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동안의 과부 2
존 어빙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추운 겨울, 움직이고 싶지도 몸을 일으키고 싶지도 않은 그런 무능력감이 찾아올 때 내 곁에 바로잡아 있을 수 있는 친구는 바로 이야기가 가득 담긴 동화같은 책 한 권. 쓸쓸하면서도 외로운 나의 심신을 달래줄 책이 곁에 있었다. 존 어빙, 미국이 사랑하는 작가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이런저런 유머로 나를 들썩이게 만드는 이 책 속의 이야기는 그렇게 구미가 당겼다. 밤을 지새며 읽고 난 후, 커피 한잔을 마시며 한동안 빠져들게 만들었던 그 속에서 나를 빼내어 본다.

읽는 사람을 위해 줄거리는 적지 않는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주위에서 물어오곤 한다. 어때, 무슨 이야기야? 책도 예외가 아니다. 재밌어? 라는 그 말에 나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좋으니 보라고, 읽어보라고만 한다. 그대로의 느낌을 간직하고, 느낌을 존중하기 위해서이다.
한때, 영화 <시네마 천국>을 보고나서 이 시대에 대해 탄식을 한 번 경험한 적이 있다. 남녀노소 야외의 스크린 앞에 앉아 무슨 내용인지 어떤 배우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저 영화 온통 그대로를 내 안의 감각이 느끼게끔 내버려둘 수 있고, 아니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그 시대의 상영을 찬미하기 때문이었다. 지금이란, 흘러나오고 내가 알고 싶지 않은 모든 것들이 나를 괴롭히는데 그게 참 아이러니 하다. 많이 알고 싶지만 그만큼 앎의 가치는 상실되고 있으니 말이다.

매리언과 에디, 37년만의 재회. 그 속에서 느끼게 되는 느낌은 단 한 가지이다. 에디는 이렇게 말한다.
"시간이 멈추는 순간들은 있게 마련이니까. 그런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지만."

흘러가는 시간앞에 무디어져 가는 추억들을 보듬을 수 있는 것이란 많은 것을 희생하며 살아야 하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소중하게 지켜내고 싶은 것이라며 그까짓 희생따위는 감수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기억 속 그대라는 사람과의 사랑이었으니까. 

책 속에서 작가를 만나고 그 작가가 늘어놓은 이야기를 읽어낸다는 것, 그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읽어내고 다시 돌이켜 보는 과정이 흥미롭다. 하지만 그 속으로 빠져들을 수록 결과적으로 나에게 남아있는 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어느샌가 이 이야기를 단숨에 읽어내리게끔 써놓은 존 어빙에 대한 감탄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결국은 그가 만들어 놓은 이 책 속에 테드 콜의 책, 루스의, 에디의, 그리고 매리언의 책들에 대한 이야기들조차 그의 것이니까. 그가 만들어 놓은 일련의 과정들을 뒤쫓아가다보면 어느샌가 다시 존 어빙의 이야기로 귀결된다는 말이다. 

그렇게 나는 이 추운 겨울, 하나의 이야기로 내 주위를 따뜻하게 할 수 있었다. 한동안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책을 끝마친 기분이랄까. 동화책 한 권을 던져주면 그것을 읽고 또 읽어서 그 안의 삽화와 이야기들을 줄줄이 욀 수 있었던 것처럼, 이 안의 이야기들이 내 머릿속에서 한동안 맴맴 거리면서 남아있을 것임을 알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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