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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주, 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 초밥장인 안효주의 요리와 인생이야기
안효주.이무용 지음 / 전나무숲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자꾸 자신을 속이며 살다보면 나중에는 내 생각이 뭔지,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도 헛갈리게 되지 않을까. (p.261)
약 350개의 밥알 위에 올려진 생선들을 보면서 이내 입 안으로 털어넣는다. 간장은 밥알에 듬뿍, 그리고 젓가락으로 뭉개져 떨어뜨린 밥알들도 다시 집어먹으며 그렇게 초밥을 먹어본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초밥이라고 하면서도 왜 그렇게 초밥에 대해 알려고 들지는 않았을까.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내가 가장 모르는 것이 되어버리는 순간이다.
운동을 하려고 해도 운동복부터 제대로 되어 있어야 운동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떠오른다. 운동, 어차피 땀 흘릴건데 집에서 굴러다니던 무릎 다 늘어난 바지나, 티는 색이 바랜 그런 것으로 입고 가야지, 라는 생각이었는데 그 말을 들은 뒤부터는 운동을 해도, 그리고 하물며 잠깐 슈퍼에 가더라도 최소한의 예의와 나를 위한, 나를 보여주는 그것에 대한 자신감을 위해 입는다. 음식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요리사라는 직업의 안효주의 입에서 나온 이 책은 모든 글들은, 그의 진면모를 보여주기에 충분한다.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 새벽부터 노량진 시장에 가서 같은 가격에서 최상의 재료들을 찾느라 노력하는 모습, 음식을 내는 요리사의 복장부터 초밥을 만들기 위한 도구들까지 하나하나 고심하며 준비하고 내려놓는 모습을 보면 왜 사람이 성공하는 지 알 수 있달까.
사실, 이 책은 초밥에 대한 상식이나 지식을 알 수 는 있지만 전문 연구서처럼 초밥에 대한 상세하고 깊은 지식을 찾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제목이 다시끔 스친다. "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작가를 보여준다. 자기 인생의 증거라는 초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인생의 증거를 통해서 인생을 보여준다. 안효주를 보여준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라는 고민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건 언제나 '나'라는 답 하나로 돌아온다. 세상 사람이 다 그래도 나만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이기적이며 당연한 꿈이다. 안효주는 어쩌면 우연히 시작하게 된 이 초밥을 만드는, 일식을 요리하는 요리사로서의 길에 자신을 투영시킨다. 인생의 증거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그는 그 말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였는가.
지금까지 잘못 알고 있거나, 알아도 제대로 몰랐던 그 초밥에 대한 기본 상식들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 음식도 먹는 방법이 다 제각각인데 하물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초밥에 대한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을 수 있는 기회였는데 어찌 좋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서 초밥 바에 앉아서 앞에 놓인 물수건으로 손을 가지런히 닦고, 엄지, 검지, 중지로 초밥 하나를 들어올리고 싶다. 그리고 생선의 끝에 간장을 조금 묻혀 입안에 넣고 오물거리면서 맛을 음미하고 싶다.
그 일이 어떠한 일이든 미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될게 없다. 언제나 이러한 류의 글들을 읽으며 자극받는 나를 발견하고, 내일의 태양은 아마 어제보다는 조금 더 따뜻한 눈길로 나를 바라봐주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해본다.