좋은 분위기가 되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줄거리를 다 알겠지만 간단하게 조금 소개하자면..
'베르테르'라는 한 젊은 변호사가 어느 시골 마을에 오게 된다. 그는 마을에서 법관의 딸 '로테'라는 한 여인을 알게 되고 사랑에 푹 빠져버리게 되는데... 
로테에게는 이미 약혼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알고 난 후, 거의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여 먼 나라로 떠난다. 그리고 그동안 그녀 로테는 약혼자와 결혼하게 된다. 
베르테르는 사랑의 실연뿐만 아니라 그 당시의 계급적이고 관료적인 사회에서도 억눌린 관습에 반항하다가 파면에 이르게 된다. 
그는 자신이 빠져있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희망이 없는 귀족적 사회에 상심을 거듭하고 자살을 결심하게 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마치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보냈던 빈센트 반 고흐의 그것처럼, 매일 숨어 하루를 기록한 안네의 일기처럼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듯한 형식으로 쓰여 있는데 덕
분에 쉽게 '베르테르'의 감정 속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같다. 
아마도 알려져 있듯, 작가 자신이 겪은 실연의 경험과 시대적인 분위기가 소설의 영감이 되었었다는 또한 이야기의 흡인력을 높이는 데 한몫한 것 같다. 

3. 
슬프고 허무한 감정의 공명
지금까지 나의 인생에서 가장 많은 도서를 읽고 탐독했던 학창시절. 
몇 안 되는 충격적인 명작 중 하나였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당시의 나로서는 다소 생소했던 사랑과 사회에 대한 통찰이 모두 이해하기는 어려웠으나 
이야기의 내용이 전체적으로 허무하고 슬프구나 하는 뭉뚱한 그 느낌의 덩어리만 강하게 남아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사랑이라는 감정의 정의는 쉽게 내릴 수가 없다. 나는 이것이 보편적인 감성임과 동시에 가장 큰 인생의 고뇌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누군가를 사랑해본 사람은 느껴보았을 '감정'의 잉태. 그러나 단방향의 사랑이 주는 고통은 함께 나누는 온전한 사랑만큼이나 고독하고 아프다.
품었던 희망이 말끔히 소멸했을 때 느껴지는 허망한 가슴 저림. 
집요하고 지독하게 떨쳐내지 못하는 생각과 상상. 
인생 전부를 빨아들이고도 그 허기를 메울 수 없는 사랑의 열병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는 면밀히 느낄 수 있다. 
누구나 가져본 감각이어서 평범하게도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누구에게나 인생 전체를 바꿀 수도 있는 특별한 감정이라는 점에서 크게 전율하는 느낌들..
하지만 감정의 아름다운 표현으로 인해 자신이 빠진 모든 현상이 '옳다'라고 정의할 수는 없는 노릇은 아닐까..
원하지 않는 상대에게서 사랑받는 이에게는 이 예민한 감정이 너무나 불편하고 괴로운 것은 또 아닐까 하는 생각 또한 떨쳐내기 어려웠다. 
모든 감정에 이유를 붙여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요즘의 나에게서는 또 다른 시선으로 읽히는 것에서 미루어 
자신이 처한 상황, 살며 경험하고 겪었던 실연과 이별을 통해 또 어떤 느낌으로 파생될지는 읽는 이의 마음에 달린 것이라 생각된다. 
아마도 책이 처음 발간된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괴테의 소설을 마주한 당대의 젊은이들은 
삶에서 느낀 공허와 허무를 책에서 또 한 번 느꼈던 것은 아닐까 생각되었다. 이것은 실재했던 '베르테르 효과'처럼 자살로 이르는 극단적인 형태로 유행하고 떠돌기도 했다. 지독한 사랑이 인생에 미치는 스토리는 부분에서는 영화 '글루미선데이' 역시 수식처럼 떠 올리기도 했다. 
사람들의 가슴속에 새겨져 있었지만 스스로는 알지 못하는 내재된 감정들을 때때로 책이나 영화를 통해 우리는 느낀다.
'아 내가 저 감정을 알지...', '겪은 일은 아니지만 가늠할 수 있는' 우리의 가슴에 공명했던 억압된 감정의 실타래들이 
이제 다시 읽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통해 좀 더 내밀하게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는 기회가 되기를 나는 내심 기대한다. 
그늘 없는 나무가 없듯, 아프지 않은 젊음은 어디에도 없고 슬픔을 품지 않은 사랑 역시 그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 
짧은 글로 내가 느낀 긴 여운을 다 토해낼 수 없고 계속해서 글을 읽고 되새기게 되는 책. 
아직도 뜨거운 괴테의 이 소설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모두에게 권해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 출간 30주년 기념판
로버트 풀검 지음, 최정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6월도 이제 끝자락이네요.
밤이 오니 비로소 공기가 시원해지는 가운데, 글을 끄적끄적...
뜬금없지만 사람은 겸손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책을 사랑하고 좋아한다 말하지만 작가의 이름만 듣고 그가 어떠한 사람이며 얼마나 유명한지를 가늠하기는 아직도 참 어렵더군요! 세상은 넓고 지식은 깊고 또 깊다는 생각을 새삼 느끼며...
오늘은 로버트 폴검의 책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를 소개 드려요.
이번 도서 역시 읽고 싶은 마음이 폴폴 샘솟아 찾아 신청을 했는데요,
예상대로 냉소적인 문체, 동시에 그 냉소함에서만 오는 실제적인 분위기가 주는 감동이 스며있는 그런 에피소드의 묶음이었습니다.
이런 잔잔한 감동들이 좋았네요. 부담스럽지 않은 간결한 분량으로 적절하게 잘 구성된 스토리라는 생각이 들었고 기본적으로 삶의 묘미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게 만드는 에피소드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들이 그 자체로 '재미'가 있어서 금세 읽혔다는 장점이 있는 책. 
그가 겪은 삶의 장면들을 짤막하게 옮겨둔 에피소드 집.이라고 할까요?.. '로버트 폴검이 생각하는 삶의 정수' 정도로 말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 묶음이 주는 감동은 30년 동안 변함없이 지금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놀랍죠.
제가 6살 꼬마였던 1988년에 출간되어 103개국에서 31개의 언어로 변역해 다시 출간될 만큼 실로 인기가 대단하더군요.
주로 자기 계발서는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저마다 주는 교훈과 감동이 있고 또 그 감동이 언제 읽어도 새롭다는 장점이 있죠.
때로는 나의 처지나 시점에 따라 똑같은 이야기도 다르게 다가오기도 하고요.
아마도 사람들이 이런 종류의 책을 선택하여 읽는 이유는, 삶이 매 순간 100퍼센트 만족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그렇기 에 스스로 진화하고 나아지려 하는 열망을 가진 그 때문이 아닌가.. 또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생각하는 삶이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지식은 행동으로 옮겼을 때에만 의미가 있다.' 등 좋은 노래의 후렴구처럼 책 곳곳에 와닿는 글귀가 많았는데요 이것 역시 우리가 이미 알고 있어 익숙한 것이긴 합니다. 하지만 글자 그대로 알고 있는 것을 행동하고 또 삶에 녹여내는 것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생각처럼 잘 되지 않고 또 너무 쉬운 일이라 늘 놓치는 것 또한 사실이니까요.
책을 읽다 보니 여러 가지 질문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는데 삶 자체의 근원적인 고민도 한 번 해볼 수 있다는 것도 좋았네요 저는.
누구나 삶의 본질. 그리고 스스로가 추구하는 삶의 진리. 이런 자아에 대한 고찰을 많이 할 거라 믿고 있지만, 이렇듯 책이나 글을 통해 접하거나 사람들을 만나 나누던 대화 속에 우연히 듣는 개인들의 이야기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것은 바로 서로 다른 스토리를 말하고 있지만 결국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닐까?하는 것인데.. 이런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아마도 삶의 형태는 모두 제각각 이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일부의 감각들은 대게 같은 종류의 것이 아닌가해요.
저는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지난 시절에 읽었던 비슷한 느낌의 도서들이 무럭무럭 연기처럼 떠올랐는데요. '연탄길,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등이 있었고 역시 그들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매일 밤 잠들기 전 폰을 켜고, 지인들의 카톡 메세지를 모아 읽는 느낌으로 보는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세바시)'. 마치 이 같은 영상처럼 책 속에 담긴 에피소드들은 읽고 이야기의 끝에 다다르면 각기 다르지만 '다르기에 비로소 모두 같은' 감동적인 장면들을 누구나 만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책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All I really need to know I learned in kindergarten)'이 이렇게 긴 시간 사랑받고 또 연령대에 무관하게 읽히고 또 읽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나아지지 않는 영혼은 없고 생각하지 않는 영혼 또한 없다고 생각해요. 무조건적인 좋은 이야기가 아니고, 사실이며 일상이고 우리네 이야기여서 좋은 그런 스토리. 스콘과 홍차를 함께 먹을 때 느껴지는 아늑함과 따스함이 함께 들어 있는 책이라고 느껴집니다. 잠들기 전에 잠시 잠시 읽을 책으로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생각하는 삶이란 결코 녹록하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라이빙 미스 노마 - 숨이 붙어 있는 한 재밌게 살고 싶어!
팀, 라미 지음, 고상숙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정말 멋진 일이 많답니다. 
그런데 이것들은 전부 계획 없이 찾아와요'

오후 7시가 지나니 빼곡한 집들이 숨을 쉽니다.
건물에 난 창 틈으로 불이 하나둘 밝아오고 제가 머무는 반대편 집에는 식탁 앞이 요란하네요. 
가족들이 모여 앉아 저녁을 먹는 이 따스한 광경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바래지 않는 예쁜 모습인 것 같네요. 
이런 고즈넉하고 포근한 저녁시간, 오늘 소개할 도서는 '드라이빙 미스 노마'입니다. 
'드라이빙 미스 노마'는 말 그대로 미스 노마 할머니의 드라이빙(여행) 스토리인데요 그녀가 직접 작성한 것은 아니지만
여행에 동반자이자 인생의 동행인 딸이 쓴 책입니다. 
'에세이'이지만 소설 같기도 하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수필 같기도 하고. 틈틈이 나오는 날짜와 메모된 내용은 흡사 여행일기 같은 느낌마저 받을 수 있는 책.

90세라는 불혹의 나이에 말기 암 판정을 받은 미스 노마는 매혹의 땅 멕시코에서부터 아름다운 삶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사실 90세에 큰 병을 안고 거기에 휠체어를 탄 상태로 캠핑카 여행을 한다는 것은 저로서는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일이라 더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과연 나라면 90세에 여행을 시작할 수 있을지.. 아니 지금이라도 시작할 수 있을지? 말이죠.
건강한 부모님을 모시고 한 곳의 여행지를 방문하는 일조차도 현실적으로는 꽤 어렵다고 생각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 실화지만 소설 같은 사실 하나만으로도 매우 대단하다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습니다. 
총 16장으로 구성된 책 '드라이빙 미스 노마'는
늦었지만 결코 늦지 않은, 소녀 같은 노마 할머님의 여행 이야기로 57개의 이동한 장소에 따라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여행을 통해 딸이 바라보는 그녀 미스 노마는, 스스로를 다시 발견하는 삶의 새로운 계기가 되었지요. 세상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온전히 세상을 느끼고 떠나는 여행지마다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직접 떠나는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감정의 향연. 바로 그런 것들이 이 책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스스로가 되기 위한 꿈. 여행의 끝에서 비로소 느껴지는 마음에의 치유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었는데요, 상상해보건대 여러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매 순간마다 특별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그리고 특정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고전 요리들, 특색 있는 지역 음식, 맛도 있지만 배가 부르고 더불어, 마음에 느껴지는 감정의 포만감은 가슴에 남는다는 내용의 말 또한 기억에 남습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보았던 13장 요리의 맛의 일부를 좀 소개하고 싶네요. 
어머니 노마와 함께 미시간 북부의 '페스티'라는 음식을 맛보고 여기서부터 로키산맥 굴 요리(소의 고환요리)까지의 먹방 여행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음식이 사랑을 전하는 도구이자 언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에게는 누군가를 위해서 음식을 준비하는 것보다 더 즐거운 일이 없었다. 요리를 하는 것은 내가 타인을 나의 가족처럼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했다. ' - p241' 
그리고 저자는 말합니다.
'내가 그리워하는 것이 음식 자체라기보다는 음식에 더불어 따라오는 사회적, 문화적 요소라는 것을 깨달았다.. 중략... 단순히 거기에 들어간 재료 이상의 것을  느낀다. 그러한 느낌을 엄마와 나누고 싶었다.' - p244 
p244의 이 글은, 정말 공감되는 부분이었는데요, 늘 느끼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점철시킨 문장을 만나는 것이 반갑기까지 했습니다.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우리나라 TV프로그램 '꽃보다 할배'가 생각났었는데, 노영석 PD 님도 이 책을 읽고 촬영 당시의 즐거움을 다시 회상하셨다지요? 책 드라이빙 미스 노마를 읽고 있으면 마치 프로그램을 볼 때의 그것처럼 할머님과 딸의 도란도란 수다가 여기까지 느껴지는 기분이 드는데 아마도 그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하셨던 것은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노마의 여행을 책으로 만나면서 제게 와닿았던 큰 부분은 바로 "자신이 되는 것"입니다. 
저를 포함한 일부 사람들은 온전한 자신이 되는 것이 삶의 목표인 경우가 있는데... 아마도 제 경우에 빗대어 읽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진 것은 아닌가 모르겠네요. 
모든 것을 다 놓아야 할 때 찾아드는 다급한 갈망이 아닌, 인간 본연의 목마름을 위한 아름다운 여행.
인생 자체가 여행이라지만, 스스로를 가장 자신답게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있다면. 바로 그 때 느껴지는 온전함을 여행에서 찾을 수 있다면 사실 우리는 당장이라도 떠나야 하겠지요.
세기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여행의 참 가르침은 90세 노마에게도, 37세 저에게도 특별하네요.
언제나 주변에 여행을 권하는 저로서는, 자신과 여행을 사랑하고 여행의 결과가 무엇이라도 감내하고 시작할 수 있는, 그런 과감한 인생의 여행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좋은 책들을, 좋은 계절에 만나 볼 수 있도록 그동안 함께 해주신 흐름출판에게도 이 글을 빌어 감사드리며 글을 줄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