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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을까 - 팬데믹 한복판에서 읽는 인류 생존의 역사
스티븐 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10월
평점 :

코로나로 인한 개인과 국가의 우울은 이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충격적이기 그지없었던 첫 코로나 소식, 첫 국내 사망자 소식을 들었던 때의 느낌을 아직도 기억한다.
2019년 12월 발발한 Covid -19. 벌써 2년째를 맞이하고 있고 이젠 흡사 지독한 감기처럼 with 코로나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와 갑자기 인구를 위협하는 전염병에 관한 정보를 습득하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진정으로 이 시대에 직면한 나를 포함한 사람들에게는 이 국제적 슬픔을 숨 쉬는 매 순간 일상 속에서 통감하기에. 그렇기에 여느 해마다 짧아짐에도 어김없이 돌아오는 가을이면 독서의 맛이 행복하고 아무리 사는 일이 고단하여도 책에서 얻는 위안이 있었던 나로서는 '우리는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을까'라는 정말이지 끌릴 수밖에 없는 도서였다.
당연하게도 시기와 맞물려 갑작스레 쏟아지는 수많은 전염병과 팬데믹 관련 도서들 속에서 단순히 판매고를 올리기 위한 소재를 선택하고
내용의 밖만 뱅뱅 도는 겉핥기 식 도서가 아니기를 내심 기대하며 'Extra Life' 책을 펼쳤다.
모두 알다시피 팬데믹은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2개 이상의 넓은 대륙 who의 전염병 경고 단계의 최고 위험 등급인 셈.
책에서도 일부 언급하듯 14세기 페스트부터, 스페인 독감, 홍콩 독감, 신종플루에 이르기까지 큰 역병이 있어왔다.
나로서는 지나간 태풍처럼 지나간 뉴스처럼 어렴풋하고 아스라이 먼 느낌으로 매스미디어를 통해 들어온 가벼운 지식 정도만 대충 아는 수준이었고 그 관심 자체가 높지 않았다.
생존에 관한 이슈임에도 어찌 이렇게 무심할 수 있었는지는 제법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역사적 무지에 스스로에게도 새삼 놀라며.
정말 인류는 어떻게 살아남았던 것일까? 저자 스티븐 존슨 역시 인류에게 시련은 늘 있어왔다고 말한다.
책은 대략 10개 덩어리로 나누어 내용이 기록되어 있고 다양한 실제 증거와 근거를 제시했다.
서론과 결론을 빼고 나면 먼저 인간 기대수명의 측정이 시작된 논문부터, 천연두, 콜레라, 그리고 우유와 수돗물, 의약품, 패혈증, 자동차, 기아까지. 다종다양한 case를 시대적으로 대략 나열해 잘 보여준다.
모든 책을 읽을 때 그렇듯 가장 관심이 있었던 것은 왜 이 책을 썼는가?이며 해결에 관한 답이 있는 '방향' 이었겠지만 도입에 해당하는 기대수명의 측정 부분부터 천연두의 흥미로운 파트로 접어들면서 급한 궁금증은 넣어두고 활자를 읽어 가는데 차츰 속도가 붙었다.
그란트의 논문과 쿵족, 카지노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라고 알려져 있지만 '기대수명'이라는 말이 가장 처음 나온 것 역시 인간의 생존에 관한 사망 도표를 논문으로 내었던 데서 비롯했다는 것과, 이런 공식적인 보고서와 기록이 시작되고 밑거름이 되었다는 점, 특히 의학의 수준을 보여주던 조지 3세의 이야기는 매우 쇼킹했다. 오히려 사회적 위치가 높은 그룹에서 더 많은 '사망자 수'가 나오게 되는데, 19세기 이전 의학 발전의 양상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현실과는 어마어마한 거리가 있었다. 처음 접하는 병과 증상, 지금에서야 입증되는 잘못된 의학 처방은 중금속 감염이라는 더 큰 위험을 새로운 차원에서 만들어 내곤 했다. 그렇게 보자면 의학의 발전은 그리 오래된 역사가 아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어마어마한 흔적을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남기며 퍼져나가던 천연두를 이겨낸 인간의 대처는 가히 놀라웠다.
중국의 경우 천연두가 나아가는 사람의 딱지를 떼어내고 그것을 갈아서, 완치되지 않은 환자의 코에 마시게 했던 것, 또 다른 국가에선 상처의 부위(고름)에서 추출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행동(백신)을 통해 나아가는 과정은 대단했다. 새로운 약을 주입하는 것이 아닌 인간 몸에 있는 면역을 건드려 활성화시켜주는 것. 이것이 백신의 핵심처럼 보인다. 여기에서 조금 더 발전한 형태가 오늘날의 백신 및 예방 접종의 기원처럼 여겨졌다. 저자 존슨은 백신에 대한 인식 고양이 필요하며 직면한 위기에 다 같이 고찰하기를 시사하는 것 같다고 생각된다. 이런 생각과 처방의 방법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보다 낫다는 의견을 힘을 싣고 있고, 남다른 안목을 가지고 있던 메리 몬터규와 같은 인물처럼 코로나 시국이 한창인 현재에도 역사적으로는 양면적 위치에 서서 전도자 역할을 해줄 더 많은 메리를 기대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이런 도서들로 인하여 저자 자체가 그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책은 백신에 무조건적으로 찬성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만을 하고 있지는 않는다. 백신 접종 거부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일부 언급된다. 맹점까지도. 그러나 끝없이 고찰하고 질문한다. 수백만, 수억 명, 수십억 명의 목숨을 구한 다양한 기록. 관찰과 기록의 숫자를 다루는 방법. 시험하는 방법. 관계망, 다시 발견에 이르러 항생제와 백신으로 치유할 수 있는 가능성. 우리가 해왔던 경험에서의 지혜를 계속해서 확인하면서 말이다.
여전히 있을 수밖에 없는 맹점, 이것은 시대가 흘러야 확인 가능한 진실일지도 모른다. 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자가 번식의 자기 세포. 다양한 기록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많은 자료를 찾고 수집한 다양한 수고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이다.
의학이 아닌 방법을 통과시키는 법과 제도가 19세기 천연두에서 우리를 살려내었던 것처럼, 1980년 5월 WHO의 세계 보건총회에서 '세계와 모든 세계인은 천연두로부터 완전히 해방됐다'에서 느낀 인류라면 누구나 느낄 감동처럼. 찬성과 반대라는 개인적인 위치적 선택이 아닌,
더 많은 다원적 사람들과 더 큰 덩어리의 지원이, 더 많은 관심과 집중 그리고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동시다발적으로 말이다.
다양한 위치에서의 고찰이 필요하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의학의 분야라고 하더라도. 개인이라고 하더라도.
책에서 가장 와닿는 구절이 하나 있다면, '인류 건강의 역사에서 흔히 그렇듯이, 향후 수십 년의 수명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발전이 겉보기엔 아무런 관계도 없는 분야에서 비롯될 수 있다.'라는 점인데 '해답'은 전 인류가 함께 찾게 되겠지만 나는 인류의 경험에서 나왔던 답이 정답이며 혜안일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책은 시기적절하며 역사의 나열을 만나고 현실을 잠시나마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먼저 자료를 수집하고 조사를 했다면 이 책이 그랬던 것 같다.
한국도 연일 코로나 백신 접종이 한창인 이 때, 개인으로서 어쩌면 인류 전체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다시 한번 짚어보며 글을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