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로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63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숙자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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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놓아버린 후에야 알 수 있었다. 하나씩 더 가지려고 할 때마다 다가오는 것들은 무의미했고, 그 소유욕을 버리고 나니 버지니아 울프가 하고 싶은 말들이 천천히 스며드는 느낌이었다고 해두고 싶다. 흘러가는 이야기에 내 감정을 맡기고 나니 오히려 쉬워서 이토록 더 아릿하게 기억이 남아있는 건지도.

매끈하게 빠진 겉을 두드려 보고 실제로 그 안의 모습이 어떤지를 봐야 알 수 있는 그들. 램지 가족은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나름대로의 고민과 불일치를 가지고 있다. 등대지기 아들을 그리워하는 램지 부인. 신경질적이고 가부장적인 램지 씨의 곁을 지키는 현모양처. 하지만 그녀의 과장된 말투와 몸짓. 누구나 램지 부인을 좋아하지만 그녀가 홀로 가지고 있을 아픔들은 그 성격으로 인해 더욱더 감출 수 있는 것이 되어버린다. 또, 노처녀이면서 화가로서 살아가는 릴리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림을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자신이 그린 그림을 다른 사람이 보아 해석해 주고 나서야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자신이 없는 그런 모습. 

삶에 대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나락으로 떨어질수록 감당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되어버리지만 나름대로의 치유책을 가지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남들이 보았을 때는 하찮아 보이는 고민거리일지라도 그 사람의 속은 아무도 모른다.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그 모든 것들을 보여주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지만, 보여준다고 한들 그게 나 아닌 누군가에 의해서 풀어질 것들이던가. 만약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면 이처럼 누구나 삶을 살아가는 게 어렵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채로 살아간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후, 그동안 램지 부인은 죽었고, 딸인 프루도 아이를 낳다가 죽었다. 아들 앤드루도. 전쟁이 있었던 10년 동안 수많은 일들이 스쳐 지나갔고 램지 부인을 추모하러 10년 만에 다시 그 별장으로 모인다. 하나둘씩 그날의 일들을 생각하면서. 별다른 사건이 있지도 않았고,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로서 저녁식사를 했던 그 사람들이 점차 모이는 것을 보면서 느낌이 묘해진다. 같은 공간, 10년 전의 그 곳에 있었던 일을 추억하며 만나지만 소중한 사람들을 곁에 없다. 

곱씹어보게 된다. 그저 그 날의 일. 그리고 10년 후의 재회. 지나치게 단순한 이야기로서 보여주는 게 무엇인지. 하지만 마지막 등대에 다다를 때 즈음의 제임스와 캠, 그리고 그들의 아버지 램지 씨가 배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그 모습이 스쳐간다. 마무리 되지 못한 그림을 바라보며, 다가오는 램지 씨를 바라보는 릴리가 그림의 마지막 획을 긋는 그 모습도.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을 말하고 있구나, 라고. 배에 탄 제임스와 캠은 아버지인 램지 씨를 증오하는 마음을 가지고 아버지를 죽이고 싶다는 욕망을 한없이 가라앉히면서 등대로 간다. 하지만 등대에 내리려 할 때 즈음 아버지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된다. 자신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참된 모습을. 

되돌아보고 또 되돌아보면, 깊게 생각하고 다시 한 번 반대로 생각해보면 단순한 일인데. 우리는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현실에 불만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야 없겠지만, 그 정도의 깊이 차이는 누구나 다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정신적인 것으로든 물질적인 것으로든 그 현재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이 모든 이야기를 파헤쳐 보면 알게 되는 그 의미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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