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팔경
츠츠이 야스다카 지음, 이상희 옮김 / 동춘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어떻게 보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훔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타인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다고도 볼 수 있다. 굳이 비난적으로 보자는 것이 아닌 비판을 말하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이유는 단지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는 그치지 않는다. 타인의 생각을 파헤쳐보고, 대신하여 이 책의 주인공 나나세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그 흥미로운 소재를 통하여 조금은 깊게 돌이켜 보자면 아무래도 집착이라고 생각이 된다.   

사실 살아가면서 저 사람의 생각이 어떤지 알아버렸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해본 적이 누구든 있을 것이다. 하물며 이 글을 혹시라도 읽고 있을 사람의 생각이, 즉 이 글을 읽으면서 어떻게 생각할까, 이 글이 아주 형편없다고 생각할까? 혹시나의 우려를 나조차도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알아버렸으면 좋겠는 마음이 되돌려 더 안 좋은 결과를 나타낼 수도 있을 것이다. 속으로 욕을 하고 있는 누군가를 알아버렸을때, 나를 저주하는 생각하고 있는 것을 내가 알아버리면 그것보다 더 잔인한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 초능력을 겉으로 드러내버리면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특이한 재주를 꺼내보일 수도 없는 답답함에 속으로 고심해야 할 부분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족팔경은 당분간 가정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19살의 소녀인 나나세가 이 집 저 집 그 가정의 집안일을 해주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다. 작가의 상상력이 번뜩이는 소설이며 이전에 일본영화 <사토라레>의 소재와 같은 점이 흥미를 끌었다. 혹시라도? 라는 의문을 재치있게 풀어내준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 가족 전체가 앓고 있는 문제점들을 들추어 볼 수도 있었고, 혹시라도 알아서는 안 될 비밀을 나나세와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호기심을 자극하여 끝까지 읽어볼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 모든 것이 조금은 삶을 편하게 살기 위한 꾀가 아닐까도 생각이 된다. 모른 척 살아가면 궁금하기는 하지만 그건 월권이다. 다른 사람 개개인의 존재 자체를 존중해주고 싶은 마음을 어쩌면 무시한 채 살아가는 것도 될 것이다. 하지만 내게 그런 능력이 주어진다면? 난 사양하고 싶다. 타인의 삶에 젖어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타인의 삶이 상관없다는 것이 아니라 나의 존재, 그리고 삶 자체에 집중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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