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하여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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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도 전에 끊임없이 들어왔던 이름, 수전 손택(susan sontag). 사진에 관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들추어 보았을 때마다 알게 되는 이름이기도 했다. <사진에 관하여>. 뉴욕 타임스에 실린 6편의 에세이를 묶어낸 이 책은 제목과는 달리 사진에 관하여 이렇다할 정의를 딱 집어 말해주지는 않는다. 하물며 사진이란 무엇인가, 를 알고 싶었던 나에게 오히려 알아가고 생각해봐야 할 숙제를 내던져준 것만 같은 느낌이 더 강할 정도이니까. 특히나 타계해버린 그녀의 글을 이제서야 접하는 나로서는, 안타까움이 더했다. 예술적으로 사진에 관한 심미적인 변화를 이토록 정확하고 신랄하게 글로서 펼쳐낼 수 있는 작가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사진이란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갈 수 있고,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허가증이다." - Diane arbus

어쩌면 예술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볼 수 있었던 사진에 관해서 생각하면 할수록 더 복잡한 것이 되어버렸다는 수잔 손택의 말을 빌리자면, 나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리를 긁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 근래에는 그 자체가 하나의 트랜드가 되어 카메라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만 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것이 되어버렸다. 어렸을 때 소풍을 가거나 체육대회를 하거나, 멀리 여행을 가면 우리네 모습을 기억하고 추억해보기 위해 아빠엄마가 하나씩 들고다녔던 이 카메라는 이제는 유행처럼 번져버려 그 의미가 한편으로 보면 확장해가는 것 같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의미는 그대로이다. 대신 의미의 범위가 넓어지기만 한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즉, 누구나 하고 있지만 독특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게 되어버렸으며 이제는 달라진 의미가 신선한 게 아닌 그저 반복되는 것으로만 비춰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깨에 둘러메고 그저 나의 시야로 익힌 풍경이나 사물들을 찍어오는 그 자체,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와 그 안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화두를 나에게 던져준다. 내가 가장 가고 싶어하는 몰디브 섬을 가보지 않았음에도 나는 사진으로 그 곳을 몇 번이나 가보았던 것처럼 느끼게 되었고, 실제로 내 눈을 통해 보지 않은 광경도 시간을 앞다투어 올라오는 뉴스속의 이미지들이 나를 압도해버린다. 무엇이 먼저이고 어떤 게 나중인지를 고백할 수 조차 없이 내달리는 그런 세계. 하지만 이 책이 쓰여진 70년대는 달랐다. 대중들에게 보급되어지지 않은 카메라, 그리고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 자체를 정교하게 분석해버린 이 책은 어쩌면 이 시대보다 더 앞선 것을 내다보았는지도 모르겠다. 이제서야 생각해볼 만한 것들을 수전 손택은 미리 예측해보고 고민해 본 결과물이니까.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은 사진이라는 자체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판단을 내려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욱 중요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이 변화에 대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어떤 것을 찍어야 할지 고민하는 그 자체로서 사물을 깊이 바라보는 눈을 가진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찍힌 사진을 볼 때에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게 마련이다. 사진에 관해서, 많이 생각해보고 고뇌해본 사람만이 자신 외의 누군가에게 그 느낌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그 의미를 알면서 셔터를 누르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렇게 나를 자극하는 이 몇 천개의 단어들을 읽어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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