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 - The Read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를 보고 나서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나에게 있어서 오랜만에 가슴 한 편을 적시는 비같은 느낌이랄까. 가슴이 쓰라려 맺힌 눈물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시간조차 아까울 정도였다. 사랑, 그리고 그 사랑에 대한 기억으로 얼마나 나는 살아갈 수가 있었는가. 아니, 사랑이라기보다 그 사람에 대한 연민, 그리고 떠오르는 나에대한 기억만으로.  

16살의 여름. 찬란하기만 할 것 같았던 그 해 여름에 만나게 된 한 여자. 스타킹을 신는 여자의 다리를 훔쳐보다 흠칫 놀랜다. 하지만 소년을 쳐다보는 그 여자, 케이트 윈슬렛의 눈동자가, 그 표정이, 몸짓이 무엇을 말하고 있었는지는 지금까지도 가늠할 수가 없다. 묘한 느낌의 그 연기가 빛을 발할 때 나는 한순간 멍해진 느낌을 받았다. 둘 사이의 감정은 무엇이었나. 나는 소년의 기분을, 그리고 여자의 감정을 판단할 수, 아니 사람의 감정을 판단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부터가 잘못된 것이라 생각을 한다. 그만큼 자기 자신만의 느낌을 알 수 있는 것은 나밖에 없으니까. 원래 그런 것이라고 믿고 싶을 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법정에서 그녀를 본 소년은 이후 어른이 되어 감옥으로 테이프를 보낸다. 난독증이었던 것을 알고, 자신이 법정에서 그녀의 증인이 되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이었을까. 아니, 어쩌면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거라고 느끼는 데에서부터 그러한 의식이 시작된 것이었을까. 그녀를 만나서 사랑을 나누기 전의 의식. 책 읽어주기. 책을 읽어주면 그녀는 소리내어 웃기도 하고 감정이 북받쳐 울기도 했다. 그러한 모습을 어른이 되어 기억하고, 자신이 도와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들의 집합이 책을 읽어 녹음을 하고 그녀에게 보내주는 것이었으리라. 가슴이 먹먹하다. 환경이, 그리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이 없어져 버린 느낌이다. 그러한 만큼 그들의 사랑과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사람의 심리가 애석하게만 느껴지는 건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기억하고, 그리고 사랑을 해라. 사랑을 하면 할수록 그 사람에 대한 느낌은 배가 될 것이고, 그 사랑을 추억으로 영원히 살 수는 없지만, 한순간은 아주 행복하게 세상에서 내가 가장 뜻이 있는 사람처럼 살고 있는 것이라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순간, 변해가는 나 자신을 느끼면서 이렇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모두가 변하고 느끼는 것도 다르지만 마음이 전해지는 순간의 찬란했던 그 느낌과 이야기는 내 기억속에,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그렇게 느끼면서 오늘도, 내일을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는 거라고, 나 스스로를 다독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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