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정신분석 치료를 받고서 다시 태어나다 - 우리는 정신분석치료를 제대로 알고 있습니까?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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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책 한 권을 읽고 니체의 모든 걸 알아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건방진 생각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나는 예전에는 책을 읽기 전에, 이런저런 읽을거리를 몇 권씩 사 두곤 했습니다.


한데 요즘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방송을 시청하다 보면, 보고 나서야 읽고 싶어지는 다음 책이 생겨나더라고요. 그러니까 책을 읽다가 그 이야기 속에서의 갈증이 읽고 싶은 다음 책을 결정하게 되는. 여하튼, 최근 우울과 자기 허무의 시기가 길어지면서 종종 니체와 쇼펜하우어를 생각했었고 '니체'를 통한 '정신 분석'이라니, 게다가 다시 태어났다고 하니 어떤 의미로 작용하는지 궁금하여 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제목과 책 전반에 걸쳐 '가상의 니체'는 실존한 인물이면서 동시에 상담으로 치료를 얻는 한 가상 고객의 모습으로 초대되어 


그의 연구실에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고 그것을 분석하여 기록한 형식의 설정입니다.


이 책을 '가상의 니체' 그러니까 니체의 상담 보고서라고 한다면, 


정신분석의 예식 절차가 1. 자유연상, 2. 전이현상, 3. 역전이 현상, 이 3가지가 있고 


보통 상담에서는 자유연상을 한 번에 하는데, 이것을 10 회로 나누었다고 서문에 쓰여있으나 니체의 경우 '분석 공감', '꿈속의 꿈', '자유연상의 해석'의 3가지 부분이 추가로 있습니다.


책 자체의 목차는 11개의 분류로 책에 있어 따로 이 곳에 쓰지 않지만


책의 소제목을 내가 정리한 것은 넘버링 된 부분들이 책 속 진료 사이사이에 있으나 헷갈려서  스스로 세부를 정리하고 읽어 나갔습니다.



- 책의 소제목 목차 


0. 니체 남매가 연구소를 방문하다


1. 꿈속의 꿈 1, 2, 3, 4, 5, 6, 7, 8, 9, 10, 11


2. 자유연상 1,2, 3, 4, 5, 6,7,8, 9


3. 전이현상 1, 2, 3, 4, 5, 6, 7,8, 9


4. 역전이 현상 1, 2, 3, 4, 5, 6, 7,8


5. 분석 공강 1, 2, 3, 4, 5, 6,7,8


6. 자유연상의 해석



그리고 책의 목차는 가상의 니체(피분석가 = 상담받는 고객)가 한 이야기들의 구분으로 이해했습니다.


이미 다 아는 것일 테지만 혹시나 니체의 영혼 회귀와 초인,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 차라투스투라나 등 니체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던 분들이 책을 읽는다면 주석이 많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은 죽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 그의 저서를 많이 접하지 못했던 무지한 저로서는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검색을 병행했습니다.


사유와 대화 속에서 깊은 공감이나 몰입이 있는 시원한 대화를 상상했는데 


피분석가도 분석가도 다소 치료를 위한 분석가의 리포트처럼 느껴지곤 해서, 수시로 현실로 돌아와야 했던 분석가(작가)처럼 나도 읽다가 


앞장으로 돌아가고 돌아가고를 또 반복하였습니다.


'교수님'과 '니체'라든지 자연스럽게  써도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끝끝내 하였던 것은, 한 사람의 말의 호흡이 길어지면 읽다가


'가만, 이게 어느 분이었더라...' 하는 생각마저 드는, 두 장 이상 분량의 글이 되거나 하면 다시 앞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개인차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조금 곤혹스러웠습니다. 아무래도 분석가가 상상하여 모셔온 니체와의 대화이다 보니 책 속의 문장이나 글의 느낌이 비슷하여 기록된 말투로는 서로의 개성이 다르지 않아 더 그랬던지도 모르겠네요. 책을 다 읽고 후문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작가는 니체의 전달자가 되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페이지별로 지면이 1/3씩 남는데도 불구하고 자간이 좁아 계속 보고 있으니 눈이 너무 아팠고 


책 자체는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인데 지면이 많이 남아서 시집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내용보다는 편집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주체'와 '자아'는 정신분석학에서 다르다는 이야기가 70쪽과 150쪽을 포함하여 여러 부분에서 계속 반복되어 나오는데 


'말'을 이루는 주체와 자아에 관해 얼마나 고민을 많이 하셨는가가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매일 내뱉는 글과 말, 표현을 위한 텍스트의 구성까지도 정신적인 대사과정에 속한다는 것은 흥미로웠습니다.


'자유 연상'이라는 명상을 닮은 상담을 통해 가상의 니체가 읊조렸던 그의 삶의 에피소드들은, 그의 저서를 읽은 기억이 별로 없는 제게, 책에 기록된 내용만으로는 쉽사리 공감되진 않아 눈물을 흘리는 대목에서도 저는 울지 않았고 어쩐지 정신분석의 창조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의 일부가 생각이 났습니다.


저자는 오랜 기간 동안 실제로 정신분석학 연구소를 운영해오면서 대 철학자의 생애를 통해 한 번 더 그 연구에 불을 지피고 스스로에 투영하여 또 한 번 그 연구를 이어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연구의 결과물을 이렇게 볼 수 있었다고 생각되고요. 


개개인의 억압된 결과의 현상, 그 현상이 결코 건강하지 않아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정신분석 현장에서는 해석하고 있다는 부분.


이 모든 대화의 작업이(가상의 니체와의 상담이) 더 나은 삶의 '사는 방식'을 선택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 이것이 정신분석 치료의 큰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놀랍게도 생각보다 공황장애로 고통받는 사람이 주변에 많으며 서평을 쓰는 나조차도 그런 감정으로 고통스러운 날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연구소와 이런 상담을 위한 기관을 쉽게 찾아갈 수 있다는 생각은 책을 읽고 난 후에도 들지 않지만.


따스한 난로 앞에 앉아 연상작용이라 말하는 부분을 슬쩍 따라 해보기도 하였습니다. 편안하게 몸을 뉘고 이야기를 해보는 것.  


들어줄 사람은 없어왔고 아마 앞으로도 없겠지만 프로이트처럼 꿈의 이미지를 쪼개어 다시 그 의미를 보듯 내 과거의 에피소드를 꺼내, 기억하고 기록하여 나만의 '즐거운 지식'이나 '즐거운 기억'을 명료화해 나가며 문제점을 찾아보는 것도 유익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니체를 부정하고 자신만의 니체론을 갖는 사람이 가장 니체적이라는 말을 본 적이 있습니다. 


니체에 관한 책처럼 보이지만 사실 니체를 통해 스스로의 니체를 찾기 위한 정신분석학의 한 방법을 보았다고 생각하며 소감을 줄입니다.



그리고 후문에 해당하는 책의 가장 뒷장에 보면, 


'2021. 11. 18일 쓰다.'라고 쓰여있는데.. 그것이 지금의 날짜이니 아마도 오타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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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을까 - 팬데믹 한복판에서 읽는 인류 생존의 역사
스티븐 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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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한 개인과 국가의 우울은 이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충격적이기 그지없었던 첫 코로나 소식, 첫 국내 사망자 소식을 들었던 때의 느낌을 아직도 기억한다.


2019년 12월 발발한 Covid -19. 벌써 2년째를 맞이하고 있고 이젠 흡사 지독한 감기처럼 with 코로나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와 갑자기 인구를 위협하는 전염병에 관한 정보를 습득하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진정으로 이 시대에 직면한 나를 포함한 사람들에게는 이 국제적 슬픔을 숨 쉬는 매 순간 일상 속에서 통감하기에. 그렇기에 여느 해마다 짧아짐에도 어김없이 돌아오는 가을이면 독서의 맛이 행복하고 아무리 사는 일이 고단하여도 책에서 얻는 위안이 있었던 나로서는 '우리는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을까'라는 정말이지 끌릴 수밖에 없는 도서였다. 


당연하게도 시기와 맞물려 갑작스레  쏟아지는 수많은 전염병과 팬데믹 관련 도서들 속에서 단순히 판매고를 올리기 위한 소재를 선택하고 


내용의 밖만 뱅뱅 도는 겉핥기 식 도서가 아니기를 내심 기대하며 'Extra Life' 책을 펼쳤다. 


모두 알다시피 팬데믹은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2개 이상의 넓은 대륙 who의 전염병 경고 단계의 최고 위험 등급인 셈.


책에서도 일부 언급하듯 14세기 페스트부터, 스페인 독감, 홍콩 독감, 신종플루에 이르기까지 큰 역병이 있어왔다. 


나로서는 지나간 태풍처럼 지나간 뉴스처럼 어렴풋하고 아스라이 먼 느낌으로 매스미디어를 통해 들어온 가벼운 지식 정도만 대충 아는 수준이었고 그 관심 자체가 높지 않았다. 


생존에 관한 이슈임에도 어찌 이렇게 무심할 수 있었는지는 제법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역사적 무지에 스스로에게도 새삼 놀라며.


정말 인류는 어떻게 살아남았던 것일까? 저자 스티븐 존슨 역시 인류에게 시련은 늘 있어왔다고 말한다. 


책은 대략 10개 덩어리로 나누어 내용이 기록되어 있고 다양한 실제 증거와 근거를 제시했다. 


서론과 결론을 빼고 나면 먼저 인간 기대수명의 측정이 시작된 논문부터, 천연두, 콜레라, 그리고 우유와 수돗물, 의약품, 패혈증, 자동차, 기아까지. 다종다양한 case를 시대적으로 대략 나열해 잘 보여준다. 


모든 책을 읽을 때 그렇듯 가장 관심이 있었던 것은 왜 이 책을 썼는가?이며 해결에 관한 답이 있는 '방향' 이었겠지만 도입에 해당하는 기대수명의 측정 부분부터 천연두의 흥미로운 파트로 접어들면서 급한 궁금증은 넣어두고 활자를 읽어 가는데 차츰 속도가 붙었다. 


그란트의 논문과 쿵족, 카지노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라고 알려져 있지만 '기대수명'이라는 말이 가장 처음 나온 것 역시 인간의 생존에 관한 사망 도표를 논문으로 내었던 데서 비롯했다는 것과, 이런 공식적인 보고서와 기록이 시작되고 밑거름이 되었다는 점, 특히 의학의 수준을 보여주던 조지 3세의 이야기는 매우 쇼킹했다. 오히려 사회적 위치가 높은 그룹에서 더 많은 '사망자 수'가 나오게 되는데, 19세기 이전 의학 발전의 양상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현실과는 어마어마한 거리가 있었다. 처음 접하는 병과 증상, 지금에서야 입증되는 잘못된 의학 처방은 중금속 감염이라는 더 큰 위험을 새로운 차원에서 만들어 내곤 했다. 그렇게 보자면 의학의 발전은 그리 오래된 역사가 아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어마어마한 흔적을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남기며 퍼져나가던 천연두를 이겨낸 인간의 대처는 가히 놀라웠다. 


중국의 경우 천연두가 나아가는 사람의 딱지를 떼어내고 그것을 갈아서, 완치되지 않은 환자의 코에 마시게 했던 것, 또 다른 국가에선 상처의 부위(고름)에서 추출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행동(백신)을 통해 나아가는 과정은 대단했다. 새로운 약을 주입하는 것이 아닌 인간 몸에 있는 면역을 건드려 활성화시켜주는 것. 이것이 백신의 핵심처럼 보인다. 여기에서 조금 더 발전한 형태가 오늘날의 백신 및 예방 접종의 기원처럼 여겨졌다. 저자 존슨은 백신에 대한 인식 고양이 필요하며 직면한 위기에 다 같이 고찰하기를 시사하는 것 같다고 생각된다. 이런 생각과 처방의 방법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보다 낫다는 의견을 힘을 싣고 있고, 남다른 안목을 가지고 있던 메리 몬터규와 같은 인물처럼 코로나 시국이 한창인 현재에도 역사적으로는 양면적 위치에 서서 전도자 역할을 해줄 더 많은 메리를 기대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이런 도서들로 인하여 저자 자체가 그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책은  백신에 무조건적으로 찬성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만을 하고 있지는 않는다. 백신 접종 거부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일부 언급된다. 맹점까지도. 그러나 끝없이 고찰하고 질문한다. 수백만, 수억 명, 수십억 명의 목숨을 구한 다양한 기록. 관찰과 기록의 숫자를 다루는 방법. 시험하는 방법. 관계망, 다시 발견에 이르러 항생제와 백신으로 치유할 수 있는 가능성. 우리가 해왔던 경험에서의 지혜를 계속해서 확인하면서 말이다.


여전히 있을 수밖에 없는 맹점, 이것은 시대가 흘러야 확인 가능한 진실일지도 모른다. 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자가 번식의 자기 세포. 다양한 기록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많은 자료를 찾고 수집한 다양한 수고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이다. 


의학이 아닌 방법을 통과시키는 법과 제도가 19세기 천연두에서 우리를 살려내었던 것처럼, 1980년 5월 WHO의 세계 보건총회에서 '세계와 모든 세계인은 천연두로부터 완전히 해방됐다'에서 느낀 인류라면 누구나 느낄 감동처럼. 찬성과 반대라는 개인적인 위치적 선택이 아닌, 


더 많은 다원적 사람들과 더 큰 덩어리의 지원이, 더 많은 관심과 집중 그리고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동시다발적으로 말이다. 


다양한 위치에서의 고찰이 필요하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의학의 분야라고 하더라도. 개인이라고 하더라도.


책에서 가장 와닿는 구절이 하나 있다면, '인류 건강의 역사에서 흔히 그렇듯이, 향후 수십 년의 수명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발전이 겉보기엔 아무런 관계도 없는 분야에서 비롯될 수 있다.'라는 점인데 '해답'은 전 인류가 함께 찾게 되겠지만 나는 인류의 경험에서 나왔던 답이 정답이며 혜안일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책은 시기적절하며 역사의 나열을 만나고 현실을 잠시나마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먼저 자료를 수집하고 조사를 했다면 이 책이 그랬던 것 같다. 


한국도 연일 코로나 백신 접종이 한창인 이 때, 개인으로서 어쩌면 인류 전체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다시 한번 짚어보며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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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슈베르트
한스-요아힘 힌리히센 지음, 홍은정 옮김 / 프란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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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슈베르트. 기다리던 도서를 받아보고 도서의 패키지 디자인에 흐뭇했습니다.

마치 초콜릿 포장을 뜯듯 유산지 느낌의 얇은 종이를 뜯고 나니 그의 평전이 있더군요. 책도 좋지만 디자인을 하기 때문인지 초콜릿 컬러의 커버에 금장으로 후가공 한 것이 썩 잘 어울리더군요.

익숙한 그의 이름과 영롱했던 곡들의 느낌을 생각하며 책을 받고 펼쳤습니다.

여태 장엄하고 웅장한 음악과 고전적 가곡을 접해왔으나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슈베르트의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네요.

그의 명성과 유명세에도 크게 아는 바가 없었는데 이번 평전을 통해 전부는 아니었으나 궁금한 마음에 몇몇 곡들을 찾아 들어 보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지금 계절과도 어우러지는 곡도 발견하고 소소한 즐거움이 있었네요.

슈베르트의 송어, 비극적, 6번 c장조, 거울의 기사, 등등 각 곡들을 만드는 시절의 시대적 배경과 처한 상황을 매치해보며 듣는 기분은 이전에 우연스레 접할 때 그저 스친 선율과는 그 느낌이 사뭇 다르더군요.

새로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온 평생을 오로지 창작에 매달린 그의 생을 읽으며 디자이너로서 나 자신이 얼마나 창작에 스스로 몰입하고 집중했는가 반문해보기도 하고 내용대로 최초의 프리랜서 작곡가임과 동시에 젊고 유능한 한 전문인이었다는 것에서 또한 다양한 자극이 되었던 시간으로

초년기 작품에서부터 사랑받는 미사의 기초가 되었다는 노래 미사. 19세기 말 웅장하고 담대한 곡의 선율을 찾고 또 들어보는 시간은 최근 몇 년을 전부 돌아봐도 제 일상에는 있지 않았던 장르의 음악이었기에 남달랐습니다.

또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시인의 시들을 모아 거기에 곡을 붙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것인데, 주로 괴테와 실러의 시들로 만든 가곡들 등이 많았다고 하지요. 개인적으로 또 한편 흠모하는 괴테의 글을 생각하니 어쩐지 그런 생각은 자연스럽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밤의 찬가, 빌헬름 마이스터 중 하프 연주자들의 노래 등등. 시간이 좀 흐른 나중에는 또 다른 시들에 곡을 붙이기도 했다고. 희곡과 작곡 등 글을 쓰고 곡을 그려내는 그의 일생과 업적 속에서 다채로운 장르의 컬래버레이션은 디자이너로 일하는 나로서도 흥미로운 대목들이 많았습니다.

책을 통해 학창시절에도 파헤쳐 궁금해보지 않았던 그의 일생을 엿보고 그의 곡들이 작곡된 배경과 시대의 흐름과 그의 생각과 도전 의식마저도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되는 점, 다른 무엇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곡의 스타일을 넘어 꽤나 다양한 가곡과 다른 분야의 작곡된 작품들이 많은 점, 또한 역사 속에만 머문 그를 재 탐색해보고 다시 고전 가곡과 무곡들을 들어보는 좋은 계기가 되는 부분. 그리고 나는 이 책을 몇 번은 다시 읽어보아야 할 것 같네요. 자주 접하지 않던 분야에서 오는 생소함도 이유가 되겠지만 좀 더 많은 곡들을 찾아 들어보며 그때의 대목을 펼쳐 보기를 원하는 그 때문입니다. 책의 분량이 많지는 않습니다. 평소 성당 등에서 미사를 접하거나 음악적인 이유로 관심이 있었던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하며 글을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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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노트 - 오늘도 마음만 먹는 당신에게
피터 킴 지음 / 일센치페이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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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작', '노트' 2개의 단어만으로도 설렘이 가득한 책.

두 싱싱한 단어의 조합에서도 느껴질까요? 책 시작노트는 제겐 '비타민'처럼 읽혔네요 ^^

제목에서 한번, 책 소개의 일부를 담은 목차에서 또 한 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아무 일이나 벌어지길 기다렸다'책을 알리는 문구에서 마음의 소리를 들킨 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끌려 읽기로 마음먹은 도서 시작노트.

며칠 내 품고 다니면서 짤막히 읽고 닫고를 반복했습니다.

첫날 책장을 펼치고 읽어 나가던 중, 매일 먹을 비타민을 하루에 몽땅 털어 넣은 것처럼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해서..

하루 만에도 다 읽을 분량임에도 굳이 외출할 때마다 들고 다녔던 책. 이런 부분이 비타민?처럼 느껴지더군요.

나는 요즘, 시간이 너무나 빠르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이런 느낌이 든 일순간, 너무 늦어버린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위축되기도 하고

반복되는 실패로 자괴감 속에 갇혀 혼자 슬퍼만 하고 있었던 것은 또 아닌지.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는 시기에 머물러 있었거든요. 부끄러움에 혹은 지루함에 다 말할 수는 없지만 힘든 시기를 겪는 우리.

어쩌면 이런 이유에서 힘을 주는 자기 계발서를 찾고 또 보고 끌려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만 먹고 있었던 것이 무엇인가요?' 작가는 묻습니다.

너무 많더군요. 한 줄의 질문 앞에서 하루를 몽땅 보낼 만큼.

저자 피터 킴은 내가 마음만 먹었던 것들을 실제로 실행한 사람이더군요. 해볼까? 생각했던 목록에 비슷한 것이 이리도 많은지!

읽다가 사뭇 놀랐습니다. 이를테면 외국어 공부, 같은 장면이나 장소 계속(매일) 사진으로 담기, 그리고 하루의 일정 시간 동안 무언가(일기, 메모 등등)를 기록하기. 이처럼 자잘하지만 한 번쯤 생각해본 것들 말이죠. 저 역시도 기록의 힘을 믿거든요. 그런 이유에서 블로그 포스팅도 마찬가지고요.

사실 책을 읽고 나서 무언가가 명료하게 정리되는 느낌은 들지 않았어요. 다만 제가 느낀 가장 중요한 1개의 메시지는 '당장 시작해'였네요.

'당장!'

'right now'

'실행'

'go'

그리고 책 속에서 가장 제 흥미를 끌었던 것은 첫째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모임을 이루어 그 가치를 공유하고 긴장감을 놓지 않게 만든 '모임 만들기'와 둘째는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쓰기' 부분이었습니다.

모임 만들기는 카카오톡의 서비스 오픈 카톡을 이용하여 '내 삶의 한 컷을 남기다'라는 주제로 사람들과 하루 한 장의 사진을 공유하고 모아 보는 것. 이었고 당장 시도해보고 싶더군요. 매일 마주하는 일상을 사진을 담아 기록하는 저의 취미랑도 맞는 듯하고 말이죠. 인스타처럼 소리 없는 메아리로 사라지는 것이 아닌 서로 사진에 대해 어쩌면 나아가 하루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

다른 하나, 스마트하게 스마트폰을 사용함이라 함은 사용 빈도에 따라서 앱을 그룹화하는 것이었는데, 주로 주제나 카테고리(일반적인 성격으로 나눈) 별로 모으기 쉬운데 사용 시간 빈도로 앱을 재분배하여 그룹화 하셨더군요. 이것은 저도 바로 시도해보았습니다.

이런 형태로 폰을 사용해보니 사용빈도가 높은 앱과 전혀 열지도 않는 앱이 한눈에 보이고 불필요한 공간과 클릭하는 쓸모없는 시간 에너지를 줄여 나갈 수 있더군요. 사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시간을 SNS 속에서 보내는 일이 인지하지 못할 뿐 너무 길 테니까요! 이것은 작가의 표현처럼 '다이어트'가 필요한 부분이었다는데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작가기 시도한 실패의 흔적, 그리고 실패임과 동시에 성공이 되었던 시도의 발자취를 따라 일일이 다 해보고 언급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저에겐 일부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시작노트. 제가 느낀 책의 온도는 가볍고 스스럼없으며 게다가 시도할 비타민이 되었네요. 누군가의 실패를 통해서 내가 배워야 한다면 그건 바로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이 되면 좋겠다 싶었어요. 오늘 바로 실패하기에 동참하시기를 저 역시 바라봅니다.

언젠가 저도 제가 겪은 실패의 인생을 엮어 글로 보고 싶네요. 한 장의 사진과 함께! 사진을 기록하는 오픈 카톡 모임, 당장 실행해보며 글을 줄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시작하려 했던 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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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보며 빵을 굽다 - 빵을 만드는 일 그리고 삶, 그 조화로움에 관한 이야기
쓰카모토 쿠미 지음, 서현주 옮김 / 더숲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터일까? '내가 먹는 음식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때, 마침 와인과 커피를 일을 통해서 배울 수 있었고 음료들과 때려야 땔 수 없는 음식과 식재료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었죠.

음식과 먹방(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터넷 방송), 셰프들의 전성시대, 요리 천황 등 그 표현만으로도 이미 한 분야의 정점을 찍은 지 오래되었구나 하고 생각되는 분야 '요리'.

이러한 최근 트렌드와 문화의 동향 때문인지 요리와 음식 그리고 그것을 만드는 레시피에 관한 책들이 근 몇 년간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고 생각됩니다. 그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무래도 '레시피 도서'들이라고 생각되는데, 이번에 만난 도서 '달을 보며 빵을 굽다'라는 여느 레시피 묶음식의 책과는 다른 흥미로운 목차를 갖고 있더군요.

이미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는 것처럼 달의 주기를 보고 빵을 만든다는 점도 그렇지만 일정 기간은 꼭 여행을 하는 그녀의 이야기가 사뭇 궁금했기 때문에 주저 없이 책장을 펼쳤네요.

‘달을 보며 빵을 굽다’는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의 한 여인. 쓰카모토 쿠미, 그녀의 빵 가게 ‘히요리 브롯’이 있기까지의 여정과 그녀의 신념과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누군가 작은 가게 하나를 오픈하는 것, 소위 말하는 '장사'를 시작하는 것, 좋아하는 일이 '비즈니스'가 되는 것 등은 사실 많은 도서와 주변의 이야기들로 아주 익숙한 소재이죠.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달의 주기로 빵을 만든다는 특별함도 있지만 제 생각에는 그 무엇보다 그녀의 뜨거운 마음가짐, 바로 빵을 만드는 과정 전체에 관한 '마인드'가 아닌가 생각되네요.

우선 달의 주기로 빵을 만든다는 것은 보통 빵 가게에서 빵을 만드는 형식하고는 다른, 독일의 사상가 루돌프 슈타이너가 창안한 농법에 따른 방식이라고 하네요. 바로 그것은 달의 주기에 따라 파종과 수확을 하는 농사기법을 말하는데 쉽게 이해해보자면 오가닉에서 좀 더 깊이 있게 다가간 개념적인 방식으로 시스템이 생명이고, 이 생명체의 변화에 따라 인간들도 생활을 이어가게 되고 결국엔 사람들의 삶까지도 풍요롭게 만든다는 다소 이념적인 것인데요.

그녀가 독일에서 일하던 시절 접하게 된 방식을 그녀의 빵 가게 '히요리브롯'의 콘셉트로 그대로 사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달의 주기에 따라 빵을 굽고 빵을 만드는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 동안은 여행을 하는 흥미로운 운영 방침.

이 여행 기간에는 휴식과 재충전도 있겠지만 스스로가 제작하는 빵의 원산지를 방문하고 농장의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음식들을 먹어봅니다. 또 그렇게 알게 된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또 새로운 농장을 소개받게되고 더 좋은 농작물과 식재료를 만나죠.

일을 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빵이 탄생하는 여정! 이 여정에 필요한 과정 전체가 그녀에게는 하나의 영감으로 이어집니다.

'빵은 농작물로 만든다는 당연한 사실', '그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 '지역의 음식', '지역의 호감' 등등 그때그때 수확한 재료로 속을 채우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그녀의 마음속에서 늘 요동치는 빵에 대한 애정과 재료에 대한 소중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이러한 대목이 많아 참 좋았습니다.

그저 '좋은 재료로 빵을 만든다'라는 식상함이 아닌, 내게 원재료를 보내오는 농작물을 수확할 때면 마치 그들의 가족처럼 찾아가 함께 수확을 돕고 바로 수확한 신선한 재료로 빵을 만들고 만든 빵을 나누는 것을 계속 반복하죠. 바로 이런 지혜로움이 그녀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타지에 나아가 서로가 좋아하는 하나의 매게(빵과 농작물)로 이어진 만남. 그리고 이 만남을 인연으로 발전시켜 스스로가 원동력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되더군요.

이처럼 '히요리 브롯'의 인기와 생명력은 그녀가 대단한 레시피를 가진 것만도, 좋은 재료가 정답이라는 것만도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하나의 빵이 우리에게 오기까지- 재료를 심고 일구는 농부들로부터 그들과의 상생, 빵 한 조각을 맛보는 소비자와의 소통까지도 그녀가 모든 과정을 모두 소중히 하고 행동하기에 가능한 것.

'함께 살아가는 인간 삶의 문화' 아마 나는 그녀의 삶에서 인간 문화가 어떤 형태로 파생하는지, 그녀가 일을 사랑하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를 느낀 것 같습니다. 동일한 업종에 종사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좋은 재료가 좋은 빵을 만든다는 당연한 이치는 그 어디에 대입해도 같은 결과를 도출할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죠.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편안하면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

수면에 퍼지는 물결처럼 잔잔한 여운이 있어 좋았던 책.

사람을 사랑하고 지혜로움을 전할 줄 아는 한 사람의 이야기.

가게를 시작하는, 음식을 만드는, 그리고 정성스러운 음식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권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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