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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 이야기 - IQ 76, 인생의 진정한 로또를 찾아낸 행운아
퍼트리샤 우드 지음, 이영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지독하게도 아름다운 책을 읽은 느낌이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이라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을 읽은 후의 느낌과 아주 비슷한 이 느낌. 페리, 난 그를 가장 친구인 키스가 부르는 방식인 페어라 부르고 싶다. 페어는 서른을 넘긴 나이, 어린아이가 아니다. 하지만, 정신지체라는 이름으로 구분지을 수 있는 아이큐 70을 넘은 76이므로 페어는 정신지체가 아니다.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페어, 어렸을 때부터 그의 엄마 루이즈는 페어를 못 키우겠다며 할머니에게 맡겨버렸고, 죽을 줄만 알았던 아빠는 돈을 훔치고 달아나서 살고 있었다. 하지만 페어는 불행하지 않다. 내가 봐도 너무 부러운 할머니가 곁에 있으니까. 그리고 돌아가신 할아버지와도 어린 시절을 함께 했으니까.
매일같이 복권을 사고, 할머니와 함께 숫자를 맞춰보고 홀스테드 용품점에서 일하며 살아간다. 보통예금과 당좌예금을 나누어, 할머니가 말씀해주신대로 반반씩 넣어둔다. 그리고 보통예금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말라는 할머니의 조언을 끔찍하게 지키고 있는 페어. 할머니는 모르는 게 없다. 그리고 사전을 테이블위에 두고 할머니와 함께 외운다. 단어를 배워가면서 a에서 c로 그리고 결국에는 마지막 알파벳인 z까지 다 외워버리는 그 날이 오겠지. 그러던 중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페어만을 남겨둔 채.
페어는 너무 슬펐지만 그가 견뎌내는 모습이 나에게는 더 슬펐다. 별일이 없었던 듯이 다시 또다시 그렇게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페어의 모습이 슬펐다. 그러던 날, 신문에서 보게 된, 당첨금 1200만 달러짜리 복권 당첨의 주인공이 페어 자신인 것을 알아버렸다. 페어는 부자가 되어버렸다. 가장 친한 친구 키스, 사랑하는 여자인 체리, 홀스테드 용품의 게리. 그렇게 주변에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새로운 일들이 벌어진다. 하지만, 연락도 없이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페어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자신들이 맡아야 하는 불안감에 떨던 가족들이 하루에도 끊임없이 전화를 하고 수표를 써달라고 하고 그리고 돈을 빼낼 궁리만 한다. 페어의 삶이 갑자기 복잡한 것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페어는 부자가 되어서 할머니와 함께 복권에 당첨되면 할 일들을 조금씩 해나가면서 행복을 느낀다.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해야 해요"라는 말을 하던 페어. 그리고 가족들이 원하는 건 돈이라는 것을 알자 그 돈을 모두 가족에게 줘버린다. 페어는 지금까지 모아놓은 돈이 있는 보통예금이 있었고 그리고 홀스테드 용품에서 달마다 받고 있는 월급이 있다. 그것만으로 페어는 충분했다. 그리고 키스와 체리와 게리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키스마저도 할머니처럼 죽어버렸다. 좋아했던 여자, 체리. 체리와 키스는 사랑을 했고 그래서 페어는 슬펐다. 하지만 키스가 떠난 후, 키스가 좋아했던 페어도 좋아했던 체리와 함께 또 다른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이런 저런 내용을 떠나서 난 이 작가가 글을 써내는 게 마음에 든다. 짤막하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생각이나 느낌은 무한한 것이 되어버린 그 느낌. 아주 좋다, 조나단 사프란 포어가 글을 써내는 것과 비슷하다. 전체적인 이야기보다 순간의 짤막한 에피소드들이 마음에 든다. 이 책을 읽는 모두가 그것을 느낄 것이며, 그 중 하나도 나이기에 느끼고 이 책이 좋다. 작가인 퍼트리샤 우드가 좋아져버린 이 책. 오랜만에 너무 좋아하는 책을 읽은 이 느낌이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p.442
진실은 여러 가지다. 때로 진실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기도 하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믿기로 선택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가끔은 진짜다. 에흐트다. 정말이다. 가끔은 그걸 말하면 진실이 된다. 나는 느리지만, 이건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