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 1 - 안드로메다 하이츠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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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을 사랑하는 할머니.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 산에서 차를 만들어 팔면서 살아가던 시즈쿠이시.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말그대로 느껴지는 그런 불륜은 아니고, 고독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 또한 그만큼의 고독은 아닌 듯 싶다. 내가 느끼는 시즈쿠이시의 모습은. 자기의 몸이 깎아져 약초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희생하는 그런 선인장만큼의 고독과 슬픔은 아니기를 내내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는 산에서 내려가 도시에서 살겠다는 시즈쿠이시의 바램은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졌다. 할머니는 애초에 차를 사러왔던 사람과 함께 살겠다며 이제 너의 길을 살라고 시즈쿠이시에게 말했다. 몰타 섬에 살고 있는 그 사람에게로 가겠다고 했다. 시즈쿠이시는 그대로 도시로 내려와버렸다. 그녀는 두려웠을까. 두려웠을테지. 하지만 불륜의 상대인 신이치로를 만났고 앞을 보지 못하는 가에데를 만난다. 신이치로는 사랑하고 가에데도 사랑하지만 그녀가 느끼는 둘에 대한 느낌은 달랐으리라. 그리고 나는 왜인지 시즈쿠이시가 느끼는 가에데에 대한 사랑을 알 것만 같았다. 고독한 상태에서 느끼는 나의 옆에 있는 단순한 물같은 존재. 단지 외로움을 토로할 상대를 찾았다기보다는 그 사람을 안 이후로 고독한 느낌의 냄새가 조금씩 가시고 있는듯한 그런 느낌.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소설 속 주인공을 보면서 느끼는 건 내가 되어버린다.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나와 같은 모습을 발견하기 마련이고, 그 사소한 것으로 나는 온전히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 시즈쿠이시도 마찬가지이다. 아름다운 영혼이라고 하기에는 고독하고 씁쓸하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발견하는 나를 그대로 토로해버리기에는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서 나는 시즈쿠이시가 아련해지고 또 빠져들었다. 위태롭게 다가가는 그녀의 발걸음에 문을 열어주는 가에데는 슬프기까지 했다. 게이이면서 앞은 보이지 않고, 미래를 점치는 그런 사람인 가에데. 시즈쿠이시와 있으면 그저 즐겁다는 둘의 관계는 어떻게 될지 가늠할 수는 없겠지만 그저 아름답다는 생각은 할 수 있을 정도로 다가온다. 

하지만 읽는 내내 내가 무슨 이야기를 읽고 있는 건지 의아할 때가 가끔씩 있었다. 그리고 책을 덮고 생각해보니 아, 외로움인가 싶기도 하고 어쩌면 나의 외로움을 읽어버렸나 싶기도 했다. 기억속에서 나에 대한 느낌을 정의할 수 있는 단어는 몇 개나 될까.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거라며 외로움을 토해내도 그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내 것이 아니다. 누군가 나에게 위로는 해줄 수 있겠지만 나의 마음을 오롯이 다 이해해줄 사람은 없는 것 같다는 느낌. 그러나 생각해본다. 내가 느끼는 외로움은 나 혼자만의 것이지만 그 외로움이라는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아니 지금도 느끼고 있을 만연한 상태의 그 무엇이 아닐까. 

손을 뻗어 살며시 잡아주고 싶은 그런 느낌, 하지만 잡게 되면 비눗방울처럼 톡, 하고 터져버리는 그 느낌. 잡아서 간직하고 싶다기보다는 어루만져주고 싶은데 항상 벗어나버리는 뜬구름같은 그런 느낌들. 선인장, 너는 하루종일 그 자리에 서서 무엇을 보고 있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니. 아마, 너도 나와 같은 외로움을 느끼는 건 아니니, 하고 묻게 된다. 고독한 나도 선인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애틋한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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