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어도 돼?
나카지마 타이코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집이라는 건, 굳이 어렵게 말하지 않아도 있어야만 하는 필요한 존재이다. 크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내 맘 편안히 뉘이고 쉴 수 있는 그런 아늑한 존재. 그런 집에 대한 고찰이 이토록 아련하게 쓰여진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집을 짓고 싶어진다.

30대란, 아직 도달하지 못한 나이인지는 몰라도 그때가 되면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기억 속에 잊혀지고 있는 내가 살던 집,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집. 모두가 나의 감정과 생각이 고스란히 녹아져 있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공간에 내 발길이 닿아있던가, 라는 아련한 생각이 문득 들면서도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그 느낌만큼은 온전하다.

지어도돼?, 라고 물어보는 제목은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책 속에도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의 집약체인 것과 동시에 독신으로 살아가기, 거기다 여자로서 살아가는 인생에 집을 실제로 짓는다는 발상이 그렇게도 독특하고 이상한 것일까? 라는 물음의 반어로 들려온다. 지어도 된다, 나지막히 속삭여주고 싶은 이 물음을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이유이다. 하지만, 한계는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고, 소설로서 대변되는 이 글들의 나열은 나로 하여금, 그리고 독신으로 살아가는 여자, 그리고 존재로 하여금 해 볼 수 있는 것을, 그리고 해보고 싶은 것을 주저말고 해 나가라는 말로서도 들린다. 누구나 자기만의 집을 가지고 싶어한다. 조금은 지루하게 읽었던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그 책이 생각이 난다. 딱히, 집으로서 구체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적어도 직접적으로 집에 대한 것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었던 이 책은, 읽는 도중에 아, 라는 생각이 불현듯 치밀어 오르는 그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책, <지어도돼?>는 그렇게 고찰적인 것이 아니면서도, 또한 지금을 살아가는 시대에 대한 어쩌면 가벼운 느낌의 차선책을 내놓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집이라는 존재를 다 걷어치우고, 이 책의 매력만을 말해보자면, 그저 흘러가는대로 감성이 충만한 책이다. 남자와의 관계 속에 정의내려지긴 하였지만 그건 일종의 장치였을 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자는 암묵적인 표시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을 통해 여과되어 지는 색채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작가만의 방, 속에 내가 잠시 들어갔다 나온듯한 느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던 느낌의 소설, 참 아련하게 읽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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