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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정신분석 치료를 받고서 다시 태어나다 - 우리는 정신분석치료를 제대로 알고 있습니까?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21년 11월
평점 :
고작 책 한 권을 읽고 니체의 모든 걸 알아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건방진 생각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나는 예전에는 책을 읽기 전에, 이런저런 읽을거리를 몇 권씩 사 두곤 했습니다.
한데 요즘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방송을 시청하다 보면, 보고 나서야 읽고 싶어지는 다음 책이 생겨나더라고요. 그러니까 책을 읽다가 그 이야기 속에서의 갈증이 읽고 싶은 다음 책을 결정하게 되는. 여하튼, 최근 우울과 자기 허무의 시기가 길어지면서 종종 니체와 쇼펜하우어를 생각했었고 '니체'를 통한 '정신 분석'이라니, 게다가 다시 태어났다고 하니 어떤 의미로 작용하는지 궁금하여 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제목과 책 전반에 걸쳐 '가상의 니체'는 실존한 인물이면서 동시에 상담으로 치료를 얻는 한 가상 고객의 모습으로 초대되어
그의 연구실에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고 그것을 분석하여 기록한 형식의 설정입니다.
이 책을 '가상의 니체' 그러니까 니체의 상담 보고서라고 한다면,
정신분석의 예식 절차가 1. 자유연상, 2. 전이현상, 3. 역전이 현상, 이 3가지가 있고
보통 상담에서는 자유연상을 한 번에 하는데, 이것을 10 회로 나누었다고 서문에 쓰여있으나 니체의 경우 '분석 공감', '꿈속의 꿈', '자유연상의 해석'의 3가지 부분이 추가로 있습니다.
책 자체의 목차는 11개의 분류로 책에 있어 따로 이 곳에 쓰지 않지만
책의 소제목을 내가 정리한 것은 넘버링 된 부분들이 책 속 진료 사이사이에 있으나 헷갈려서 스스로 세부를 정리하고 읽어 나갔습니다.
- 책의 소제목 목차
0. 니체 남매가 연구소를 방문하다
1. 꿈속의 꿈 1, 2, 3, 4, 5, 6, 7, 8, 9, 10, 11
2. 자유연상 1,2, 3, 4, 5, 6,7,8, 9
3. 전이현상 1, 2, 3, 4, 5, 6, 7,8, 9
4. 역전이 현상 1, 2, 3, 4, 5, 6, 7,8
5. 분석 공강 1, 2, 3, 4, 5, 6,7,8
6. 자유연상의 해석
그리고 책의 목차는 가상의 니체(피분석가 = 상담받는 고객)가 한 이야기들의 구분으로 이해했습니다.
이미 다 아는 것일 테지만 혹시나 니체의 영혼 회귀와 초인,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 차라투스투라나 등 니체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던 분들이 책을 읽는다면 주석이 많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은 죽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 그의 저서를 많이 접하지 못했던 무지한 저로서는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검색을 병행했습니다.
사유와 대화 속에서 깊은 공감이나 몰입이 있는 시원한 대화를 상상했는데
피분석가도 분석가도 다소 치료를 위한 분석가의 리포트처럼 느껴지곤 해서, 수시로 현실로 돌아와야 했던 분석가(작가)처럼 나도 읽다가
앞장으로 돌아가고 돌아가고를 또 반복하였습니다.
'교수님'과 '니체'라든지 자연스럽게 써도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끝끝내 하였던 것은, 한 사람의 말의 호흡이 길어지면 읽다가
'가만, 이게 어느 분이었더라...' 하는 생각마저 드는, 두 장 이상 분량의 글이 되거나 하면 다시 앞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개인차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조금 곤혹스러웠습니다. 아무래도 분석가가 상상하여 모셔온 니체와의 대화이다 보니 책 속의 문장이나 글의 느낌이 비슷하여 기록된 말투로는 서로의 개성이 다르지 않아 더 그랬던지도 모르겠네요. 책을 다 읽고 후문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작가는 니체의 전달자가 되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페이지별로 지면이 1/3씩 남는데도 불구하고 자간이 좁아 계속 보고 있으니 눈이 너무 아팠고
책 자체는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인데 지면이 많이 남아서 시집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내용보다는 편집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주체'와 '자아'는 정신분석학에서 다르다는 이야기가 70쪽과 150쪽을 포함하여 여러 부분에서 계속 반복되어 나오는데
'말'을 이루는 주체와 자아에 관해 얼마나 고민을 많이 하셨는가가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매일 내뱉는 글과 말, 표현을 위한 텍스트의 구성까지도 정신적인 대사과정에 속한다는 것은 흥미로웠습니다.
'자유 연상'이라는 명상을 닮은 상담을 통해 가상의 니체가 읊조렸던 그의 삶의 에피소드들은, 그의 저서를 읽은 기억이 별로 없는 제게, 책에 기록된 내용만으로는 쉽사리 공감되진 않아 눈물을 흘리는 대목에서도 저는 울지 않았고 어쩐지 정신분석의 창조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의 일부가 생각이 났습니다.
저자는 오랜 기간 동안 실제로 정신분석학 연구소를 운영해오면서 대 철학자의 생애를 통해 한 번 더 그 연구에 불을 지피고 스스로에 투영하여 또 한 번 그 연구를 이어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연구의 결과물을 이렇게 볼 수 있었다고 생각되고요.
개개인의 억압된 결과의 현상, 그 현상이 결코 건강하지 않아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정신분석 현장에서는 해석하고 있다는 부분.
이 모든 대화의 작업이(가상의 니체와의 상담이) 더 나은 삶의 '사는 방식'을 선택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 이것이 정신분석 치료의 큰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놀랍게도 생각보다 공황장애로 고통받는 사람이 주변에 많으며 서평을 쓰는 나조차도 그런 감정으로 고통스러운 날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연구소와 이런 상담을 위한 기관을 쉽게 찾아갈 수 있다는 생각은 책을 읽고 난 후에도 들지 않지만.
따스한 난로 앞에 앉아 연상작용이라 말하는 부분을 슬쩍 따라 해보기도 하였습니다. 편안하게 몸을 뉘고 이야기를 해보는 것.
들어줄 사람은 없어왔고 아마 앞으로도 없겠지만 프로이트처럼 꿈의 이미지를 쪼개어 다시 그 의미를 보듯 내 과거의 에피소드를 꺼내, 기억하고 기록하여 나만의 '즐거운 지식'이나 '즐거운 기억'을 명료화해 나가며 문제점을 찾아보는 것도 유익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니체를 부정하고 자신만의 니체론을 갖는 사람이 가장 니체적이라는 말을 본 적이 있습니다.
니체에 관한 책처럼 보이지만 사실 니체를 통해 스스로의 니체를 찾기 위한 정신분석학의 한 방법을 보았다고 생각하며 소감을 줄입니다.
그리고 후문에 해당하는 책의 가장 뒷장에 보면,
'2021. 11. 18일 쓰다.'라고 쓰여있는데.. 그것이 지금의 날짜이니 아마도 오타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