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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연구소 - 완벽한 한 잔을 위한 커피 공부
숀 스테이먼 지음, 김수민 옮김 / 웅진리빙하우스 / 2019년 1월
평점 :
나는 매일 아침, 커피를 찾는다.
따스하고 향기로운 시간을 만들어주는 '커피'
그렇게 지내기를 꼭 10년은 된 것 같다.
사람들의 일상에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 잡은 '커피'
이 커피는 로부스타와 아라비카라는 큰 갈래 아래 다양한 커피 산지가 존재하고,
수십 가지의 콩들이 한국으로 수입된다. 수입 후에는 전문 또는 비전문 로스터들을 통해 볶아지고 유통되고 있다는 것,
스타벅스, 던킨도너츠, 일리 등 메이저급 프랜차이즈 커피 회사들을 통해 볶은 콩(원두)으로 수입, 유통되기도 한다는 것,
이렇게 들여온 콩들은 압축 머신을 통한 에스프레소 추출, 핸드드립, 에어 프레스, 모카포트 등 사람만큼이나 다종다양한 형태의 추출을 거쳐
저마다의 완벽한 한 잔의 커피로 거듭나 우리의 입술에 닿기까지의 과정을 거친 다는 것 정도를 이제는 알고 있다.
가끔, 이러한 긴 여정을 마친 한 잔의 커피를 홀짝이면서 질문하곤 했었다.
어느 흙을 밟고 어느 바람아래서 자랐을지, 이 커피 콩을 볶는 사람의 마음도 내리는 사람과 같았을까? 하는 간단한 호기심에서 시작되는 의문.
커피에도 떼루아르가 존재하는가?(p43)처럼, 책 '커피연구소'는 이런 궁금한 마음들을 위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평소 궁금했지만 알지 못했던 질문들.
이를테면 피베리 vs 플랫빈, 코피루왁(Kopy Luwak)의 진실, 어떤 그라인더를 장만해야 할까?, 물의 질, 미각, 감별, 디카페인에 관한 대목 등이 그랬다. 이 중 코피루왁 부분에서는 '고양이의 소화관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커피콩의 화학 성분이나 향미에 영향을 주는 현격한 변화가 일어나는가?...'의 질문에 몇몇 연구의 동일한 결론 "YES"라는 사실은, 전부터 어림짐작으로만 알던 부분인데 연구 결과를 통해 책으로 만나니 확실히 알고 싶었던 지식적 갈증이 해소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코피루왁의 맛을 떠나 동물 보호 관점에서 반문한다. '이런 커피에 높은 가격을 매길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이 질문의 답은 사실 책을 읽는 독자, 즉 커피를 마시는 소비자(우리 자신)라는 부분에서 크게 공감되었다.
커피와 관련된 많은 질문과 이야기가 있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궁금해하고 원하고 소비하는 데에서 비롯됨을 한 번 더 상기시킴으로 인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좋은 커피를 마신다' 말할 수 있다는 건 어쩌면, 한때의 분위기를 말하는 것일 수도 마시는 커피 자체일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잘못된 견해를 바로잡고 질 좋은 커피를 분별할 줄 아는 '좋은 소비자'가 되는 것이 가장 최우선이 아닌가 또 한 번 생각한다.
이처럼 책에 주목했던 가장 큰 이유는 삶에서 떼어 낼 수 없는 동반자처럼 내 곁을 항상 머무는 음료라서 더 궁금했고,
10년 동안 한결같이 음용 중임에도 그 궁금증은 어쩐지 항상 남아있는 그 때문이었는데 한 권의 책을 통해 또 한 걸음 커피에 다가갈 수 있어 좋았다.
유명세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이미 업계에서는 내로라하는 숀 스테이먼의 3번째 도서라니 책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큰 망설임은 없었던 것 같다.
막상 책을 접하고 보니 생각했던 것처럼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고 술술 읽히는 잡지처럼 편안한 묘미도 있다.
참 재미있다고 생각되었던 사이언스 칵테일(책)의 매력처럼, 깊이 있는 지식의 일부를 재미와 함께 얻을 수 있음이 책 '커피연구소'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책을 읽고 느낀 또 하나는 앞으로 더 찾아 나가야 할 커피와 커피 인문학에 관련한 '무궁무진'함이 아닌가 한다.
아직도 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탐구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점.
수많은 가설을 입증할만한 과학적 근거 수집을 위한 데이터, 이 역시 수집 가능한 자료가 많이 부족하고 이미 있는 자료들조차도 현재 진행형인 경우가 많음을. 어쩌면 이러한 이유에서 무려 10장에 해당하는 참고 문헌의 출처도 뒷면에 추가되어 있다. 이 부분은 더 깊은 탐구와 공부를 원하는 독자들을 위한 또 하나의 살뜰한 배려는 아닐는지!
한편, 개인적으로는 소장하고 싶은 도서 디자인의 1위를 차지하는 하드커버 표지임에도 책 내지의 가독성이 너무 낮았다. 글자 읽기가 어려운 것이 흠.
생두의 컬러처럼 느껴지는 녹색 톤의 종이에 그와 비슷한 색의 글자로 인자되어서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 단점이 있어 아쉬웠다.
새로 더 많은 질문과 궁금증을 해소할 커피연구소의 2, 3이 나올 수 있고, 책이 다시 출판된다면 부디 가독을 좀 더 높여서 나오기를 소망하며 글을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