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선집 4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여성 혐오에 관한 짧은 이야기들/바람 속에서 서서히, 서서히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처음 들어봤다. 하지만, 그녀가 쓴 소설의 영화 <리플리>를 보면서 한껏 감성에 젖어있던 내가 아닌가! 그 영화의 원작 소설 작가의 글을 이렇게 우연히 접해보게 된 건 그것조차 우연이라고 말할 수 있가 있었다. 그만큼 나에게는 첫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이미 글자에, 그리고 글자가 이루어 낸 글들에 매혹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 정말 벅차다.  

단편에 단편. 하지만, 그 단편들을 읽어내면서 책을 잡고 있던 손이 놓아지기를 바랬다. 그만큼 나도 혐오스러웠으니까. 작가라는 편견상, 아니 글을 쓰는 편견상 나는 왜 남성 작가이기를 바랬나. 그리고 여성 혐오에 관한 이야기라는 글자를 본 순간 왜 남자라고 생각했을까. 혐오스러운, 그렇지만 내내 나 자신이 생각은 하고 있었던 그런 추악한 모습의, 어쩌면 여자라는 본성의 느낌을 지니고 글을 써내려갈 수 있었던 것은 여자라서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를텐데. 그만큼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첫번째 단편인 "손"의 첫 문장을 보았을 때부터. 하지만 나도 그녀도 여자이기에 공감할 수 있고 감정이입 할 수 있는, 어쩌면 반대의 느낌상 남자로서 생각할 수도 있었을 그런 이야기였기에. 

바람속에서 서서히, 서서히는 정도가 더했다. 컬트 문학이란 이런거구나. 그리고 컬트 영화에 한껏 고취되어 있었던 나는 그 강도를 슬며시 편안하게도 받아들일 수가 있었다. 아, 라는 감탄과 함께 비탄에 젖어있는 내가 느낄 수 있던 한가지는, 그래, 내 주변의 이야기구나. 아니, 나의 이야기, 어쩌면 내 상상속에서나 할 수 있었던 그런 이야기들이구나, 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만큼 삶은 다양하고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으로서, 다른 사람의 생각이 곧, 나일 수도 있다는 그런 착각 속에서 읽어내리기에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지만, 한시름 놓아버린 후의 읽는 과정에서는 태연하게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살면서 행해지는 이야기들, 뉴스 속에서나 떠들어대는 경악할만한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있지만 꼭 흥미를 위해서는 아니다. 그저, 이런 이야기들을 읽고 깨달아버릴 경지에만 다다를 수 있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깨달아버릴 수가 없었기에, 그저 읽고 지나쳐버리기에는 너무나도 충격적이었기에 영상으로 보여지는 미학을 글로서 옮겨버렸기에 그 강도는 지나쳤다. 물론,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지나침.  

느껴봐, 들리지 않니? 라고 속삭일것만 같은 작가의 외침에 나는 그냥 주저앉아 버릴 수밖에 없었다. 생각만 하고 내보이지 않는 나의 속내들. 각자 자기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 생각으로밖에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 글로서 읽고 말았다. 느끼는 게 많았을지도 모르고, 읽고 나서 던져버릴 지도 모르는 편협한 축의, 호불호가 갈리는 이야기일 지도 모르지만 감정은 언제나 독보적인 것이고 독특함이라는 성격의 무언가를 갖고 있기 때문에 나의 손이 닿는 가까운 곳에 놓아둔다. 내 삶이 찌들어버렸을 때, 아니면 너무나 기쁠 때, 한번쯤 들춰보고 싶은 이야기들. 이런 생각을 하는 나에게 말한다. 이제 느낄 때도 되지 않았니? , 너의 생각과 현실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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