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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빙 미스 노마 - 숨이 붙어 있는 한 재밌게 살고 싶어!
팀, 라미 지음, 고상숙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정말 멋진 일이 많답니다.
그런데 이것들은 전부 계획 없이 찾아와요'
오후 7시가 지나니 빼곡한 집들이 숨을 쉽니다.
건물에 난 창 틈으로 불이 하나둘 밝아오고 제가 머무는 반대편 집에는 식탁 앞이 요란하네요.
가족들이 모여 앉아 저녁을 먹는 이 따스한 광경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바래지 않는 예쁜 모습인 것 같네요.
이런 고즈넉하고 포근한 저녁시간, 오늘 소개할 도서는 '드라이빙 미스 노마'입니다.
'드라이빙 미스 노마'는 말 그대로 미스 노마 할머니의 드라이빙(여행) 스토리인데요 그녀가 직접 작성한 것은 아니지만
여행에 동반자이자 인생의 동행인 딸이 쓴 책입니다.
'에세이'이지만 소설 같기도 하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수필 같기도 하고. 틈틈이 나오는 날짜와 메모된 내용은 흡사 여행일기 같은 느낌마저 받을 수 있는 책.
90세라는 불혹의 나이에 말기 암 판정을 받은 미스 노마는 매혹의 땅 멕시코에서부터 아름다운 삶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사실 90세에 큰 병을 안고 거기에 휠체어를 탄 상태로 캠핑카 여행을 한다는 것은 저로서는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일이라 더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과연 나라면 90세에 여행을 시작할 수 있을지.. 아니 지금이라도 시작할 수 있을지? 말이죠.
건강한 부모님을 모시고 한 곳의 여행지를 방문하는 일조차도 현실적으로는 꽤 어렵다고 생각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 실화지만 소설 같은 사실 하나만으로도 매우 대단하다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습니다.
총 16장으로 구성된 책 '드라이빙 미스 노마'는
늦었지만 결코 늦지 않은, 소녀 같은 노마 할머님의 여행 이야기로 57개의 이동한 장소에 따라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여행을 통해 딸이 바라보는 그녀 미스 노마는, 스스로를 다시 발견하는 삶의 새로운 계기가 되었지요. 세상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온전히 세상을 느끼고 떠나는 여행지마다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직접 떠나는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감정의 향연. 바로 그런 것들이 이 책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스스로가 되기 위한 꿈. 여행의 끝에서 비로소 느껴지는 마음에의 치유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었는데요, 상상해보건대 여러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매 순간마다 특별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그리고 특정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고전 요리들, 특색 있는 지역 음식, 맛도 있지만 배가 부르고 더불어, 마음에 느껴지는 감정의 포만감은 가슴에 남는다는 내용의 말 또한 기억에 남습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보았던 13장 요리의 맛의 일부를 좀 소개하고 싶네요.
어머니 노마와 함께 미시간 북부의 '페스티'라는 음식을 맛보고 여기서부터 로키산맥 굴 요리(소의 고환요리)까지의 먹방 여행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음식이 사랑을 전하는 도구이자 언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에게는 누군가를 위해서 음식을 준비하는 것보다 더 즐거운 일이 없었다. 요리를 하는 것은 내가 타인을 나의 가족처럼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했다. ' - p241'
그리고 저자는 말합니다.
'내가 그리워하는 것이 음식 자체라기보다는 음식에 더불어 따라오는 사회적, 문화적 요소라는 것을 깨달았다.. 중략... 단순히 거기에 들어간 재료 이상의 것을 느낀다. 그러한 느낌을 엄마와 나누고 싶었다.' - p244
p244의 이 글은, 정말 공감되는 부분이었는데요, 늘 느끼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점철시킨 문장을 만나는 것이 반갑기까지 했습니다.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우리나라 TV프로그램 '꽃보다 할배'가 생각났었는데, 노영석 PD 님도 이 책을 읽고 촬영 당시의 즐거움을 다시 회상하셨다지요? 책 드라이빙 미스 노마를 읽고 있으면 마치 프로그램을 볼 때의 그것처럼 할머님과 딸의 도란도란 수다가 여기까지 느껴지는 기분이 드는데 아마도 그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하셨던 것은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노마의 여행을 책으로 만나면서 제게 와닿았던 큰 부분은 바로 "자신이 되는 것"입니다.
저를 포함한 일부 사람들은 온전한 자신이 되는 것이 삶의 목표인 경우가 있는데... 아마도 제 경우에 빗대어 읽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진 것은 아닌가 모르겠네요.
모든 것을 다 놓아야 할 때 찾아드는 다급한 갈망이 아닌, 인간 본연의 목마름을 위한 아름다운 여행.
인생 자체가 여행이라지만, 스스로를 가장 자신답게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있다면. 바로 그 때 느껴지는 온전함을 여행에서 찾을 수 있다면 사실 우리는 당장이라도 떠나야 하겠지요.
세기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여행의 참 가르침은 90세 노마에게도, 37세 저에게도 특별하네요.
언제나 주변에 여행을 권하는 저로서는, 자신과 여행을 사랑하고 여행의 결과가 무엇이라도 감내하고 시작할 수 있는, 그런 과감한 인생의 여행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좋은 책들을, 좋은 계절에 만나 볼 수 있도록 그동안 함께 해주신 흐름출판에게도 이 글을 빌어 감사드리며 글을 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