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받고 싶어서 오늘도 애쓰고 말았다 -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 당신을 위한 심리학
이혜진 지음 / 카시오페아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눈치는 왜 보는 것일까?

눈치 보는 마음. 주위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눈치 보는 사람과 그것을 바라보는 우려의 마음.

팍팍한 일상 속에서 계속되어야 하는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통찰과 반성의 시간은 항상 필요하다.

이 때문인지 주기적으로 심리학 도서를 읽고 있는데 최근 일주일 정도 품고 다녔던 심리학 도서를 소개한다.

제목은 그리 와닿지 않지만, '나를 아프게 한 건 항상 나였다'를 쓰신 작가님의 서적이기도 해서 내용이 궁금했다.

최근 6개월간 내가 읽은 심리학 서적들의 경우 현업에 종사하고 있거나 과거에 종사했던 심리상담가인 경우가 많아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들이 실재하는 일이거나 자신보다는 타인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형식이 많은데 이 책도 그러하다.

심리학, 인지심리학, 상담 등 마음에 관련된 도서는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어, 반대로

얼마나 사람들이 스스로의 마음 안에서도 아플 수 있고 고뇌하고 또 자신을 이해하는 일마저도 힘들어하는지 짐작될 만큼 많이 출간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책을 많이 읽는다 해도 자신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인정하는 일은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어렵다.

다양한 심리 용어가 유행하는 요즘, 세분화된 관점이 많이 있겠지만 책 '인정받고 싶어서 오늘도 애쓰고 말았다'에서는 인정욕구에 주목한다.

내용은 크게 3부로 나뉘어 있다.

1부에서는 인정욕구에 대한 '인정'과 자주 일어나는 인정욕구에 대한 왜곡된 사례들을,

2부에서는 스스로의 인정욕구를 체크해 볼 수 있도록 자기애 과잉형, 의존형, 성취 중독형, 회피형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다.

이 4가지 이상의 형태를 실제로 느낄 수 있는 사례를 소개하고 이것들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옭아메는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3부에서는 본격적인 치유, 그러니까 행동을 해 보도록 안내하고 훈련해 본다.

세 줄로 정리하자니 간단한 것 같지만 꽤 교과서적인 측면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좀 지루해는 순간도 있었지만 성취 중독과 번아웃 부분은 꽤 공감되고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쯤은 번아웃이 찾아온다. 스스로 그것을 인지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보통은 그러지 못한 채 시간과 함께 슬픔을 묻고 흘러가는 경우도 꽤 많은 것 같다.

책 속에서 재미있을 만한 것은 MBTI 검사 표처럼 중간중간 여러 항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체크리스트'(아래 사진)가 있는데

당연하게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내가 어떤 성향에 가까운지 확인해 볼 수 있는데 항목의 나열은 '순간'들을 보여준다고 할까,

또한 체크리스트 중에는 현재의 내가 아닌 과거에 내가 했던 행동에서 고를 수 있는 것도 있었다.

정말이지 수많은 사람의 형태를 여기 한페이지로 제시된 항목으로 나눈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도저히 나를 알아가는 것이 어렵다. 나는 어떤 행동들을 하는가. 하는 마음의 증상에 이제 막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는 단계의 독자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책의 후반에 나오는 '공감'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최근 느낀 내면의 경험 때문인지 좋은 되새김의 시간이었다.

정서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은 달랐다. 감정을 나타낼 때에도 진심이 아니면 전해지지 않기에.

어쭙잖은 공감, 이해하는 척, 이런 행동들은 공감이 아니라 오히려 반감을 일으킨다.

전해지지 않는 진심은 없다. 진심은 전해진다고 믿기 때문에.

저자도 말하듯 상대방은 내가 아니기 때문에 나와 똑같은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 진짜 문제 해결은 스스로 할 수밖에 없는 그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리 저래 나를 타인과 비교하고, 타인이 나에게 어떻게 해주기만을 바라는 사람들, 꼭 책이 아니어도 이제는 스스로 내면의 자신을 마주하고 이해하고 인정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이다.

책의 인정욕구에 관한 부분을 지나 마지막에 등장하는 '공감'에 대한 작가의 좋은 글귀를 아래 옮기며 글을 줄인다.

우리는 많은 경우, 공감받고 싶은 사람에게 공감받지 못함으로 인해 상처를 받는다.

... 중략...

그럼에도 우리에겐 공감받는 순간이 필요하다.

맺힌 감정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공감받기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공감은 힘이 있다. 이 세상에 단 한 사람으로부터 받는 진실한 공감은 우리 마음의 상처를 녹여줄 뿐만 아니라, 내가 나로서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해 준다.

인정받고 싶어서 오늘도 애쓰고 말았다 - p2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즘 카피 바이블 - 홀리고 유혹하고 사로잡는
김시래 지음 / 스몰빅인사이트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홀리고 유혹하고 사로잡는 요즘 카피 바이블' , '30년 차 광고 전문가가 알려주는 궁극의 카피 쓰기!'

강력한 홍보 문구다. 현직으로 디자인을 하고 있는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끌리는 도서다.

쿨 카피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고 그 누구도 뾰족한 답을 줄 수 없는 분야가 또 아닌가 싶기도 했기에.

어쨌든 책을 선택함에는 주저하지 않았는데 그것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현역 전문가의 노하우라고 생각되어서였다.

실무에서 30년간 갈고 닦은 분의 조언과 노하우라니 그 무엇이라도 우선 읽고픈 마음이 생겼다.

오랜만에 앉은 자리에서 숨도 안 쉬고 읽은 책이기도 하다.

읽다가 글 고랑에 멎어 한참 멍 때리기도 했지만... 이내 다시 빗물처럼 쏟아지는 많은 슬로건과 카피를 볼 수 있었던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좋은 카피와 슬로건을 따로 모아온 것이 아니라면, 많은 슬로건의 응집이라는 점에서도 책상머리맡에 두고 수시로 꺼내 볼 수도 있겠다.

저자는 무궁무진한 글쓰기의 미래 앞에 가장 먼저 책 읽는 것을 생활화하고 나만의 글쓰기와 재료를 모으도록 권한다.

자료를 수집하라는 이야기다.

좋은 요리를 하려면 좋은 재료를 써야 한다.

핵심적으로 '궁극의 카피'라는 것은 하루 아침에 하늘에서 뚝 ㅡ 하고 떨어지지 않는 다는 것이다.

내가 채집하고 모아둔 재료들이 조화되고 깎아져 마침내 빛을 발한다는 어떤 믿음이고 실재하는 수식이다.

물론 맛있는 글감의 채집 과정 역시 세분화할 필요가 있었다.

나만의 자료, 나만의 노트, 나만의 영감 원천지가 지금 당장 필요해 보였다.

더불어 관찰하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책에서도 거듭 강조한다.

"비즈니스의 강자들은 .. 중략.. 남들과 같은 자료에서 남다른 관점을 발견하는 힘을 가졌다. "

남다른 관점을 발견하는 힘.

이 글은 관점에 따라 글의 수준이 달라진다는 것을 설명하며 한 문장이었는데 글쓰기가 창의성을 가다듬을 수 있고

좋은 관점에 대한 훈련이 되어 결국엔 멋진 글을 쓸 수 있는 힘이 된다는 이야기다.

필력.

카피 라이트는 글쓰기 중에서도 극 축약한 글이다.

흡사 오래 오래 다듬어 빚어내는 도자기처럼.

재료들을 반죽하여 뭉치고 이 반죽을 잘 빚어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자르고 또 잘라, 기능과 미의 관점만 남겨 두고

깔끔하게 모두 버린다. 군더더기 없이.

이 일련의 가지치기가 카피 쓰기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강렬하고 핵심적인 관점.

그것만 두고 다 걷어낸다.

솔직하고 담백하게.

또 하나의 주목할 부분 역시 관점인데

저자는 '관점'의 정립이 관찰력의 결과라고 말한다.

이 것은 또한 감수성이며 감수성은 관찰력에서 비롯하고 창의성의 근원은 이 감수성을 강화하여 좋은 글을 쓰고 새롭고 독특한 관점의 씨앗을 품으라 말한다.

통찰과 안목.

한 줄의 카피 라이트에는 수많은 것들이 응축되어 녹아 있음을 많은 부분에서 엿볼 수 있었다.

나는 책의 여기저기를 아낌없이 접으며 읽었는데 정말 많은 예시의 나열로 사실 때로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꾸깃, 접어둔 것들을 다시 보니 Tip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주로 글쓰기와 관련된 부분이었다.

위에서 말한 좋은 카피 라이트를 쓰는 힘이 결국은 '글쓰기'에서 나온 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해력은 전달력의 필수조건이라던가,

압축과 절제의 양념, 간결해지려면 쓸데없는 잔가지를 쳐내야 한다든가.

핵심 메시지에 집중하라, 든지.

단도직입적으로

현실의 이야기들을

쉽고 심플하게 말 할 수 있는 힘.

이 밖에도 재료를 모으는 과정에 보탬이 되는 선배의 노하우는 분명 담겨 있었다.

정말 열심히 모아둔 그의 노트의 일부를 살짝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렇지만 '카피 쓰기에 도움 되는 문장' 의 부분은 아마도 사람들이 가장 흥미로워할 부분으로 보인다.

다양한 장르에서

내 하루의 다양한 부분에서

매일 보는 똑같은 것들에서

나만의 시각과 관점으로 된 관찰과 응집된 글쓰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훈련은 제대로 된 것으로 매일 해야 힘이 생긴다. 매일.

책을 읽고 여태 생각만 해 왔던 것과 내 머릿속에 유영하다 사라져 버렸던 미묘하고 하찮은 많은 감각들 마저도

잘 채집하여 정리해야 할, 아주 당연한 이유가 생겼다.

내가 직업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글을 쓰고 그러고 싶으며


핵심적인 카피를 한번이라도 써 보고 싶은 분이라면 꼭 읽어보길 권하며 글을 줄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일 10분 생활 쏙 일본어 초급 독해 - 생생한 문장으로 히라가나부터 JLPT N3까지 한 번에!
휴먼아카데미 일본어학교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말이 금세 다가왔다.

지난겨울보다는 포근한 겨울. 하지만 마음은 이미 새로 올 2023년을 기다리고 있다.

모두 마음에 품은 외국어 하나쯤 있겠지?

나에게 일본어는 애증의 제2 외국어다.

잘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부지런함이라는 결심과 매일 해낼 의지와 1퍼센트의 용기의 결여.

이루지 못한 한편에 있는 꿈같은 것이라면 너무 거창할까...

어쨌든 하루에 10분만 투자하자는 마음이 와닿는 제목 때문에 이 교재를 선택했다.

나에게는 대단한 계기가 되어줄 느낌적인 느낌.

'독해를 위한 하루의 10분'

수년 전 거의 반년 동안 일본어 회하 학원을 다녔으나 JLPT에는 도전해 보지 못했다.

일본인 친구가 있어 줄곧 대화는 해보았지만 원하는 의사를 다 전달해 보지 못했던,

학교를 졸업하면서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는 익혔지만 더 깊이 있게 공부하지 못한,

일어를 듣거나 말할 수는 있지만 읽어나가는 일에는 부담이 있는,

JLTP를 한 번쯤 꼭 도전해 보겠다는 마음이 있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적합한 도서다.

책을 열면,

목차에 매일 10분씩 공부하고 날짜를 체크! 할 수 있는 괄호가 그려져 있다.

to do list가 그런 것처럼,

매일 혼자 읊었던 하루의 소소한 다짐처럼.

하려는 공부의 체크를 하는 '행동' 자체가 고려되어 공부의 한 과정처럼 삽입되어 있다.

이어, 바로 실전 독해를 공부해 볼 수 있는 파트가 나오는데 날짜로는 총 120일이 구성되어 있다.

약 4달!

아주 적절한 시도 기간. 나의 경우 11월 30일부터 4달 계획해 본다.

우선 공부를 지금 시작하지 않더라도 책의 구성을 더 살펴보았다.

24일차를 보면, qr Code로 된 음원 듣기가 있는데 실전이다.

독해를 실습해 보는 것, 이것을 매일 10분씩 하면 된다.

qr Code를 읽으면 바로 재생할 수 있는 버튼이 나오고 테스트로 들어볼 수 있다. (아래 이미지)


원어민의 음성으로 제공되는 듣기 평가 느낌이랄까.

qr Code 읽으면 나오는 페이지는 재생을 누르면 바로 나온다.

여러 번 듣기도 가능하다. 우선 맛보기로 하나 풀어보았다. 재미있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문형 카드는 특정 사이트로 들어가서 다운로드를 해야 하는데 아직은 제공하지 않는다.



위치는 (시원스쿨 홈페이지 > 수강신청 > 교재 > mp3)에서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132페이지 부터는 정말 쓰고 외워 두어야 할 필수적인 문형 요소가 나온다.

여기 있는 건 절대 익혀야 할 실용적인 표현들이며 155페이지부터는 문형과 마찬가지로 필수적인 단어들 목록이 담겨있다.

후반부에 붙어있는 별책부록 초급독해 노트는 답안이다. 이것을 뜯어서 문제를 풀고 맞춰보고 하면 편리하다.

전반적인 책의 구성은 이러하고 표지에도 써 있지만 이 초급 독해 도서는 히라라나 가타카나는 읽을 수 있어서 함을 꼬옥 전제한다.

그래서인지 배우는 대상이 아닌 가르치는 분들에게도 좋은 교재임이 이미 5년 연속 수상의 브랜드 이력으로도 느껴진다.

언어를 가르쳐본 경험은 없지만 다른 문법책들처럼 두껍지 않아 가볍게 시작하기 좋으면서도 야무진 알맹이가 있어 납득이 된다.

정말 시험을 준비하던 시절 내가 만들어 쓰던 오답노트와 기출 문제를 모아둔 어떤 노트처럼

일본어 공부 시 꼭 알아야 할 것을 꽤 오래 정리해서 모아 제공하는 '엑기스'의 느낌이다.

노트도 준비되었고 나는 이제 까맣게 종이를 메우며 아주 오래전 학생처럼 시작해야겠다. 괜한 설렘이 생겨난다.

한 단계 위로 나아갈 준비가 된 분들 주저 말고 시작해 보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스토옙스키가 사랑한 그림들 - 아름다움은 인간을 구원하는가
조주관 지음 / arte(아르테)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arte 도서는 또 오랜만이다. 아니 올해는 처음이지만 아주 오래전 나나흰으로 활동했어서 개인적으로 꽤 반가운 출판사이다.

커버의 d는 'Dostoevsky의 d' 이니셜일까. 대문자 D 속에 채워진 그림들로 된 디자인을 펼쳐본다.

나는 도스토옙스키를 채운 그림들이 궁금했다.

도의 유명세에도 내가 읽어 본 소설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죄와 벌, 정도여서 더 호기심이 일었다.

새로움은 늘 흥미가 동반된다고 생각해왔다.

새로움이라는 것은 어쩌면 아주 오래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알지 못했던 아주 오래된 것에서 찾아내는 보석 같은 흥미.

그래서인지 도서를 고를 때 필요에 의해서보다는 호기심의 역할이 더 큰 것 같다.

차례를 보면

1부는 '성과 속', 2부 '미와 추', 3부 '생과 사'로 크게 나뉜다. 각각의 부마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에 사용된 문법, 그가 좋아했던 그림에서 얻은 영감. 이 영감의 근원이 되어 나타난 작품의 조각들, 가치관과 종교 등 다양한 감각들이 작품에 어떠한 형태로 녹아있는지 짚어볼 수 있다.

작가에 의하면 도스토옙스키가 말하는 '어린아이처럼'이라는 표현은 최고의 찬사이며 궁극엔 '어린아이처럼 살라'라고 했을 만큼

어린이에 대한 사랑으로 유별나다. 어린이들을 순수 자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빛이 조명하는 어린아이들이 담긴 성경의 화폭을 보면 신화적 느낌마저 띈 순수한 긍정이 절로 느껴진다.

도스토옙스키의 유명세에도 내가 읽은 소설이 고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죄와 벌, 정도임에

아주 오래전 읽은 책의 장면을 다시 가져와 보여주는 책의 구조는 그때의 장면들이 다시 대입되면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익히 알고 있듯 그의 작품은 많은데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백치, 죄와 벌, 도박꾼, 미성년, 폴준코프, 작가 일기, 회고록, 악령, 지하로부터의 수기, 죽음의 집의 기록, 악령 등 책 속에만도 꽤 많은 작품이 소개된다. 그리고 글 속에 속속 숨은 미술에서의 영감과 표현, 예술 작품에서 느꼈을 순간의 매력. 그의 생각을 비추는 문장들도 함께.

또한 책의 내용 사이사이 담긴 초고의 스케치들은 왠지 모르게 내 마음까지 설레게 했다.

무엇보다 빛에 관한 작품을 묘사한 장면은 유독 새로웠는데 그중 쿠인지의 <자작나무의 숲>이라는 작품 앞에서는 시선이 멈추어 서 한참을 응시하게 되었다.

그림도 영화도 글도 모두가 시대를 반영함을 우리는 알고 있다. 자작나무에 담긴 러시아인들만이 알 수 있는 짙은 문화적 향수에 대한 설명이 그랬다. 우리도 우리나라 사람들만이 공감하는 표현과 장소 그리고 환경적인 요소들이 있듯이.

또한 2부에 등장하는 코레조의 <거룩한 밤>역시 인상적이었다. 극명한 빛의 대비로 이 좁은 책의 조각 안에서도 빛나 황홀하기까지 하다.

이 밖에도 '돌아온 탕자', '목 잘린 인간' 그림 등 어리석음과 죽음의 미학까지도 흥미롭게 소개된다.

이처럼 이 책의 강점은 소개되는 그림 작품이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속 어떤 지점에서 어떤 형태로 녹아 있는지, 해당 소설이나 책의 일부를 가져와 보여주어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이해하기 좋다.

아마도 각각의 이 유려한 그림을 따로 접했더라면 그림 자체는 훌륭하니 그것의 감흥은 느낄 수 있었겠지만

작가 도스토옙스키가 느꼈을 시선, 영감을 어떻게 재 가공하여 새로운 장르와 묘사로 사람들에게 다시 전했을지는 몰랐을 것이다.

영화 속에 숨은 이스터에그를 찾듯, 그의 책 속에 숨어 있는 그림과의 연결점을 찾아가는 일이 책의 일석이조의 재미였다. 가볍게 그러나 깊이 있게 읽고 볼 수 있어 좋았다.

이 많은 그림이 소개되고 그에 따른 책까지 소개하는 것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아이러니하게도 굳이 찾은 단점 역시도 아마 이점이 아닌가 한다.

왜 그러냐 하면 그것은 이 책은 어딘가로 흘러가기 위한 안내서의 느낌이다. 하나 나쁘지 않다. 자연스럽게 가면 될 일이다.

기존에 도스토옙스키가 쓴 책들로, 그가 감명받고 영감 얻었을 그림들에게로, 그 시대의 어느 글 무덤으로 말이다.

나는 이 안내를 발판 삼아 언젠가 그를 하나씩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 느끼며 서평을 줄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일 1쓰레기 1제로 - 지금 바로 실천하는 101가지 제로 웨이스트
캐서린 켈로그 지음, 박여진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은 외국 저자 '캐서린 켈로그'의 것을 한국에서 옮긴 것으로 제로 웨이스트가 아니더라도 실생활에 바로 쓸 수 있는 유익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101가지의 방법을 소개한다. 내용은 논문 같은 설명의 것은 아니며 일상에서 어떻게 쓰레기를 분리하고 재 사용하며 또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그야말로 "HOW"가 담겨 있다.

사실 이 방법이 궁금하여 책을 선택하였다.

언젠가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배달음식에 사용된 통과 생수병 배출을 위해 한쪽 공간이 쓰레기로 가득 채워지는 집을 보며,

문득 이 거대한 '부피' 앞에서 '아- 이게 줄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구나, 아예 사 오는 자체를 멈춰야겠다.'라고 깨달은 순간이 있었다.

이것이 트리거가 되어 정수 방법을 알아보았고 생수병을 사지 않는 브리타로 변경, 페트 맥주에서 캔 맥주로

클렌징 폼에서 비누로 변경하는 등 속속 내 삶의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었다. 3년이 되어간다. 줄이는 삶을 시작한 지.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로 웨이스트'와 '미니멀라이프'라는 키워드를 만나게 되었다.

다들 그렇듯 유튜브에서 여러 영상을 발굴하며 내게 적당한 방법을 찾곤 했는데 그덕에 도서를 선택 할 수 있었으며 또한 궁금했다.

어떻게들 줄이는지? 더 좋은 방법은 있지 않는지-

샴푸나 설거지 등 매일 몸에 닿는 모든 물건들...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니 내 일상 하나부터 열 가지. 물건과 연결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내가 사오고 모아온 물건들.

삶이 쓰레기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헌데 가만 생각해보니 나라는 자신, 몸과 영혼 모두가 쓰고 있던 '당연한 것'들이 내 선택이 아니라 자라오며 자연스럽게 학습되어 온 문화적인 것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샴푸나 치약을 구매할 때 스스로 선택해 구매했던 것이 알고 보니 그 수가 별로 없었던 것이었다.

스스로 자각했을 때 나는 꽤 충격적이었다.

삶의 주체가 내가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더욱 미니멀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또한 느껴지게 되었고

많은 물건 속에 발이 묶여 있는 나를 풀어내려면 자연과 가까워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수세미의 이름이 왜 수세미인지도 가공 수세미를 버리고 천연 수세미로 갈아탄 즈음 알게 되었다.

수세미의 실물도 처음 본 것이 불과 2년이 되지 않는다.

사실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건 놀랍고 단순하게도 '사지 않는 것'에 많은 부분 달려있었다.

'덜 사고, 신중하게 하는 소비.'

책은 우리가 유행처럼 말하고 있는 '제로 웨이스트'는 사실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고

자연 친화적인 삶. 즉 미니멀리즘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나 역시도 스스로 느낀 일련의 과정이 결국 그 해답이 미니멀리즘에 있다 생각되었다.

이미 모두 알고 있지만 미세 플라스틱은 우리가 매일 마시는 생수에서도 발견되고 보이지 않지만 사라지지도 않는 무시무시한 것임을 또 한 번 인지할 수 있었다.

2050년에는 바다의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어느 유명한 지식인의 전망에도 우리는 여전히 이 소비를 멈추지 못한다.

아마도 하루아침에는 힘들 것을 안다. 하지만 나와 같이 작은 것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만 있다면

조금씩이라도 그날이 더디 오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 또한 들었다.

책은 마치 to do list를 체크해 나가는 하루처럼 책장을 덮을 때까지 이어지는 101가지의 항목들을 보며

내가 변화한 3년 동안, 101가지에 해당 사항이 있는지 확인 해 볼 수 있어 좋았고 단지 저자가 외국 분이다 보니 한국에 없는 대체 상품이나 상점이 있어 바로 매칭 되지 않는 부분도 더러 있어 아쉬움도 있었다. 그중 일부는 한국에 비슷한 것으로 주석을 해두는 옮긴이의 세심함도 엿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지켜지는 항목도 많아 격려 받는 느낌도 들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구매 시 마음가짐이다.

꼭 새겨 기억할 질문

이 물건이 나에게 정말 '필요한가?'

스스로에게 묻기를.

책도 나도 자연도 모두 말하고 있었다.

불과 3년 사이에 배출일의 내 쓰레기는 어마하게 줄어 들었고 나는 디자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연에 다가가기위해서도

패키지를 살피는 사람이 되었다. 앞으로 3년 후 더 가벼워지고,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자유로운 내가 되기 위해 미니멀하게 살겠다는 작은 마음을품고 서평을 줄인다.





꼭 필요한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