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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보며 빵을 굽다 - 빵을 만드는 일 그리고 삶, 그 조화로움에 관한 이야기
쓰카모토 쿠미 지음, 서현주 옮김 / 더숲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터일까? '내가 먹는 음식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때, 마침 와인과 커피를 일을 통해서 배울 수 있었고 음료들과 때려야 땔 수 없는 음식과 식재료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었죠.
음식과 먹방(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터넷 방송), 셰프들의 전성시대, 요리 천황 등 그 표현만으로도 이미 한 분야의 정점을 찍은 지 오래되었구나 하고 생각되는 분야 '요리'.
이러한 최근 트렌드와 문화의 동향 때문인지 요리와 음식 그리고 그것을 만드는 레시피에 관한 책들이 근 몇 년간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고 생각됩니다. 그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무래도 '레시피 도서'들이라고 생각되는데, 이번에 만난 도서 '달을 보며 빵을 굽다'라는 여느 레시피 묶음식의 책과는 다른 흥미로운 목차를 갖고 있더군요.
이미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는 것처럼 달의 주기를 보고 빵을 만든다는 점도 그렇지만 일정 기간은 꼭 여행을 하는 그녀의 이야기가 사뭇 궁금했기 때문에 주저 없이 책장을 펼쳤네요.
‘달을 보며 빵을 굽다’는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의 한 여인. 쓰카모토 쿠미, 그녀의 빵 가게 ‘히요리 브롯’이 있기까지의 여정과 그녀의 신념과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누군가 작은 가게 하나를 오픈하는 것, 소위 말하는 '장사'를 시작하는 것, 좋아하는 일이 '비즈니스'가 되는 것 등은 사실 많은 도서와 주변의 이야기들로 아주 익숙한 소재이죠.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달의 주기로 빵을 만든다는 특별함도 있지만 제 생각에는 그 무엇보다 그녀의 뜨거운 마음가짐, 바로 빵을 만드는 과정 전체에 관한 '마인드'가 아닌가 생각되네요.
우선 달의 주기로 빵을 만든다는 것은 보통 빵 가게에서 빵을 만드는 형식하고는 다른, 독일의 사상가 루돌프 슈타이너가 창안한 농법에 따른 방식이라고 하네요. 바로 그것은 달의 주기에 따라 파종과 수확을 하는 농사기법을 말하는데 쉽게 이해해보자면 오가닉에서 좀 더 깊이 있게 다가간 개념적인 방식으로 시스템이 생명이고, 이 생명체의 변화에 따라 인간들도 생활을 이어가게 되고 결국엔 사람들의 삶까지도 풍요롭게 만든다는 다소 이념적인 것인데요.
그녀가 독일에서 일하던 시절 접하게 된 방식을 그녀의 빵 가게 '히요리브롯'의 콘셉트로 그대로 사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달의 주기에 따라 빵을 굽고 빵을 만드는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 동안은 여행을 하는 흥미로운 운영 방침.
이 여행 기간에는 휴식과 재충전도 있겠지만 스스로가 제작하는 빵의 원산지를 방문하고 농장의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음식들을 먹어봅니다. 또 그렇게 알게 된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또 새로운 농장을 소개받게되고 더 좋은 농작물과 식재료를 만나죠.
일을 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빵이 탄생하는 여정! 이 여정에 필요한 과정 전체가 그녀에게는 하나의 영감으로 이어집니다.
'빵은 농작물로 만든다는 당연한 사실', '그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 '지역의 음식', '지역의 호감' 등등 그때그때 수확한 재료로 속을 채우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그녀의 마음속에서 늘 요동치는 빵에 대한 애정과 재료에 대한 소중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이러한 대목이 많아 참 좋았습니다.
그저 '좋은 재료로 빵을 만든다'라는 식상함이 아닌, 내게 원재료를 보내오는 농작물을 수확할 때면 마치 그들의 가족처럼 찾아가 함께 수확을 돕고 바로 수확한 신선한 재료로 빵을 만들고 만든 빵을 나누는 것을 계속 반복하죠. 바로 이런 지혜로움이 그녀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타지에 나아가 서로가 좋아하는 하나의 매게(빵과 농작물)로 이어진 만남. 그리고 이 만남을 인연으로 발전시켜 스스로가 원동력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되더군요.
이처럼 '히요리 브롯'의 인기와 생명력은 그녀가 대단한 레시피를 가진 것만도, 좋은 재료가 정답이라는 것만도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하나의 빵이 우리에게 오기까지- 재료를 심고 일구는 농부들로부터 그들과의 상생, 빵 한 조각을 맛보는 소비자와의 소통까지도 그녀가 모든 과정을 모두 소중히 하고 행동하기에 가능한 것.
'함께 살아가는 인간 삶의 문화' 아마 나는 그녀의 삶에서 인간 문화가 어떤 형태로 파생하는지, 그녀가 일을 사랑하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를 느낀 것 같습니다. 동일한 업종에 종사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좋은 재료가 좋은 빵을 만든다는 당연한 이치는 그 어디에 대입해도 같은 결과를 도출할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죠.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편안하면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
수면에 퍼지는 물결처럼 잔잔한 여운이 있어 좋았던 책.
사람을 사랑하고 지혜로움을 전할 줄 아는 한 사람의 이야기.
가게를 시작하는, 음식을 만드는, 그리고 정성스러운 음식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권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